웃음 가득한 순간이 되기를
목욕은 즐거운 것입니다. 반신욕을 좋아하는 저는 정신줄을 흐물흐물하게 풀어놓고 노곤해질 수 있는 하루 중 유일한 시간이죠.
그런데, 이 행복한 힐링의 시간은 육아를 시작하며 0으로 수렴합니다. 반신욕은 커녕 제대로 씻을 시간도 주지 않는 어미의 운명에 한탄하기를 1여 년! 어느 정도 아이가 걸을 수 있게 되자, 밀키와 같이 목욕을 하는 것이 가능해 졌습니다. 물에 아이를 동동 띄우며 헤엄도 치고, 튜브도 태우며 말이죠. 아이는 엄마와 안정감을 느끼며 샤워를 하고, 스킨십도 할 수 있어서 더없이 좋아합니다.
배 속 양수의 기억을 떠올리며 아이가 목욕시간을 계속 즐거워하면 좋겠지만, 눈을 따갑게 만드는 물과 비누, 그리고 추위는 아이에게 조금씩 불편한 시간으로 다가옵니다. 점점 샤워를 하기 싫어하는 밀키에게 목욕을 해야 하는 뭔가가 아닌, ‘물놀이의 시간’이라는 인식을 심어준 몇 가지 일등공신들이 있습니다. 지금부터 소개할게요^^!
욕조에 그림 그리기
자기 몸보다 훨씬 큰, 언제든 지워지는 캔버스가 화장실에 떡 하니 마련되어 있는데, 안 쓸 이유가 없죠? 샤워기로 쓱쓱 지워지는 목욕 크레용, 혹은 유아용 수채 물감과 붓을 준비해 주면 15-20분은 후딱 지나갑니다.
팁1 물론 아이가 추우면 감기에 걸리기 십상이기 때문에, 미술용 가운을 입혀주거나 지저분해져도 되는 옷을 입혀주고 따뜻한 물을 조금 받아줍니다.
팁2 아이가 조금씩 움직이기 때문에 욕조 바닥에 미끄럼 방지 스티커를 붙여 두시는 게 더 안전해요!
밀키가 아주 어렸을 때는 자그마한 아기 욕조에 앉아서, 어른 욕조 바깥에 그림을 그렸었죠. 이제 스케일이 점점 커져서 안쪽과 벽면까지 가득 그림을 그리며 즐거워합니다. 저는 옆에서 책을 읽거나 간간이 밀키가 그린 그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밀키가 그림 그리기를 마칠 때쯤 비누칠과 헹굼을 후다닥 끝냅니다.
거품 목욕제는 연령에 상관없이 꿀템
구름 속에 있는 듯, 보글보글한 거품 목욕은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좋아합니다. 성분이 안전한 유아용 거품 목욕제를 조금 풀고, 거품으로 동물을 만들어 주거나 왕관 만들기, 아이스크림을 만드는 등의 놀이를 시작합니다. 거품으로 만들 수 있는 형태는 무한하기 때문에, 아이가 상상력을 펼칠 수 있게 지켜봐 주세요. 따로 비눗칠 할 거 없이 헹구기만 하면 되어 엄마도 편합니다.
입욕제는 사랑입니다
거품 놀이에 더해 저는 입욕제를 자주 동원합니다. 치- 하는 소리와 함께 녹는 입욕제는 아이에게 신기한 장면을 선사합니다. 최소 녹기까지 5-10여 분. 따로 뭔가를 하지 않아도 되는, 엄마의 쉬는 시간♥ 샤워하기 싫어하는 날에도, 입욕제만 있으면 만사 OK! 모양이 예쁜 시판 입욕제를 사서 쓰기도 했는데, 밀키는 피부가 민감한 아이라서, 요즘엔 주말에 시간이 날 때면 밀키와 함께 직접 만듭니다. (만드는 과정 포스트) 만드는 것 또한 아이에게는 무척 신나는 놀이의 시간이라, 자주 만들자고 졸라요^^
아기도 샤워볼이 필요하다
엄마의 샤워볼을 계속 탐내는 밀키에게 제 세안용 샤워볼을 건네줬더니 다시는 돌려받지 못했습니다! 샤워가 끝나면 한 쪽 벽면에 소중하게 말려두고 다시 사용하는 아이를 보며 그동안 이게 무지 갖고 싶었구나 싶었습니다. 3-4살이면 엄마를 따라 하는 모든 것이 흥미진진할 때죠. 비누를 약간만 묻혀도 거품이 잘 나는, 어른의 아이템인 샤워볼은 아이에게 무척 환상적인 물건입니다.
미지의 곤약퍼프
샤워볼을 빼앗긴 저는 곤약 퍼프를 구매했습니다... 만 역시나 빼앗겼습니다. 말캉한 재질인 곤약 퍼프는 밀키의 눈을 휘둥그래하게 만들었고 예의 목욕 크레용으로 과녁을 그려놓고 던지기를 하는 놀이를 시작하는 바람에 저의 퍼프는...ㅜ
어쨌든 샤워볼로 스스로 비누를 묻혀 샤워를 하는 습관을 들였고, 머리도 혼자 감기 시작했습니다. 헹구는 건 여전히 엄마의 몫이지만 첨벙거리던 작은 아기가 이렇게나 크다니, 기특하기만 합니다^^
단순한 목욕 장난감들을 사기도 많이 사고, 선물도 많이 받았습니다만, 잘 말리지 않으면 곰팡이가 끼고 아이도 길게 가지고 놀지 않더군요. 가지고 노는 시간보다 물 빼고, 말리고 하는 시간이 더 긴 장난감들은 엄마의 적! 빛의 속도로 쓰레기통으로 들어갑니다.
밀키가 1살 때만 해도 아기를 씻길 생각을 하면 힘들어서 한숨부터 나왔습니다. 부들부들 떨리는 손목과 허리가 성할 날이 없었죠. 하지만 엄마가 목욕시키기를 힘들어하면, 아이도 덩달아 이 시간을 싫어하더군요.
물놀이를 한다 치고, 최대한 놀이 시간을 길게, 씻는 시간을 짧게 잡는 것이 요령입니다. 아기는 전체 목욕 시간이 너무 길면 체온이 떨어지기 때문에 최대한 따뜻하게, 그리고 짧은 시간에 바짝 집중해서 할 수 있는 놀이가 좋습니다.
다양한 것들을 실험해 보며 시행착오를 겪었습니다만, 2-4세의 아이를 기르는 동안 위의 목욕용품들이 제일 유용했고, 지금도 그렇습니다. 아기 목욕으로 고민 많은 엄마 아빠들에게, 제 팁들이 샤워시간을 좀 더 유쾌하게 만들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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