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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밀키베이비 Oct 30. 2019

미혼, 기혼 누가 더 행복할까?

맘블레스유 시리즈를 마치며

©김우영
미혼과 기혼, 누가 더 행복할까?


최근 '싱글 여성이 결혼 후 육아하는 여성보다 행복하다, 워킹맘의 행복도는 그중 최악'이라는 기사를 보았어요. 82년생 김지영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 기르는 부모라면 알 테죠. 아이를 키우는 일상은 '싱글이었을 적 삶' 과는 거리가 먼 것이라는 것을요.

폴 돌란이라는 런던 경제대학의 행동과학 교수는 가디언지1)에 이런 글을 썼습니다.

"아예 결혼하지 않았거나 아이가 없는 여성 집단이 가장 행복하고, 건강합니다. 하지만 당신이 아이를 가진 적 없는 미혼의 40대 여성이라면, "OMG, 부끄럽지도 않니? 아마 언젠간 괜찮은 남자 만나서 바뀌겠지..."라는 소릴 들을 것입니다. 그녀는 잘못된 남자를 만나 변할 거고, 불행해지고 건강이 악화되어 더 빨리 죽겠죠."



©김우영

매년 나오는 이런 기사. 회의적인 시각으로 삶을 바라보자면 미혼이든 기혼이든 여성의 삶은 '행복'을 얻기 힘든 것처럼 느껴져요. 그러나 저는 행복의 조건에 왜 '결혼'과 '육아'가 들어가 있는지 의문이에요. 개개인이 처한 환경과 상황에 따라 행복도는 달라지는데, 단순히 '결혼'과 '육아'라는 기준으로 한 개인의 행복을 재다니요.

인간이 느낄 수 있는 '행복'은 한 단어로 표현하기 어려울 만큼 그 종류가 꽤 많다고 생각해요. 미혼과 기혼, 자녀의 유무에 따라 느끼는 행복의 종류가 다르다는 사실을, 육아를 하며 확실히 깨닫게 되었죠. 개인적으로는 행복과 불행을 넘나드는 폭도 넓어졌어요. 덕분에 제 내면에 더 다양한 감정을 알 수 있었어요.


저출산 사회라서 더 조심스러웠던 콜라보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에서 전화가 왔을 때, 반신반의하면서 제안을 받아들였어요. 콜라보 그림 에세이를 작업하는 내내, '출산이 답이다.'라는 방향의 글이나 편향된 연구결과를 들먹이지 않으려고 노력했어요. 15편의 칼럼을 마무리하며 그간 쓴 글들을 보니 대한민국의 여성이자 엄마로서, 이런저런 것이 실제로 필요하다는 결론이 참 많았던 것 같아요. 조금 가벼운 그림 에세이를 쓰려고 했는데, 매번 다루는 주제가 가볍게 다룰 수 없는 것들이라 저도 모르게 궁서체로 진지하게 다가갈 때가 많았죠.


저출산은 국가적인 위기죠. 개개인에게 아이를 낳으라고 권유하기보다 아이를 낳고 키우기 좋은 사회로 만드는 것이 더 합리적인 길이고요. 그러나 그 길은 알아보면 알아볼수록 굉장히 복잡했어요. 영유아 복지, 공교육과 사교육, 여성의 취업과 경력, 그리고 어린 자녀를 키우는 가족을 위한 사회 전반적인 인프라 확충 등 복합적이고 다각도의 일이 필요하더군요.


©김우영


그 와중에 저라는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지 생각해 봤어요. 문제 해결에 직접적인 도움은 안되더라도, 바쁜 일상을 살아내느라 놓치고 살던 것들, 부조리한 것들과 마음을 불편하게 했던 사회 이슈들을 다시 한번 끄집어내고자 했어요. 노 키즈존과 임산부 배려석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시선에 대해 다뤄 보고, 독박 육아와 출산 후 몸에 대한 글을 쓰며 육아의 민낯을 드러내 보았어요. 여성의 커리어와 육아 사이에서의 치열한 고민, 남들에게 선뜻 말하기 어려운 경제적 고민들, 아이 교육에 대한 고충도 모조리 꺼내 보았습니다. 이 모든 것들은 감사하게도, 자신의 고민을 제게 공유해 주신 분들이 계셔서 가능했어요.


갑론을박이 벌어지는 댓글을 보면서 아직도 다뤄야 할 것, 목소리를 내야 할 것들이 많다고 생각이 들더군요. 맘블레스유 시리즈는 여기서 끝을 맺지만, 미처 다루지 못한 여러분의 고충들, 제 안의 고민들을 토대로 그림 에세이는 계속될 예정이에요. 따뜻한 공감, 개인의 소중한 경험, 소신껏 의견 남겨 주신 많은 분들 모두 감사드리며, 대한민국에서 아이 한 명을 바라보는 시선이 1℃ 더 따스해지기를, 배려와 정이 넘치는 시민들이 더 많아지기를 바랍니다.






1) Women are happier without children or a spouse, says happiness expert / the guardian




그림작가 김우영

밀키베이비라는 필명으로, 가족의 따뜻함을 그리는 일러스트레이터. 카카오 UX 디자이너이자 밀키의 엄마. 저서로는 <지금 성장통을 겪고 있는 엄마입니다만, 2017>, <우리 엄마 그림이 제일 좋아. 2019> 이 있다. 그림 전시와 아트워크숍을 종종 연다. 인스타그램 19K @milkybaby4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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