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만해선 힝구를 말릴 수 없지.
힝구의 귀가 서서히 뒤로 젖혀지기 시작했다. 때가 된 것이다.
장난기 가득한 눈빛, 10시를 넘은 시간, 아래층 눈치를 보기 시작한 나는 무시한 채,
힝구는 우다다를 시작했다.
우헤헤헤 어디선가 이런 웃음소리가 들리는 건 기분 탓이겠지.
우다다가 시작된 이상, 그를 막을 수 없다.
냥냥냥, '나를 즐겁게 해라 집사!'
아비시니안 힝구, 5분이면 풀충전이 가능한 힝구임을 나는 또 간과했다.
힝구는 쉽게 지치지 않는다. 퇴근 후, 재촉하는 힝구의 울음소리에 한 손에는 숟가락, 한 손에는 냥이콥터 총을 든 내 양손이 바쁘다. 낮 동안 함께하지 못했던 시간을 채우고 나면 힝구는 만족한 듯, 자신이 정해놓은 자리에 누워 나를 구경하며 휴식을 취한다. 나는 힝구의 귀여운 헥헥소리를 들으며 설거지와 밀린 집 청소를 하기 시작한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루틴, 힝구의 화장실 청소를 시작한다. 꼭 자기 화장실을 청소할 때면, 감시라도 하듯이 내 주변을 서성인다. 슬쩍 힝구를 밀어내지만, 이제 몸무게가 3.7kg이 된 힝구는 슬쩍 밀어서는 밀리지도 않는 건장함까지 장착했다. 화장실 청소가 끝나기 무섭게 그 안으로 쏙 들어간 힝구가 자세를 잡는다. '급하셨군요.'
힝구가 집중할 수 있도록 조용히 화장실 밖으로 나와 본격적으로 휴식을 하려 할 때였다! 어떠한 준비도 없이 힝구가 우다다를 시작했다. '아주 시원한 건 알겠는데, 갑작스럽네요.'
그렇다. 그 사이, 힝구는 그만, 모든 에너지가 충전되었다. 원활한 배변 활동으로 가벼워지기까지 한 힝구는 이제 우다다를 멈출 수 없다.
지난번, 힝구는 극도의 흥분상태에서 싱크대 위에 있던 유리잔을 스치며 점프를 시도했고, 바닥으로 떨어진 유리잔은 파사삭 사방으로 튀어 나갔다. 밤 12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 자다 깬 나는 놀랄 틈도 없이 힝구가 다칠까 봐 몇십 분간 바닥을 쓸고 닦고 있는데, 자신이 무슨 행동을 했고 그로 인해 집사가 무슨 고생을 하고 있는지 알지 못하는 힝구는 깨진 유리잔 파편 위에서 정신없이 뛰어놀고 있었고, 나는 아연실색하고 말았다. 결국 걱정되는 마음에 24시간 동물병원을 찾았다가 다행인지, 힝구의 건강함을 진단받으며 할증 붙은 진료비를 납부하고 터덜터덜 새벽길을 힝구와 걸어온 기억이 있다. 그래, 건강하니까 다행이야.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며 마징가귀로 변해가는 힝구를 보며, 나는 잽싸게 그리고 슬쩍 깨질 수 있는 것들을 치우기 시작한다. 힝구는 캣타워부터 현관문 앞까지 뛰어다니며, 넘쳐나는 에너지를 뿜어내고 있다. 그 가운데 덩그러니 앉아 있는 나는 다시 힝구를 위한 힝구 전용 낚시대를 들고 있다. 힝구야 조금만 진정해 줄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