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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아 moi Apr 03. 2024

집사는 자꾸 어디를 가는 거야?

냥이둥절


 나와 하루 종일 함께 하던 집사는 아침마다 어디를 가는 걸까?


 내 곁에 상시 대기하며 시중을 들던 집사가 어느 날부터인가 자주 집을 비우기 시작했다. 다행히 츄르는 잊지 않고 챙겨주지만, 후다닥 급하게 집을 나가고 나면, 내가 아무리 자도 자도, 창밖이 어둑어둑 해질 때까지도 돌아오지를 않아. 내가 장난으로 물었던 집사의 오른쪽 손목이 자꾸 마음에 걸려. 그래서 오늘 밤 집사 몰래 핥아 줄 거야. (냥수줍)


 집사의 발길을 붙잡기 위해 현관 앞에서 대기 중이었는데, 집사가 꺼내 놓은 간식에 정신이 팔려 그만… 놓치고 말았어. 분명 눈을 부릅뜨고 기다렸다고. 나를 너무도 잘 아는 집사는 내 정신을 쏙 빼놓고 몰래 가버린 거지. 좋은데 섭섭한 이 마음 휴.. 내일은 꼭 놓치지 않겠어.


 오늘은 외출할 때마다 뽀뽀를 해주는 집사를 노릴 거야. 집사가 다가온다. 나는 온몸으로 애교를 부리며 집사를 유혹해 외출을 막을 계획이지. 그런데,


 냐옹?! 집사야 그냥 간다고?? 오늘도 작전 실패다옹




 새벽녘, 묘(猫)기척에 잠에서 깨고 말았다. 내 주변을 한참이나 돌던 힝구가 내 손목을 조심스럽게 핥짝이기 시작했다. 몇 달 만에 다시 시작한 회사 생활로 요즘 들어 힝구와 함께하는 시간이 부족해졌다. 집에 와서도 남은 내 일과를 마무리하고 나면, 나는 곯아떨어지기에 바빴고, 그럴 때면 힝구의 울음소리가 더 서럽게 느껴져 미안함이 커졌다. 그 와중에 받은 힝구의 이 남몰래 한 표현이 좋으면서도 미안하다. 내일은 더 많이 놀아줘야지.


 오늘은 힝구가 내 침대에 누워 가만히 나를 바라보기만 한다. 내 출근이 익숙해진 걸까? 인사를 하기 위해 다가가니 조그만 녀석이 온몸을 비비 꼬며 애교를 부리기 시작한다. 차마 그 모습을 외면할 수 없어 같이 장난을 치지만, 마음 급한 출근 시간이라 그 순간은 짧게 끝이 났고, 현관문을 닫으며 마주친 힝구의 두 눈이 지워지질 않는다.


힝구야, 츄르 살 돈 벌어올게! 조금만 기다려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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