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모아 moi Jun 04. 2024

고양이는 행복할 때 게슴츠레해진다


 나는 고양이가 행복할 때 짓는 표정을 알고 있다.

솔직히 처음 그 표정을 마주했을 때는 다소 당황스러울 수 있다. 왜 눈을 그렇게 떠? 화가 났나? 충분히 그런 생각이 들 수 있다.


 고양이와 달리, 강아지가 행복할 때 짓는 표정은 확실히 구분이 가능하다. 실제로 웃는 표정을 짓기도 하는데, 긴장이 풀린 상태로 이완이 되면 입꼬리가 올라가 마치 웃는 것처럼 보인다. 보통 이런 표정은 보호자와 함께 있을 때, 보호자에 대한 신뢰로 안정된 상태에서 미소를 짓게 되는 것이라 한다.


 그렇다면 고양이는 어떨까. 고양이는 행복하면 할수록 눈은 더욱 게슴츠레해지고 동공도 작아진다. 고양이의 동공은 보통 불안하거나 놀랬거나 흥분했을 때 커지는데, 안정되고 행복하다면 반대로 동공이 작아지는 것이다. 그 사실을 모르던 나는, 처음 힝구와 함께 하기 시작했을 때, 나를 왜 계속 저런 표정으로 바라보나 의아했다.


 나에게 화가 났나? 그런데 알고 보니 힝구는 매우 행복한 상태였다. 이제 힝구의 게슴츠레한 표정을 발견하면 힝구의 가슴팍에 귀를 대본다. 골골송이 들려오고, 집사의 입꼬리가 올라가기 시작한다. 녀석.


 힝구를 키우기 전, 내가 아는 반려동물이라곤 강아지가 전부였기에, 힝구의 표정에 대한 오해는 어쩌면 당연했다. 요즘 들어 힝구가 이 게슴츠레한 표정을 자주 짓는다. 요 녀석! 나와 함께 하는 시간이 많으니, 그렇게도 좋으냐? 집사는 힝구 몰래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츄르 하나를 꺼내어 건네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자기 자리라 주장하는 고양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