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장마차, 젖은 낙엽, 붕어빵, 고개 숙이고 걷는 사람들, 캐롤, 어둠. 겨울이 왔음을 말해주는 것들이다. 대개 거리에 있는 것들이지만, 집안에도 하나 있다. 그건 바로, 내 겉옷을 깔고 앉는 고양이다!
집에 돌아와 허물 벗듯이 바닥에 내던져둔 겉옷 위로 고양이가 슬그머니 올라가서 한동안 내려오지 않는 즈음이면, 그건 이미 겨울이 현관문 두드릴 준비가 끝났다는 뜻이다. 나이가 들수록 속된 말로 겨울을 '극혐'하게 되지만, 고양이가 내 외투 위에 올라앉아 까무룩 조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는 이유 하나 때문에 겨울이 없는 다른 나라로 도망치지 않을 수 있다.
다른 고양이나 강아지들도 주인의 옷은 좋아한다고 한다. 관계의 역학을 복잡하게 따지지 않고, 그저 본능대로 익숙한 체취와 따스한 온기에 파고 드는 것이겠지. 아, 정말이지 너무나 사랑스럽다.
나도 누군가의 시선 아래에 오롯이 나를 내려놓고서 애정을 바라는, 사랑스러운 이가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