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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oing Doing Jun 01. 2016

벌레

단상(斷想:생각나는 대로의 단편적인 생각)2016.06.01

하루 동안 집을 비우고 돌아와 바닥에서 이상한 물체를 발견했다.

알고 보니 벌레였다. (나중에 알고 보니 쌀벌레였다.)

벌레에게 센 척을 했지만 사실 울먹이면서 방을 닦았다.

벌레는 왜 존재할까, 라며 벌레에게, 혹은 알 수 없는 누군가에게 분풀이를 하다 보니, 문득 벌레에게 어떤 존재의 의미가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나의 쌀을 갉아먹는 걸로도 모자라 나의 휴식을 방해하며 마음의 평화를 어지럽힌.

집 청소를 하면서 나온 쓰레기들을 내다 버리러 여러 차례 계단을 오갔다. 내가 존재한다는 건, 그 시간만큼 쓰레기를 양산하는 과정일까, 하는 생각을 했다.

나의 쌀을 갉아먹으며 얹혀살다가 동거인에게 들켜 덧없는 죽음을 맞이하고 만 벌레에게 심심한 애도를. 

그리고 나는 쓰레기만 양산해낼 게 아니라, 그래도 좀 더 의미 있는 것들도 생산하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다짐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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