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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ainy Park May 06. 2022

커뮤니티 학습 예찬

성인학습자의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학습 방식

“사람들은 변화에 저항하지 않습니다. 억지로 변화시키는 데 저항하는 것이지요.”

책 두께에 눌려 오랫동안 책장에 꽂아 두기만 했던 피터 센게(Peter M. Senge) 교수의 <학습하는 조직(The Fifth Discipline)>을 최근에 읽다가 눈에 띈 구절이다.


<피터 센게의 '학습하는 조직'>


조직의 비전과 현실 사이에 존재하는 간극(gap)을 극복하려 하면 그 사이에 ‘창조적 긴장’이 존재할 수 밖에 없고, 필연적으로 조직 구성원들의 변화에 대한 저항이 발생하기 마련이라고 이 책은 이야기 하고 있다. 하지만, 사람들이 무조건 변화를 싫어하고 저항하는 것은 아니라는 단서 조항을 덧붙인다. 변화는 자연과 사회에서 필연적이기 때문에 변화 자체를 거부하기 보다는 자신이 스스로 선택하지 않은 변화를 싫어한다는 것이다.


이 문구를 곱씹으면서 ‘학습’에도 동일하게 적용할 수 있는 원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학습자의 ‘학습 동기’는 학습의 효과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변인으로 인식되어 왔다. 남이 하라고 시키는 공부는 그렇게 하기 싫은데,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즐기기 위해서 하는 공부는 주변에서 말려도 자발적으로 열심히 하는 것과 비슷한 이치일 것이다.


우리나라와 같이 입시 위주의 공교육이 고착화 된 환경에서는 많은 초중고 학생들이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학습동기보다 외부로부터 주어지는 동기에 이끌려 공부에 내몰린다. 물론 그 중에는 남이 시키든 말든 스스로 공부하는 자세를 갖춘 학생들도 있고, 처음에는 환경에 이끌려 공부를 하다가 문제 푸는 재미 때문에 동기 유발이 되거나 성적이 잘 나오는 성취감으로 인해 학습 동기를 유지하는 학생들도 있다.


학습동기는 성인 학습에서도 중요하게 다뤄진다. 페다고지(Pedagogy)와 대비되는 안드라고지(Andragogy), 즉 성인학습의 대표적인 학자인 Knowles는 성인학습자에 대해 다음과 같이 몇 가지 가정을 제시한 바 있다(안드라고지는 통상 ‘성인교육’으로 번역하는데 이 글에서는 안드라고지의 중요한 특징인 자발성을 반영하여 ‘성인학습’으로 표현하고자 한다.)  

 

사람들은 성숙해 가면서 자기주도적으로 변한다.

성인들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축적하는 경험은 귀중한 학습자원이다.

성인들의 학습 준비성은 발달 과업 또는 사회적 역할과 깊은 관계가 있다.

사람들은 성숙해 가면서 학습한 지식을 즉각적으로 적용하려고 하고, 학습을 할 때 문제 중심적이다.

가장 강력한 동기는 내적 동기이다.

성인들은 자신들이 왜 그것을 배워야 하는지 알아야 한다.


위와 같은 가정들을 토대로 도출해 볼 수 있는 성인학습의 원리들은 다음과 같다.

자발성의 원리 / 자기주도성의 원리 / 다양성의 원리 / 융통성의 원리 / 생활적응의 원리 / 계속성의 원리 / 상호학습의 원리 / 참여교육의 원리 / 효율성의 원리 / 유희, 오락성의 원리


이 원리들 중에서 가장 핵심적인 원리는 자발성, 자기주도성, 상호학습, 참여교육, 다양성의 원리라고 할 수 있다.


이 원리들에 대한 보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 표를 참고하기 바란다.

출처: https://na-bee.tistory.com/244


나는 위와 같은 성인학습의 원리들이 ‘커뮤니티 기반 학습’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고 생각한다. (이 글에서는 커뮤니티 기반 학습을 줄여서 ‘커뮤니티 학습’으로 표현하겠다.)


커뮤니티 학습에 대한 선행 연구들을 충분히 살펴보지는 못했지만, 커뮤니티 학습과 비슷한 개념을 가지는 다양한 용어들 - 팀학습, 동료학습, 피어러닝(Peer Learning), 학습공동체 등 - 이 있는 것 같다. 최근에는 비대면 학습이 보편화 되면서 기존 온라인 학습의 흐름이 그룹 학습으로 확대된 ‘코호트 기반 학습(Cohort-based Learning)’이라는 개념도 주목을 받고 있는 듯 하다.


커뮤니티 학습은 주로 성인들이 참여하는 학습 방식인데 통상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이 자발적이고 자기주도적인 방식으로 시작한다. 관심사가 비슷한 학습자들이 커뮤니티를 구성하여 서로 질문하고 가르쳐주는 과정에서 학습이 일어나기 때문에 상호학습 원리가 적용되며, 그 과정에 열심히 참여할수록 대체로 학습 효과는 더 커지게 된다. 또한, 대부분의 커뮤니티는 개방적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관심사만 비슷하다면 참여자의 연령이나 학력, 사회경제적 배경 등에 대해 크게 제한을 두지 않아 다양한 학습자들이 모이는 특성을 보인다.


개인적으로 여러 주제와 관련된 커뮤니티에 참여하고 있고, 기회가 될 때마다 참여하고 있는 커뮤니티에서 이루어지는 다양한 세미나, 행사 등에 참여하여 끊임없이 학습하기 위해 노력하는 편이다. 다양한 사람들이 공통 관심사를 가진 커뮤니티에서는 학습이 보다 효과적으로 일어난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우리가 잘 아는 ‘학습 피라미드’에서 찾을 수 있다.

미국행동과학연구소(NTL : the National Training Laboratories)에서 발표한 '학습피라미드'


커뮤니티 학습 활동에도 물론 듣기, 읽기와 같은 수동적 학습 방법에 속하는 방식의 학습도 이루어진다. 하지만, 잘 모르는 내용을 서로 물어보고, 답하거나 연습해 보는 활동들이 더 많이 일어나고 또 서로 가르쳐주는 과정을 통해 보다 효율적인 학습이 일어난다.


커뮤니티를 통한 학습에 관심이 많았던 내가 몇 년 전 정말 재미있게 읽었던 <홀로 성장하는 시대는 끝났다(이소영 저)>라는 책이 있다. 이 책에는 어떻게 사람들이 커뮤니티 활동을 통해 학습하고 성장하는지, 그리고 더 나아가 성공적인 커리어를 개척하고 개발하는데 커뮤니티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 실제 사례들을 제시해 가면서 기술하고 있다. 이 책에서 인상적이었던 구절 일부를 여기에 옮겨 본다.


“흥미를 쫒아 공부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은 인생의 후반기로 갈수록 그 깊이와 넓이에서 차이가 난다.”
“나와 비슷한 흥미가 있는 사람, 혹은 나와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과 함께 성장하겠다는 목표 즉, 선한 의지를 가지는 것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커뮤니티 공부와 리더십의 효과가 극명하게 드러난다. 처음부터 나 하나만의 영달을 목표로 하지 않았기에 공부하면 할수록 실력과 함께 리더십이 커간다. 그리고 행복하게 오래가는 공부를 할 수 있다.”


이 글을 통해 자발적인 학습 동기와 함께 성장하려는 선한 의지가 커뮤니티를 통한 학습, 그리고 더 나아가 리더십에 얼마나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지 알 수 있다.


조직내 학습을 넘어 조직간 학습으로, 그리고 커뮤니티 학습으로


소위 VUCA(Volatility, Uncertainty, Complexity and Ambiguity)로 불리는 요즘 시대에는 지식과 정보의 양이 폭발적이고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IT 등 첨단 기술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며, 과거와 같이 몇 개년 계획을 수립하여 비즈니스를 영위하기 힘들 정도로 변동성이 크다고 이야기 한다. 이러한 시대적 특징으로 인해 기업 조직 내에서도 정해진 정답이 없는 문제들이 증가하고 있고, 이에 대한 해결책이나 솔루션을 사내에서 찾기 어려워지고 있다.


따라서, 많은 기업들이 이제는 직접 풀지 못하는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외부로 시선을 돌리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조직 뿐만 아니라 조직 구성원 개인 차원에서도 마찬가지이다. 특히, IT 분야에서는 갈수록 빠르게 발전하는 기술을 제대로 파악하고 익히기도 벅찬 시대에 살고 있다. 이로 인해 새로운 기술을 잘 아는 조직 외부의 실력자나 구루를 찾아 인사이트를 얻거나 문제 해결을 위한 단초를 얻으려는 모습이 늘어나고 있다. 너무 빠르게 변하는 지식과 기술을 기업 내부에 앉아 있기만 해서는 따라가기 어렵기 때문에 조직 바깥으로 나가 동종업계 종사자들이나 전문가들을 찾아 조언과 도움을 받으려는 것이다.  


기존 기업의 HRD(Human Resource Development) 분야에 CoP(Community of Practice)라는 개념이 있다. CoP는 기업 조직 내에서 구성원들의 역량을 강화 시키기 위한 학습 방법의 하나로 '공통의 직무나 관심사를 학습하기 위해 비공식적으로 결합된 사람들의 모임' 정도로 설명할 수 있다. 우리나라 대기업 조직들에서도 CoP를 많이 시도했으나 회사가 직접 설계하고 지원하는 방식의 CoP는 그다지 좋은 결과를 얻지는 못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따라서, 자발성과 자기주도성이 발휘되기 어려운 CoP와 같은 조직 내 학습 방식을 넘어 조직 간 학습에 대한 필요성이 커져 왔다. 그리고, 소위 MZ 세대의 특성과 맞물려 자유롭고 자발적인 커뮤니티를 만들어 그 안에서 배우고 학습하는 방식이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기도 했다.


[참고] 작년에 <2021 트렌드 코리아> 책을 읽고 HRD 관점에서 살펴 본 글을 쓴 적이 있는데, 이 글의 내용 중 아래 항목이 커뮤니티 학습 트렌드를 잘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오늘하루운동: 크루나 커뮤니티를 통해 함께 운동하며 관계를 확장

"오늘하루운동 트렌드에서 본인은 '커뮤니티 학습'의 유용성을 발견하게 된다. MZ 세대의 경우, 조직이나 회사에서 제공하는 의무 교육 및 훈련보다 본인의 관심사를 따라 느슨하고 편한 관계를 기반으로 학습하는 것을 선호하는 편이다. 주제별 커뮤니티의 경우, 특정 관심사나 주제에 따라 자발적으로 모인 모임으로 이해관계에 얽매이지 않고 상호간에 지식과 정보를 공유하는 특징을 보인다. HRD 담당자들도 이러한 커뮤니티 학습의 특징과 장점을 잘 살펴 자신들의 조직에 적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마무리하며...


빠르게 변화하는 이 시대에서는 혼자서 모든 일을 다 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급격하게 늘어나는 지식과 빠르게 발전하는 기술도 마찬가지이다. 이제 더 이상 혼자서 모든 것을 학습하고 익혀 가면서 일을 하는 시대는 지났다. 조직 내 학습을 넘어 조직 간 학습으로, 그리고 더 나아가 커뮤니티 학습을 통해 스스로를 준비 시키고 무장해야 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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