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해나 작가의 첫번째 소설집을 읽고 장편 소설은 처음 읽게 된다. 특유의 상상력과 재미있는 솜씨로 여러편의 단편 이야기를 보여주었던 전작들을 읽고 흥미가 생겨서 읽어보게 되었다. 이 소설은 미니멀하고 짧은 분량의 소설이다. 하지만 소설을 읽고 남겨지는 잔향은 강하다. 그것은 소설이 일부러 보여주지 않았던 여백의 공간에서 피어오르는 독자들만의 이야기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상상력을 자극하는 방식의 이야기 전개는 흥미롭다.
어머니를 잃고 아버지와 홀로 자란 소년이 있다. 아버지는 어느날 한 여자와 아이를 데리고 들어온다. 그들이 새어머니와 이복 동생이 된다. 고독 속에서 홀로 자라온 소년은 새로운 이들에게 마음을 열지 못한다. 하지만 그 닫혀버린 마음 속에서 때때로 아주 사소한 방식으로 마음이 전해지기도 한다. 아주 잠깐 열리는 마음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따뜻하면서도 아릿해졌다. 상처 받은 마음이란 그렇게 작고 약한 법이니까. 또한 두 팔벌려 형의 따뜻함을 바라지만 좌절되고마는 이복동생과 새 어머니의 마음이 담겨 있기도 하다. 이들의 배려와 닿지 못하는 감정들 또한 마음을 일렁이게 만들었다. 소년과 소년의 이복 동생이 소설의 화자가 된. 네가지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시점의 변경은 둘이 바라보는 세상과 감정이 다르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들의 맞닿지 못하는 감정이 안타까우면서도 아련하게 다가온다. 단촐한 구성의 이야기이지만, 그 깊은 시선이 마음의 울림을 낳는다. 엇갈리기만 하는 이들의 마음은 현실 속에서는 맞닿지 못한다. 하지만 그 마음의 가장 자리 어딘가에서 분명 이들은 서로를 그리워하며 따뜻한 마음으로 바라보고 있을 거란 생각을 한다. 어딘가 두고온 불완전한 마음이 무사하기를 바란다는 작가의 말이 정확하게 들어 맞는 소설이 아니었나 싶다. 가을의 끝자락 쌀쌀해지는 바람이 부는 이 순간 읽기 좋은 소설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