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븐은 1995년 작품입니다. 무려 30년이 지난 지금 보는데도. 전혀 지루하다거나 올드하게 느껴지지는 않더군요. 등장인물들을 건조하게 묘사하고, 군더더기 없이 사건 중심의 이야기 전개를 보여 줍니다. 문학적이고 철학적인 정보들이 흥미를 자극합니다. 잔인한 살해 방식 또한 주의를 집중시킵니다. 하지만 지나치게 잔인한 장면은 간접적으로 묘사함으로서 영화가 가진 윤리를 넘어서지는 않습니다. 처음 영화를 이끌어가는 것은 두 형사이지만, 후반부에 등장하는 살인범에게로 주도권은 넘어갑니다. 살인범이 파놓은 함정에 의해 두 형사는 커다란 격랑에 빠지게 됩니다. 이 반전이 영화의 핵심이며 큰 충격으로 다가오는 영화였습니다.
은퇴를 7일 앞둔 노년의 형사에게 하루에 한 건씩 연쇄 살인 사건이 일어납니다. 7대 죄악을 벌하는 심판 범죄이죠. 노년의 형사는 사건을 피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결코 피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죠. 지적이고 차분한 성격의 노년의 형사와 감정적이고 행동이 더 앞서는 신참 형사는 서로 대립하다가 어느 순간 서로를 보완하며 이야기를 전개 해나갑니다.
철학과 문학적 지식으로 무장한 살인자는 냉철하게 계획하고 살인을 실행합니다. 형사들과의 대화를 통해서 자신은 평범한 인간이고, 정신이상자가 아니라합니다. 그는 분명 정신 이상자는 아닐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는 결코 평범한 사람이 아닙니다. 비만인 사람을 살인하고 역겨운 존재라고 말하고, 성매매 여성을 병을 옮기는 더러운 인간으로 묘사하죠. 그는 철학과 수사로 자신의 살인을 정당화고 있지만, 끊임없이 우월함을 과시해야만,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 받는 초라한 혐오주의자에 불과합니다.
그는 자신의 철학이라는 껍질 안에 숨어 있죠. 그 그릇된 철학과 신념에 사로잡힌 인간이 얼마나 무섭고 역겨운 행위를 저지를 수 있는 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를 단순히 영화 속에서만 등장하는 별종인 인물이라고하기에 현실에서도 그와 같은 수 많은 혐오 범죄를 저지른 인간들을 봅니다. 그의 존재는 현재의 혐오범죄들을 예견이라도 한듯 합니다. 연쇄 총기 살인마의 입에서도, 연쇄살인마 유영철도 자신을 정당화하며 희생자들을 혐오하는 목소리를 내곤 했죠. 도스토예프스키의 오랜 소설 까마라조프씨의 형제들의 이반을 보는 듯하기도 했습니다.
영화는 대부분의 장면을 기교 없이. 건조하게 보여줍니다. 마지막 장면인 영화의 클라이막스에서야 비로소 감정을 드러내 보이죠. 흔들리는 핸드 핼드의 거칠고 흔들리는 화면과 교차편집으로 분노를 응축해서 품어냅니다. 대부분의 장면을 차분하고 단순하게 표현하고, 필요한 부분에서만 감정을 보여줌으로서 결말이 주는 분노와 의미에 더 큰 설득력을 만들어 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