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돌바람 Feb 16. 2022

[쿠바 #14] Bonus; 멕시코 치첸이트사

여행 끝자락에서 새로운 문명을 만나다

멕시코 칸쿤으로 가는 길  

비행기에서 내려다 본 칸쿤 해변. 푸른 해변을 따라 줄지어 서있는 리조트들이 휴양지임을 증명하고 있다.

   아바나를 출발해서 칸쿤까지 걸린 시간은 불과 1시간 30분정도였다. 그 가까운 거리가 오히려 어색하게 느껴졌다. 쿠바라는 나라에 대해 기존에 갖고 있던 이미지, 그리고 역설적이게도 현지에서 보고 느낀 새로운 이미지를 떠올려봐도 쿠바는 다른 나라들과는 한참 떨어져 있어야할 것 같은 느낌이기 때문이었다. 칸쿤 공항에 도착한 것은 그러니까 3시 50분이 다 된 시간이었다.

멕시코 칸쿤 공항의 모습. 확장을 했으려나 모르겠다. 입국수속이 너무 복잡하고 오래 걸린다.

   도착장 입구 문을 들어서자마자 우와~ 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올 만큼 사람들의 물결이 정말 어마무시했다. 그리 작아 보이지 않는 그 공항의 입국심사대 공간이 사람으로 가득차 있었다. 사람 많지 않은 곳에서 한껏 여유를 즐기다 온 터라 이런 복잡함이 엄청나게 어색하게 느껴졌다. 입국심사에만 거의 50분이 걸리고 말았다. 그런데 수하물을 찾아 나오려는데 또 한 번 난관에 봉착했다. 짐 검사가 엄청나게 꼼꼼했다. 우리보다 앞서 통과한 한국인으로 보이는 아주머니들(비로소 멕시코에 와서야 한국인을 포함한 동양인의 모습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쿠바에서는 통~ 볼 수가 없었는데...)이 멕시코 공항직원들에게 한국말로 화를 내거나 짜증을 내는 모습들이 보일 정도였다. 우리 차례가 되었고 우리도 검색대로 끌려가는 처지가 되었다. 그나마 일부는 짐 검사를 하는 직원이 담배는 몇 개가 있냐, 술은 몇 병이냐 등 이것저것 물어보더니 검사를 대~충(그러나 사실 대충은 아니었다. 총무님에 비해 그렇다는 것뿐이다) 끝내줘서 몇 분만에 입국장을 완전히 빠져나올 수 있있지만, 총무님은 아주 꼼꼼한 직원에게 된통 걸렸는지 짐을 하나하나 다 풀고 이것저것 다 검사를 하는 것이었다. 심지어 짐 검사를 하던 직원이 쿠바 슈퍼에서 오전에 샀던 커피를 보더니 검사해야겠다면서 커터칼로 그 봉지를 푸욱 찢는 일까지 있었다. 그리고는 후속 조치라고 해준다는 것이 테이프로 찢은 부분을 다시 찌익 붙여준 게 전부였던 것이었다. 안 그래도 원래 커피 포장 자체가 부실하여 커피 가루가 새는 마당에 그걸 찢고 테이프로 대충 붙여놓았으니 그 다음이야 뻔하지 뭐... 그렇게 공항에 도착해서 공항 건물을 빠져나오는 데 걸린 시간은 쿠바에서 멕시코로 날아오는 시간과 맞먹을 정도로 길었다. 하루종일 아바나 시내를 걸어다니며 여행을 한 것보다 더 지치는 상황이었다.


휴양지의 호텔이란...

   5시가 훌쩍 넘어서야 가이드를 만나 픽업차량에 탈 수 있었다. 이곳 현지 가이드 역시 공항에서 호텔까지만 픽업서비스를 하는 정도만 만날 수 있는 현지 가이드였다. 그는 우리가 가는 호텔이 All Inclusive 호텔 중에서도 아주 좋은 급의 호텔이라고 얘기만 할 뿐 무엇을 어떻게 이용하면 좋은지에 대한 설명이 많이 부족했다. 일행은 그런가보다~ 하고 들으면서 멕시코에 왔으니 마야문명 보러 가보는 것이 좋겠다며 치첸이트사로 가려면 어느 정도의 비용이 드는지를 물었더니 여행사에서 부르는 가격이 우리의 예상을 훨씬 웃도는 수준의 금액이었다. 이걸 어쩌면 좋나 하고 있을 즈음 우리를 태운 승합차가 호텔에 도착을 했다. 호텔 도착 후 일행들은 짐을 풀러 방으로 들어가고 대박님과 도사님은 치첸이트사로 가기 위한 호텔 내 여행사 직원에게 문의를 하기로 했다. 그런데 통역이 어려운 상황에서 가이드가 잠시만 기다리라고 하더니 사라지고 말았다. 기다려도 오지 않고 통역에는 어려움이 많고(영어로 하지만 정통 영어발음이 아니어서 알아듣기가 어려웠다고 한다.).... 우여곡절 끝에 새벽 5시에 치첸이트사로 가기로 결정하고 예약을 했다. 우리 일행들은 그렇게 느릿하고 어리바리한 가이드와 치첸이트사 투어 예약 때문에 완전히 어두워진 이후에야 겨우 저녁 식사를 할 수 있었다.

저녁이 다 되어서야 도착한 호텔의 내부. 국제적인 휴양지의 호텔답게 럭셔리한 모습이 쿠바와는 상반된 모습이다.

   뷔페 식당 테이블에 거의 사람들이 가득 차 있기는 했지만 뷔페를 먹기로 하고 대기표에 이름을 올리고 기다리기 시작했다. 한참을 기다린 후에야 일행들이 3팀으로 나눠 앉아 식사를 했다. 식사는 쿠바의 앙꽁호텔의 뷔페보다 수준이 높았다. 식사 후에는 다시 1층으로 올라와서 호텔 내부의 이곳저곳을 구경했다. 로비도 살펴보고 바다 쪽으로 나 있는 발코니도 살펴보고 하다가 VIP 전용 라운지에 공짜 데킬라도 마셨다. 하루 종일 이동하느라 피곤했던 것도 있고 가이드 녀석과 기다림 때문에 밀려온 스트레스도 있어서 그랬는지 조금씩 취기가 돌기는 했지만 그냥 방으로 들어가기는 아쉬워서 2층에 있는 Sakura Sunset 바로 갔다. 시간이 이미 10시를 향해 가고 있어서 그런지 사람은 많지 않았고 몇몇의 손님들이 여유롭게 술 한 잔씩 하고 있었고 DJ로 보이는 젊은 여자가 음악을 연신 틀어주고 있었다.

Sakura Sunset Bar의 모습. 열맞춰 서있는 각종 술(왼쪽)과 조용히 음악을 틀어주는 DJ(오른쪽)

  그곳의 분위기를 살짝 맛본 후 하루를 마무리하려고 각자 방으로 들어갔다. 밤이 그리 늦지도 않았는데 조금더 여유롭게 즐기지 못한 게 아쉽기는 했지만 다음 날 새벽 5시에 치첸이트사로 출발해야 했기에 일찍 잠을 청하기로 했다.     


치첸이트사로 가기 위한 새벽 여정

  다음날, 아직 해가 뜰 기미도 없는 새벽에 일어났다. 어제 우여곡절 끝에 호텔 앞에서 5시에 치첸이트사로 가는 차를 타기로 예약을 해놓았기 때문이다. 준비를 마치고 시간에 맞춰 로비로 나갔다. 호텔 직원이 감탄 섞인 표정으로 우리 일행을 안내해주었고 5시 약간 넘은 시간에 미니 버스가 호텔 정문에 도착을 했다.

새벽의 호텔 입구. 직원이 친절하게 우리를 안내해주었다.

   버스 안은 텅 비어 있었고 우리는 여유롭게 자리를 잡고 앉았다. 바로 치첸이트사로 출발하는 줄 알았더니 다른 호텔들을 들르면서 다른 손님들을 태우기 시작했다. 여러 호텔들을 돌면서 사람들을 태웠고 점점 버스 안의 좌석들은 채워져갔다. 한참을 그렇게 돌면서 사람들을 태우더니 큰 도로 옆에 와서 차를 세웠다. 분명히 어제 설명을 듣기에 버스에서 간단한 아침을 준다고 했는데 아무것도 주지 않아 슬슬 배가 고파오기 시작했다. 조금 기다렸더니 버스 밖에서 누군가가 다가와 다른 버스로 이동하라고 했다. 대형 버스였다. 이 투어가 이런 시스템인가 싶었다. 여러 호텔들에서 접수를 받아 대형버스로 팀을 꾸려 치첸이트사로 가는 것이었다. 대형 버스를 탈 때 아침을 제공해 주었다. 샌드위치, 과자, 바나나, 음료수 하나가 들어있었다. 그리고는 인원을 체크한 뒤 버스는 이동을 시작했다. 간단하게 허기를 때우고 나서 버스 안에서 부족한 잠을 채웠다.

  대형버스가 출발한지 세 시간만에 치첸이트사 입구에 도착을 했다. 그런데 휴대폰의 시계가 9시 10분이어야 하는데 한 시간이 앞당겨진 8시 10분으로 바뀌어 있었다. 칸쿤과 이곳 치첸이트사와는 시차가 한 시간이 난다는 버스 가이드의 설명이 있었다.

주차장에 있는 치첸이츠사 입구의 표지. 힘들게 왔지만 설렘이 시작되기 시작하는 순간이다.

   대형 버스에 있던 가이드는 도착하기 얼마 전부터 설명을 시작했는데 한번은 영어로 한번은 스페인어로 해주었다. 여러 이야기를 했는데 쉽게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말도 빠르게 했고 수시로 두 언어를 오가는 통에 알아듣기가 너무 어려웠다. 그저 기억나는 것은 한 두 문장을 얘기한 뒤에 ‘오께이?’하는 말이었다. 여행자들이 알아듣든말든 그저 오께이만 연발하면서 계속 설명을 이어갔기 때문이었다. 입구에서 티켓을 받고 가이드 설명이 또 이어졌다. 시차가 있으니 시간에 대한 설명을 단단히 했고 들어가면 두 팀으로 나누어 한 팀은 영어로, 한 팀은 스페인어로 설명을 해주겠다고 했다. 그리고 티켓에는 무슨 음료가 무언가가 포함되어 있다고도 했다.

마야 문명의 유적지임을 알리는 티켓박스 입구의 표지(왼쪽)과 입장권(오른쪽)


마야 문명의 흔적을 만나러~

   9시 30분쯤(칸쿤 시간 기준) 드디어 입장을 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자 세계 7대 불가사의 중 하나인 ‘치첸이트사(Chichén Itzá)’는 처음에는 마야 민족의 한 부족인 이트사 족에 의해 5세기 경에 건설된 도시라고 한다. 이후 7세기 말쯤 이트사 족이 이곳을 알 수 없는 이유로 떠났고 10세기 경 이트사 족이 다시 이곳으로 들어왔으며 얼마 지나지 않아 톨텍 족이 들어와 함께 살게 되었고 이후 약300여 년간 번영을 누리다가 13세기 중반 역시 알 수 없는 이유로 폐허로 변해 방치되었다가 1533년 스페인 정복자들에 의해 다시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었다고 한다. 1,000년의 역사를 통틀어 서로 다른 문명의 사람들이 융합되면서 이 도시에 그들의 흔적을 남겼다. 마야 문명의 화려한 장식과 톨텍 문명의 대규모 건축물이 융합되면서 예술적인 건축물들이 지금까지 남아있다고 한다.

   입구에서 시작된 작은 숲길을 지나면 넓은 광장이 나오고 그곳에는 사진과 TV에서만 보았던 거대한 피라미드 모양의 ‘엘 카스티요(El Castillo)’가 우뚝 서있었다. 쿠쿨칸 피라미드라고도 한다. 이 건축물은 마야의 우주론과 마야력을 상징한다고 한다. 네 개의 경사면에 각각 91개의 계단이 있고 맨 꼭대기의 계단 하나를 더하면 365라는 일년을 나타내는 숫자가 만들어진다. 게다가 각 면에 패널들의 숫자는 마야력의 52년 순환주기를 나타낸다. 그리고 춘분과 추분에는 일몰 때 이 신전의 각 모서리에 뱀과 같은 모양의 그림자가 나타나 신전 계단 아래의 뱀 머리 조각에 연결되는 모습을 만들어낸다고 한다. 마야인의 우주론을 가장 정교하게 보여주는 건축물이라고 할 수 있겠다.

엘 카스티요(El Castillo)의 전경. 앞에 서 있는 사람과 대비하면 그 규모가 상당함을 알 수 있다.
엘 카스티요(El Castillo)의 다른 면 윗 부분. 훼손되어 있는 부분을 통해 속살의 일부를 알 수 있다.

   직접 그 신전을 마주한 첫 느낌은 그 웅장함에 압도되는 것이었고 점차 계단 하나하나와 맨 꼭대기의 사각 단이 눈에 차분히 담기기 시작했다. 새벽에 출발해 아침 일찍 이 신전을 만난 것이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느끼게 된 것은 그 오랜 세월을 묵묵히 지켜온 신전을 성스러움이라는 분위기와 함께 조용히 만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신전 각 면에 있는 계단을 가까이서 보니 생각보다 그 경사가 매우 가파른 모습이었다. 꼭대기로 올라가는 것도 힘들었겠지만 내려올 때는 무척이나 무서울 것 같은 느낌이었다. 예전에는 여행객들이 올라가 볼 수 있었다고 하지만 몇 해전에 추락 사망사고가 발생해서 지금은 올라가 볼 수 없다고 한다. 무서워도 한 번쯤은 올라가 보고 싶었는데... 고요한 분위기 속에서 그 신비함과 황홀함을 맘껏 느낀 후에 우리 일행은 기념사진을 남기고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엘 카스티요의 좌우로는 경기장과 몇개의 신전이 펼쳐져 있었다.

   중에서 엘 카스티요 동쪽으로 또 하나의 거대한 건물이 우리의 발길을 이끌었다. 엘 카스티요보다는 높이가 낮지만 지면과 접한 면적은 엘 카스티요에 뒤지지 않아 보였다. ‘전사의 신전(Templo de los Guerreros)’이다. 원래는 쿠쿨칸 신에게 바친 신전이었는데 세월이 지나며 전쟁 승리를 기념하는 신전으로 쓰였다고 한다. 신전의 앞과 옆에는 엄청난 수의 기둥들이 둘러 서 있었는데 현재 남은 것은 약 200여개이지만 원래는 1000개였다고 한다. 기둥들 사이의 작은 문을 통과하자 신전의 옆면을 볼 수가 있었다. 돌들을 쌓아 올려 단단한 기단을 만들어 신전을 떠 받치고 있었고 역시 많은 기둥들이 일정한 간격으로 이어져 있었다. 이미 무너져 내린 기둥의 돌들도 바닥에 남겨져 세월의 흔적을 보여주고 있었다. 1000년의 세월을 온몸으로 견뎌온 유적이니 그대로 보존되어 있을리가 만무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래도 19세기에야 처음 발견되어 발굴작업이 시작되었으니 그 동안은 밀림 속에서 조용히 보전되어 있었을 것이고 그런 탓에 꽤 많은 유적들이 예전의 형태를 그나마 유지하고 있었다.

전사의 신전(Templo de los Guerreros)

   그런데 기둥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돌을 깎아 그대로 쌓아올린 것인 아니라 깎아낸 큰 돌들 사이에 작은 자갈같은 것들이 흙 또는 석회 같은 것과 함께 섞여서 마디를 이루고 있었다. 지리 전공자와 과학 전공자, 그리고 대충 보는 사람들(모두 우리 일행이다)이 모여 도대체 그것의 정체는 무엇일까 하는 때아닌 토론이 벌어졌다. 물론 정답을 찾지는 못했지만 분명한 것은 무거운 돌들의 사이를 대나무의 마디처럼 그 잔돌들이 어느 기둥에든 다 들어있다는 점이다.

전사의 신전(Templo de los Guerreros) 앞 부분에 줄 지어 서 있는 수많은 기둥들.

   전사의 신전 주위를 둘러보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 보니 우리 일행이 어느 순간 두 팀으로 나누어져 있었다. 지리전공자 도사님, 과학전공자 총무님, 어설픈 두 사람 직진님과 내가 같이 다니고 있었고, 나머지 셋은 언젠가부터 보이질 않았다. 하긴 뭐~ 가이드가 해설을 해준다고 영어와 스페인어 두 팀으로 나누었지만 우리는 우리끼리 다니고 있질 않은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각자 자유롭게 둘러보고 11시 10분(마야 시간 기준)에 입구에서 다시 만나면 될 일이었다. 


더 깊은 곳으로 들어가다. 그리고 만난 마야인들

   신전을 통과하여 조금 더 숲길을 들어가니 시장(El Mercado) 건물의 흔적이 나왔다. 가로로 길쭉한 건물이었고 중간중간 기둥들만 무수히 서 있을 뿐 지붕은 없어졌다. 오래 전 번영을 누리다가 지금은 그 흔적만이 남은 유적지를 보다보면 느끼게 되는 무상감이 다시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지붕을 떠받쳐서 실내로 만들었을 기둥 옆으로 이제는 해가 비쳐 들꽃들이 아침 해를 직접 받고 피어나는 모습을 연출한는 것은 그런 세월의 무상감을 현실감있게 보여주는 것 같았다.

시장(El Mercado)

  조금더 안쪽으로 들어가니 저 멀리 또 다른 유적지가 보였는데 그 앞을 목책이 가로막고 있었다. 출입금지를 나타내는 표지판과 그림이 보였다. 아마도 공개되지 않는 건물일 것이고 어쩌면 지금도 계속해서 발굴 중이거나 복원 중이 아닐까 싶었다.

출입금지 표지판과 목책 너머로 또다른 유적이 보인다.

   발길을 돌려 다시 되돌아 나오려는데 이곳 마야 사람들이 기념품을 팔기 위한 가판을 준비하는 모습들이 보였다. 한 시간쯤 전에 버스를 타고 이곳에 도착할 때 치첸이트사 입구 쪽으로 엄청나게 많은 마야 사람들이 리어카를 끌고 들어가려는 행렬이 있었는데 아마도 그 사람들인 것으로 보였다.

아침에 버스 타고 오면서 본 노점상의 이동 모습

   상품을 전시할 가판을 우선 펼쳐놓고 그 뒤편에서 잠시 아침을 먹고 있는 청년이 보였다. 위대했던 마야 문명의 후손들일텐데 지금은 조상들이 남긴 유적을 찾는 여행객들에게 기념품을 팔면서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청년 하나가 자리를 잡고 뒤늦게 아침 식사를 하고 있다.

   조금 더 걸어 오니까 가판 위에 기념품들을 대략 진열해 둔 사람을 볼 수 있었다. 동그란 나무에 무언가를 복잡하게 새겨놓은 것이 눈에 띄었다. 그것이 무엇인가 궁금하여 물었더니 그 동그란 나무 하나가 일년의 시간이 담긴 마야의 달력이라는 것이었다. 가판의 주인장으로 보이는 청년이 설명을 해주었으나 다 알아들을 수는 없었다. 과연 어떤 방식으로 이 달력을 읽어야 하는지 상당히 궁금하긴 했다.

마야의 달력을 표시한 기념품(왼쪽), 가판의 주인 청년(오른쪽)이 채 준비가 덜 되었는데도 우리를 위해 설명을 해주었다.

   엘 카스티요가 있는 중앙으로 다가올수록 가판은 점점 더 많이 보였고 각종 악세서리와 원색의 아름다움을 보이는 천이나 해먹도 볼 수 있었다. 물론 이곳에서 유명하다는 푸른 색 가면과 해골 모양의 기념품도 자주 보였다.

기념품 장사를 준비하는 현지 주민. 원색의 화려한 문양의 천들과 각종 장신구에 눈이 절로 갔다.
마야의 여러 기념품들


세노테를 찾아 부지런히 이동~!!

  그러던 중 치첸이트사에 대한 안내문과 안내지도 표지판을 발견했고 우리의 위치를 확인했다. 그 순간 도사님이 갑자기 흥분을 하기 시작했다.(여행 내내 도사님이 이렇게 서두르고 흥분하는 것을 처음 보았다.) 지도를 통해서 거대한 싱크홀인 세노테의 위치를 확인했기 때문이었다. 지리전공자답게(?) 도사님은 이곳에 오면서 세노테를 꼭 보고 싶었는데 돌아다니면서 어디에 있는지를 몰라 자꾸 살폈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 지도에 그게 명확하게 표시되어 있었던 것이었다.

치첸이트사의 안내 표지판.

   일행 넷은 도사님의 빨라진 걸음걸이(직진님보다 빨랐다ㅋㅋ)를 따라 나섰다. 엘 카스티요 꼭대기 근처에 날고 있던 매의 무리(그래봐야 서너 마리였지만~)가 매우 인상적이었지만 후딱 보고 지나쳤다. 지도 위치 상 대각선 위치에 있던 세노테는 느긋하게 구경하던 도사님의 발에 성능좋은 모터를 달아준 셈이었다.

엘 카스티요의 정상부에서 날고 있는 매의 무리.

  엘 카스티요가 있는 광장을 가로 질러 좁은 숲길로 들어섰다. 역시 이곳에도 가판들이 줄지어 있었고 그 길을 따라 5분여를 걸어 들어가니까 ‘사그라도 세노테(Cenote Sagrado)’가 드디어 그 모습을 드러냈다. 지리전공자의 말을 빌리자면 이 세노테는 지하에 커다란 구멍이 생기면서 지반이 내려앉아 생기는 싱크홀이며 그 구멍을 지하수가 채워 거대한 연못이 생긴 것이라고 했다. 이 근처에는 이곳 말고도 몇 개의 싱크홀이 더 있다고 한다. 실제로 이곳은 약 50미터는 충분히 되어보이는 깊이만큼 수직으로 둥그렇고 거대한 구멍이 나있고 그 밑에 물이 가득 채워져 있었다. 연못의 반은 푸른 색 물이끼처럼 보이는 것들이 떠 있었고 나머지 부분은 깨끗한(사실 깨끗하다기 보다는 부유물이 없었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 듯하다) 물이 차 있었다.

사그라도 세노테(Cenote Sagrado)

   그리고 한 옆으로는 제단이 하나 있었는데 아마도 그 제단은 가뭄이 오면 기우제를 지내며 우물의 신 차크에게 어린 여자아이들과 동물, 온갖 보석을 제물로 바쳤던 곳이 아닐까 싶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름도 스페인어로 ‘신성한 우물’이라는 뜻의 세노테로 지어진 것으로 보인다. 마야인들은 이 거대한 '우물'을 비의 신 차크가 머무는 곳이라고 믿었고 한편으로는 저승 오아국인 시발바로 가는 통로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래서 이곳에서 기우제를 지냈고 사람을 포함한 제물을 바쳤던 것으로 보인다.(미국 고고학자 톰프슨의 발굴작업을 통해 증명되었다고 한다.) 세노테를 빙 둘러가며 살펴보고 나오려는데 뒤쪽 한 건물 옆에 작은 우물이 보였다. 실제 사용하는 우물인지는 알 수가 없지만 안을 내려다보니 그 끝이 보이지 않아 깊이가 얼마나 되는지 알 수가 없었다. 우물 안으로 작은 돌멩이 하나를 떨어뜨려 보았더니 수 초가 지난 후에야 소리가 났다. 그 정도라면 아마도 굉장한 깊이가 아닐까 싶었다. 인신 공양을 하는 문화가 있었던 시기... 세노테나 이 우물의 깊이 만큼이나 그 세월이 오래되었고, 지금의 시선으로야 끔찍한 일이지만 당시 사람들의 신에 대한 경외감은 인신공양을 넘어설 만큼 깊이가 상당했던 것이 아닐까 싶었다.

사그라도 세노테(Cenote Sagrado)의 제단. 슬픈 사연이 담긴 장소이다.


알수록, 볼수록 신비한 마야의 건축물들

  엘 카스티요가 있는 곳으로 되돌아와서 여행책자에 소개된 대로 신전의 계단 면에 서서 신전을 바라보면서 박수를 쳐 보았다. 역시 소리가 났다. 언뜻 듣기에 새소리 같아 보이는 소리가 선명하게 났다. 하도 신기하여 직진님도, 도사님도, 나도 실험을 해보았다. 어떻게 이런 소리가 날까 싶었는데 옆에 있던 총무님이 설명을 해주었다. 소리의 파장이 뭐... 반사가 뭐... 하여튼 그런 설명들을 해주었는데 이해하기는 어려웠다. 한참을 신기해하며 실험을 하다가 시간을 보니 10시 20분(마야 시간 기준)이 다 되어가고 있었다.

엘 카스티요의 한 면에 수직으로 서서 박수를 치면 그 소리가 반사되어 맑은 새소리와 비슷한 소리로 되돌아 온다.

   이번에는 직진님이 그냥 갈 수 없다며 가이드가 설명해주었던 신도시(?)로 가보자고 했다. 직진님의 발걸음을 따라 신도시(?)로 향했다. 시간이 촉박해서 그런지 직진님의 걸음은 엄청나게 빨라졌다. 세노테로 갈 때의 도사님의 걸음은 양반 걸음 수준밖에는 되지 않아 보였다. 신도시로 가는 길에는 또다른 큰 건축물이 자리하고 있다. 천문대(El Caracol)로 추정되는 건물이다. 중심부에 소라, 혹은 달팽이 모양의 둥근 첨탑이 있어 Caracol이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그 부분이 천문대로 쓰였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천문대(El Caracol)

   세노테의 정반대쪽에 있는 신도시에 도착한 시간은 10시 25분쯤이었다. 가는 길에는 가판들이 이제 거의 다 장사 준비를 마쳤고 본격적으로 판매를 시작한 즈음이라 길 양쪽에 늘어선 가판들은 가히 시장이라고 해도 될 정도였다.

시간이 지날수록 기념품을 파는 가판이 시장 수준으로 많아졌다.

   키가 많이 작고 몸이 통통하고 단단해 보이는 체구로 보아 마야인으로 보이는 듯한 두 아저씨가 눈에 띄었다. 각종 목공예를 팔고 있는 분들이었는데 한 아저씨가 옆에서 직접 그 목공예품들을 만들고 있었다. 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찍으려고 하니 멋쩍은 듯이 웃더니 이내 조각품을 진지하게 만드는 모습을 연출해 주었다. 고마워서 엄치를 척 세워주었더니 빙그레 웃어주었다.

목공예품을 직접 조각하며 만들고 있는 아저씨. 수줍게 웃으며 이 장면을 연출해 주었다.

  신도시(?)에 도착해서 보니 신도시라고는 하지만 역시 수백년 이상된 유적이기 때문에 신도시라는 표현이 무색했다. 다만 엘 카스티요가 있는 주변의 유적들과는 달리 이곳은 그래도 보존상태가 훨씬 나았고 천문대와 신전들의 벽면에 새겨진 각종 문양들이 화려함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다. 엘 카스티요의 축소판으로 보이는 유적이 또 있었다. 아까 해보았던 손뼉치기 실험을 해보았더니 여기서도 소리가 났다. 작은 건물이라 소리가 날까 싶었는데 비웃기라도 하듯 선명한 새소리가 났다. 시간이 부족해서 여유롭게 그곳에 있는 건물들을 자세히 둘러보지는 못하고 빠른 속도로 주변에 있는 다른 건물들로 이동하면서 구경을 했다. 이름과 용도는 알 수 없으나 맨 안쪽에 있었던 건물은 그 꼭대기 혹은 지붕이라 할 만한 것은 붕괴되어 없었지만 건물 벽면에 새겨진 여러 조각들은 예전의 모습을 그대로 남겨놓고 있었다. 1,000년도 더 오래 전에 마야인들의 문명 수준이 무척이나 높았음을 알 수 있는 수준이었다.

   기념사진을 남기고 역시 빠른 걸음으로(얼마나 빨랐는지 나는 카메라를 들어 되돌아오는 길의 장면을 찍을 여유도 없었다.) 입구를 향해 속도를 높였다.

  정해진 시간인 11시경(마야 시간 기준)에 출구 쪽에 도착했고 그 때까지 나머지 세 명의 우리 일행을 만나지 못해 나머지 넷은 일단 출구를 빠져나가 약속된 장소로 갔다. 도착해보니 우리 일행이 거의 맨 먼저 나온 것이었다. 그곳에서 한참을 기다리는데 우리 나머지 일행도 다 만났고 같은 버스를 타고 온 사람들도 하나둘씩 나타났다.

   다른 팀의 여행자들이 일부 늦는 바람에 생각했던 것보다 더 늦어진 시간에 우리 버스는 칸쿤으로 출발했다. 미리 잘 준비하지 못해 치첸이트사를 제대로 보고 느끼지 못해 돌아오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 진하게 남았다. 쿠바에 집중하느라 이곳에 대한 정보를 제대로 알지 못하고 그냥 무심하게 접근했던 것이 살짝 후회가 되었다. 동선을 미리 정하고 건축물 하나하나에 담긴 의미를 이해하며 돌았으면 충분했을 시간인데 무작정 눈에 걸리는 대로 보다 보니 미처 보지 못한 건축물들(예를 들면 경기장, 성자의 무덤, 재규어 신전 등)이 생기기도 했다. 감흥을 느끼기에는 시간이 부족했던 것이 아니라 준비가 부족했음을 깨달았다. 역시 여행은 아는 만큼 보이고 보는 만큼 느낀다는 말을 절실히 느끼는 순간이었다.


휴양지이니까 즐겨 봐야지~^^

  중간에 다시 미니 버스로 갈아타고 우리 호텔로 되돌아온 시간은 오후 3시 15분(이후 칸쿤 시간)이었다. 점심을 먹기에는 다소 늦은 시간이라 식사를 할 수 있는 식당이 있을까 하고 걱정했는데 멕시칸 식당 ‘무초(Mucho)’가 우리를 맞아 주었다. 웨이터가 주문을 받으려고 왔지만 우리는 어떻게 주문해야할지를 몰라서 우리끼리 이래저래 말을 하고 있었는데 눈치껏 이 아저씨가 추천 메뉴로 주문을 받아갔다. 잠시 후 음료, 술과 함께 나초와 잘게 다져놓은 토마토, 그리고 몇 가지 소스가 나왔다. 멕시코에서 먹는 멕시칸 요리, 그 중 대표 나초는 너무나도 맛있었다. 역시 음식은 본토에서 먹어야 제대로다 싶었다. 한국에서 파는 나초와는 달리 담백하고 고소한 풍미가 훌륭했다. 거기에 토마토와 소스를 곁들이니 에피타이저라고 하기보다는 완벽한 하나의 요리라고 해도 될 만큼의 수준이었다(하긴 뭐 부실한 아침 이후에 점심도 제대로 못 먹었으니 배고픔이 맛을 더 좋게 만들었을 수도 있다). 잠시 후 메인 요리가 나왔다. 볶은 고기에 또띠아(?)가 나왔다. 그것도 맛이 좋았다. 다들 맛에 감탄을 하면서 식사를 하고 또 와인과 맥주도 실컷 마셨다. All Inclusive니까~!!

멕시코에 있는 멕시코 식당에서 만난 멕시코 음식. 역시 현지에서 먹는 게 제일 맛있다.

  식사 후 천천히 호텔과 그 주위를 돌아보았다. 칸쿤이라는 곳이 워낙에 유명한 휴양지인지라 호텔 로비에서 바다 쪽으로 난 곳에는 수영장이 적당한 규모로 펼쳐져 있었고 수영복을 입고 음료 하나씩을 준비한 채 비치의자에 반쯤 누워 햇살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았다. 한쪽에서는 사람들이 경쾌한 음악에 맞춰 댄스인지 체조인지 애매한 에어로빅 비슷한 춤을 추며 즐거워하고 있었다. 그 아래로는 바닷가로 이어지는 계단이 있었다. 쿠바 앙꽁보다 훨씬 고운 모래와 더 투명한 바다가 발길을 이끌었다. 신발을 벗어들고 바닷가 모래사장을 찬찬히 걸어 보았다. 바람이 거세게 부는 수준은 아니었지만 파도는 정말 크고 시원스레 밀려 들어오고 있었다. 모래사장에도 비치의자가 있었고 푸른색과 보라색으로 치장된 그늘막이 있는 침대도 놓여 있었다. 그 위에 드러누워 하늘을 나는 갈매기와 에메랄드 빛 바다를 감상하는 것도 참 좋을 것 같았다. 무척이나 낭만적인 풍경들이었다.  저녁까지, 아니 밤 늦게까지 호텔과 휴양지를 즐기고서야 잠에 들었다.

이곳이 세계적인 휴양지임을 증명이라도 하는 듯한 칸쿤의 바다와 호텔 시설의 풍경
여행이 마지막 밤을 칸쿤의 와인과 함께 즐겼다.

  여행의 마지막 날 아침이 밝았다. 아침을 먹고 오전의 여유를 조금 즐기다가 10시에 바다로 나가기로 했다. 쿠바 앙꽁에서도 바다수영을 즐겼던 우리 일행들은 이 멕시코 칸쿤의 에메랄드 빛 바다를 즐기기 위해 나갔다. 부는 바람에 비하면 엄청난 규모의 파도가 밀려들어왔다. 이런 곳에서 파도타기를 하는 재미는 그야말로 대박이었다. 백사장에는 여러 개의 비치의자가 있었고 우리도 두어 자리를 미리 잡아놓았었다. 그리고 비치 의자 뒤쪽 호텔 건물 쪽으로는 간단한 음료와 먹을거리를 제공하는 바가 있었는데 거기서 딸기주스를 가져다가 마셨다. 생각보다 짠 바닷물에서 놀고 온 터라 그 딸기주스의 달콤한 맛은 더욱 배가되는 느낌이었다. 오랜만에 깨끗하고 아름다운 바다에서 신나게 노는 일이라 지난 여행의 피곤함도 다 풀리는 느낌이었지만 12시에 체크아웃을 해야해서 우리의 파도타기 놀이는 11시쯤에 마무리해야만 했다.

  아쉬움을 남기고 11시에 객실로 컴백해서 씻고 짐정리한 후 12시에 체크아웃을 하러 로비로 내려갔다. 로비에서 체크아웃을 했더니 체크아웃 확인표를 나눠주었다. 그것을 가지고 호텔 벨보이를 통해 짐 맡겼다. 저녁 비행기를 타기 때문에 5시까지는 칸쿤의 바다와 호텔을 더 즐길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트렁크들을 다 맡기고 홀가분해진 채(다만, 복장이 휴양지 복장이 아닌 비행기 탑승 복장들이었다)로 수영장 옆 스시바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여유를 즐겼다.


모든 여정을 마무리하다

  5시 반쯤까지 휴양지의 여유를 맘껏 즐기고 맡겼던 짐을 찾고 차를 타고 공항으로 출발했다. 북적거리는 칸쿤공항의 인파를 뚫고 7시경 공항3터미널 C4 탑승구 앞에 도착했다. 8시에 비행기 탑승이 시작되었다. 이제 진짜 돌아가는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집으로 돌아간다는 설렘이나 안도, 편안함보다는 짙은 아쉬움이 더 컸다. 그리고 또 하나 든 생각... ‘앞으로 30시간이나 걸리는 길...’ 그 긴 시간을 견뎌야 한다는 것이 하나의 부담감으로 들기는 했다. 일단 토론토까지 4시간 비행, 그리고나서 8시간을 대기한 후 다시 벤쿠버까지 4시간 30분, 그리고나서 또 인천공항까지 10시간 비행이었다. 부족한 예산으로 여행 계획을 하다보니 이동 시간이 이렇게나 많이 걸렸다. 그 와중에 토론토 공항에서는 시스템이 다운되어 탑승수속이 지연되고 결국 십수년 전에 사용하던 수기 방식의 비행기 수하물표를 받기도 했다.

오랜만에 다시 본 수기로 작성한 수하물표. 끝까지 에피소드를 남겼다.

   마지막까지 많은 에피소드들을 남기며 비행기는 서쪽을 향해 하늘을 날고 있었고 한국시간 2월 1일 오후 4시가 조금 못된 시간에 인천공항에 착륙했다.     


  그동안 해외여행 경험이 많지도 않았고 특히 이번처럼 거의 자유여행을 해본 적은 더더욱이 없었다. 그래서 그랬는지 이번 여행은 수많은 에피소드들을 남겼고 그 어느 때의 여행보다 재미있었고 뿌듯(?)했다. 여행 뒤에 남은 그 무엇(뭐라고 한 마디로 규정지을 수 없는 그 무엇)이 여행을 마치고 여행기를 다 써가는 지금까지도 가슴 한 켠에 묵직하게 자리잡고 있다. 이제는 그 기억들이 내 마음의 서랍 속에서 하나씩하나씩 추억으로 숙성이 되어가겠지. 한참을 숙성하면 또 어떤 모습의 추억으로 만들어질지......




이전 13화 [쿠바 #13] 아쉬움을 뒤로 하고 칸쿤으로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