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월 31일.
남반구는 여름인지라 남아공의 아침은 일찍 시작되었다. 6시에 해는 이미 온 세상을 환히 밝혀놓고 있었다. 일행들은 대충 아침 정비를 마치고 남아공 일정 내내 본부방으로 쓰였던 105호로 모여들었다. 어제 장을 봐둔 것들을 바탕으로 남아공에서의 마지막 아침 식사를 하기 위함이었다. 생각보다 훨씬 풍성했던 아침을 든든히 챙겨 먹고 각자 자신들의 짐을 정리하고 체크아웃을 준비했다. 3일간 같은 숙소를 썼던 직진님, 도사님, 감독님, 그리고 나는 아프리카 내음이 물씬 나는 숙소 방의 소품들과 그림들을 그냥 두고 가기가 아까웠는지 서로 "표범은 내꺼."니, "치타 사진은 그럼 내꺼~!", "이 여인상이랑 치타 사진은 건들지 마! 첫날부터 내가 찜해둔 거야."라며 실없는 소리들만 해댔고, 다음 여행자들을 위해 모두 그 자리에 그대로 두고 사진으로만 담아두며 아쉬움을 달랬다.
숙소를 꾸미고 있던 아프리카 향이 듬뿍 나는 소품과 사진들. 우리들과 함께 사진으로 박제해 두었다. 7시 10분쯤 로비에서 체크아웃을 하고 공항으로 가기 위해 우버를 불렀다. 얼마 지나지 않아 도착한 우버 기사는 우리들의 짐이 많아 무척 놀라는 모습이었다. 그러다 보니 하는 수 없이 차 뒷좌석에 4명씩 타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좁은 틈에 몸을 구겨 넣고 공항으로 30분 정도를 이동했다. 좁아서 힘들어하는 신입 멤버들에게 나와 유쾌님은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라며 쿠바 여행 때 택시 한 대(올드카라서 조금 넓기는 했다)에 우리 일행 모두인 7명과 기사까지 총 8명이 타고 갔었던 에피소드를 얘기하며 한바탕 웃음꽃을 피웠다.
그러는 사이 택시는 7시 40분쯤 케이프타운 국제 공항에 도착했다. 수속하는 곳을 찾아갔는데 카운터에는 사람이 없고 대기줄만 있었다. 8시가 되자 비지니스석을 예약한 손님들 먼저 탑승 수속을 시작했다. 10분쯤 지났을까. 드디어 이코노미도 탑승 수속을 시작했다. 이곳으로 올 때 환승을 하며 촉박한 시간 때문에 우리를 애태우게 했던 에티오피아의 아디스 아바바 공항보다는 나은 서비스지만 여기도 느리긴 느리다. 다시 한번 서비스의 속도와 품질은 한국이 최고라고 느끼게 되는 순간이었다. 비지니스석 쪽의 수속이 끝나자 거기서도 이코노미 수속을 시작했다. 총무님과 함께 짝을 이뤄 직원에게 여권을 같이 내밀었더니 직원이 둘 다 Kim이라며 한국인은 Kim이 아주 많다고, 자신의 한국인 친구도 Kim이라며 반갑게 맞아주었다.
아침부터 케이프타운 공항은 꽤나 북적거렸다. 9시가 조금 안 된 시간에 모든 수속을 마치고 우리 일행은 출국장에 들어설 수 있었다. 아침부터 부지런을 떨었던 덕에 시간의 여유가 조금 있었다. 일부는 출국장 안쪽에 있는 코끼리 부조가 장식된 벽에서 사진찍기 놀이를 하였고 또 일부는 면세점과 기념품점을 돌아다니며 쇼핑도 했다. 면세점과 기념품 가게는 당연히 인천공항에 비하면 애교 수준이긴 했지만 아프리카의 특색을 드러내기에는 부족함이 없었다.
코끼리 부조 앞에서 사진찍기 놀이(왼쪽), 기념품점 내부의 화려한 각종 기념품들(오른쪽) 그렇게 여유로운 시간들을 보내고 게이트 B3로 찾아갔더니 건물에서 비행기로 바로 연결되는 것이 아니라 비행기까지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시스템이었다. 어쩐지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아래로 내려가는 것이 조금 이상하다 싶었다. 활주로와 같은 지면을 쓰는 그곳에서 창 밖으로 이따금씩 오가는 비행기와 버스들을 구경하며 시간을 보냈다. 공항치고는 한산한 모습에 한껏 여유롭게 우리의 탑승 안내 방송을 기다렸다.
B3 탑승구에서 바라본 케이프타운 공항의 활주로 쪽 풍경. 아침 시간이라 그런지 번잡함보다는 고요함(?)이 묻어나는 풍경이었다.
나미비아의 빈트후크까지 가는 항공권
10시 10분, 케이프타운 발 빈트후크 행 에어나미비아의 SW714편이 제시각에 출발했다. 비행기는 국내선에서 늘 타던 크기의 1열에 6석짜리 비행기였다. 이 와중에 총무님은 '이거 잘 뜨겠지'하면서 또 걱정을 시작했다. 아무래도 걱정인형을 하나 사서 안겨줘야 할 듯하다. 이 비행기 편은 완행버스처럼 나미비아의 왈비스베이에 들러서 사람을 태우고 내리고 한 후에 다시 나미비아의 수도인 빈트후크로 가는 비행기다. 국제선을 타는데 국내선을 타는 느낌이기도 했고 비행기가 이렇게 정류장을 들러 손님을 태우고 내리고 하는 시스템이 처음인지라 뭔가 굉장히 어색하기도 했다. 하여튼 케이프타운에서 출발할 때의 비행기는 승객이 별로 없어 자리가 넉넉했다. B3게이트에서 비행기로 손님을 나르는 버스 한 대로 비행기 승객을 모두 옮길 정도니 비행기는 무척이나 여유로웠던 것이다.
우리가 탑승한 빈트후크 행 완행 비행기. 이 큰 비행기를 타면서도 총무님은 작다고 걱정을 했다. 비행기가 이륙을 하고 하늘 높은 곳을 가로지르기 시작해서 얼마 지나지 않아 항공지도는 국경선을 넘어 나미비아 땅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비행기 아래로 사막 풍경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끝없이 펼쳐진 모래의 광야는 똑같은 모습이 아니었다. 중간중간 물이 흘렀던 흔적들이 남아 있었고 우기에는 강처럼 만들어지는 곳 주변으로는 나무들이 줄을 지어 서 있어 하나의 띠처럼 보였다. 그 띠를 경계로 모래의 색깔도 달라지는 신비한 모습이 드러났다. 또 어떤 곳은 (사진으로는 잘 드러나지 않지만) 모래 언덕과 바위 언덕들이 산맥처럼 이어지고 그 사이로 물 흐른 흔적들이 남아 있기도 했다. 오랜 시간에 걸쳐 형성된 사막이 그간의 지각 변동이나 기후 변화를 몸소 다 보여주려는 듯한 모습이었다. 왈비스베이로 가기까지 사막은 그렇게 나름 변화무쌍(?)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물이 흐른 흔적을 따라 나무들이 줄지어 서있고 그곳을 경계로 모래의 색깔도 완전히 달라졌다.
하늘에서 내려다본 사막의 모습은 결코 단조롭지 않았다.
어느 순간 고도가 점점 낮아지더니 비행을 시작한 지 2시간 만에 우리가 탄 비행기는 왈비스베이 정류장(?)에 도착을 했다. 공항은 사막 한가운데에 있었다. 활주로 주변 풍경이 이곳은 누가 봐도 사막임을 증명하고 있었다. 잠시 후 사람들이 내리기 시작했다. 여기에서도 사람이 꽤 많이 내렸다. 우리를 제외한 거의 모든 승객이 내리는 것 같았다. 아마도 승객의 90펴센트 정도가 바뀌는 듯했다. 왈비스베이 공항이 너무 작은 건지 비행기에서 내린 사람들이 터미널까지 그냥 걸어가기 시작했다. 공항 건물과 연결하는 탑승교는 기대할 수도 없었고 도착장까지 연결하는 버스도 없었다. 그냥 걸어서 들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새로 비행기를 탈 사람들도 느긋하게 걸어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한 20명 남짓이라 비행기가 더 많이 비겠다 했는데 정말 느긋하고 천천히 꼬리가 끊어질 듯 끊어질 듯하면서도 계속 사람들이 밀려왔다. 그러더니 비행기는 결국 만석이 되었다. 그리고 비행기 안이 무척이나 시끌시끌해졌다. 그렇게 30여분이 지나 12시 40분쯤 비행기는 다시 출발했고 우리의 목적지인 빈트후크를 향해 날아올랐다.
비행기 좌석에 앉아 바라본 왈비스베이 공항의 모습. 사막 한가운데에 공항이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준다.
비행기와 공항 건물 사이의 도로를 승객들이 걸어 다닌다. 그동안 비행기를 숱하게 많이 타 보았지만 환승이 아닌 이런 완행 시스템은 처음이었다. 대륙의 스케일이라고나 할까? 드넓은 땅에 육로로 이동하기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는 거리를 비행기로 버스처럼 이동하는 시스템은 낯설고 신기하기만 했다. 더욱이 사막 가운데에 있는 왈비스베이(결국 다음 날 우리는 자동차로 이곳까지 오게 된다) 공항은 시골 버스정류장마냥 느긋하게 사람들이 걸어 다니며 비행기를 타고 내리는 정겨운(?) 모습을 우리에게 선사해주었다. 그러고 보니 이곳에서 새로이 비행기를 탄 승객들은 무언가 도시적인 느낌의 모습들이라기보다 그냥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동네 이웃 같은 소탈한 이미지를 가진 사람들이 많기도 했다.
잠깐 이런저런 상념에 젖어 혼자 창밖을 보며 미소를 짓고 있었는데 한 시간도 채 되지 않아 비행기는 빈트후크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빈트후크 공항도 드넓은 평지에 약간의 초원이 있어 나무들이 조금 공항 주변으로 펼쳐진 곳에 있었다. 왈비스베이 만큼은 아니었지만 사막의 나라다운 모습을 공항에서부터 보여주고 있었다.
빈트후크까지 무사히 데려다준 비행기에서 내리고 있다. 뒤편으로는 광활한 사막의 평지가 이어져 있다. 빈트후크에 도착한 비행기에서 내려 우리는 공항 내부로 들어갔다. 공항 건물은 그리 크지 않은 규모였고 사람도 붐비지 않아 금방 입국 수속을 끝내고 나갈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오산이었다!! 우리는 이 빈트후크 공항에 오후 내내 묶여 있을 수밖에 없었다. 비행기에서 내린 시간은 오후 1시 30분이 조금 못된 시각이었는데 이곳을 빠져나간 시간은 5시가 훌쩍 넘어서였다.
"웰컴 투 빈트후크"를 내건 이 공항에 우리는 4시간 가까이 묶여 있어야만 했다. 우선 입국장 게이트를 통과하는 데서부터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비자 문제였다. 비행기에서 내린 사람들이 입국 게이트 앞에 주욱 줄을 섰고 빠르지는 않지만 그래도 괜찮은 속도로 통과를 하고 있었는데 우리 앞 쪽에 있었던 중남미 쪽에서 온 여행자들부터 무언가가 꼬이기 시작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미리 받아둔 비자를 갖고 있어 그대로 쉽게 통과를 했는데 우리 앞에 있던 중남미 쪽 여행자들도 아마 우리처럼 공항에서 현지 비자를 받으려고 한 듯하다. 자세한 내용은 모르겠지만 공항 직원과 여행자들 사이에 무언가 제대로 일이 진행되지 않아 시간이 꽤 오래 지체되었다. 그러던 중 근무자 교대 시간이 되었는지 공항 직원이 바뀌고 또 한참을 뭔가 이야기하며 잘 진행이 되질 않았다. 우리 순서가 되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공항에서 현지 비자 발급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어서 그런지 직원들의 일처리는 느긋하다 못해 너무너무 느렸다. 심지어 비자 발급비로 내는 돈을 세는 것마저 너무 느렸다. 아무리 우리나라가 빨리빨리 문화에 익숙해져 있다고 해도 이건 너무 심했다. 총무님, 도사님, 감독님이 데스크에 매달려 애를 써보는데 이미 시간은 한 시간을 넘어 두 시간째로 향해 가고 있었고 뒤에 들어온 비행기 승객이 모두 빠져나갈 때까지도 우리는 우두커니 기다려야만 했다. 이미 짐 배출이 끝난 수하물 벨트 옆에 의자에 앉아 남아공에서 가져온 사과를 분노에 차 씹어 먹었다. 우리 앞에 있던 다른 여행자도 문제였지만 우리의 비자를 받는데도 시간과 노력(?)이 상당히 많이 들었다. 느릿느릿한 속도에 조바심과 짜증이 늘어갔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이들은 이들의 관념대로 자신들의 일을 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그걸 탓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어쩌면 우리가 너무 급하게, 빠르게만 살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오후 3시가 넘어서야 겨우 비자를 발급받았고 그 이후에 입국심사까지 받고 입국장을 탈출(?)하니 시간은 3시 30분이 넘어가고 있었다.
이미 수하물 벨트는 멈췄고 우리는 이곳 구석에서 분노에 차 사과를 씹으며 허기를 채워야 했다.
뒤늦게 나온 우리 일행은 부랴부랴 일단 유심을 구입하고 장착을 했다. 3개 조로 나누어 렌터카를 이용해서 이동할 예정이기 때문에 최소 3명이 유심을 장착해야 했다. 남아공에서의 경험이 있어 구입과 장착에 그리 오래 걸리진 않았다. 바로 공항 내에 있는 렌터카 업체로 갔다. 렌터카는 출발하기 전 한국에서 미리 예약을 해두었고 대금도 결제를 해두었다. 가서 차량 확인하고 받기만 하는 되는 것이었는데...... 그런데 또 여기서 문제가 생겼다.
렌터카 업체에서 차를 받기 위한 절차에 돌입했다. 이 상태로 다시 한 시간... 렌터카 업체에 도착해서 예약했음을 알렸더니 직원이 운전자 정보와 여권, 신용카드도 요구했다. 그거야 뭐 필요한 절차니까 나와 직진님, 반전님 이렇게 3명의 주 운전자와 추가로 보조 운전자 3명의 정보를 제공했다. 그렇게 절차가 끝나는 줄 알았는데 갑자기 보험 얘기를 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뭐 그러려니 하고 듣고 있었는데 보험료가 생각했던 것보다 어마무시했다. 뭔가 이상했고 한국에서 예약할 때 함께 참여했던 일행들 사이에 토론이 벌어졌다. 분명히 인터넷으로 예약을 할 때 보험 가입을 한 것 같은데 무슨 추가 보험이 또 있느냐부터 이거 남아공에서 렌트하려고 했을 때 그런 식의 추가 보험인데 안 해도 되지 않느냐, 아무래도 사막 비포장도로도 달려야 하는데 추가 보험을 하는 게 안전하지 않겠냐 등등... 직원에게 여러 가지를 묻기도 하고 인터넷으로 예약한 서류들을 다시 찾아 살펴보면서 어떻게 해야 할지를 고민하고 있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있을 때 서양에서 온 여성 한 명이 옆 카운터로 오더니 불과 몇 분 만에 쿨하게 얘기를 끝내고 우리보다 먼저 차량을 인수하러 가는 것이었다. 순간 우린 지금 뭐 하고 있는 거지...라는 생각이 들었고 생각보다 너무 비싼 추가 보험까지는 할 필요가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차량을 인수받기로 했다. 최종 결정을 하고 노란색 봉투에 담긴 키를 받아 놓고 보니 여기서도 한 시간 이상을 허비했음을 알게 되었다. 1시 20분쯤에 도착한 나미비아의 빈트후크 공항에서 완전히 벗어난 시간은 오후 5시 20분이었다. 무려 네 시간이나 걸렸다. 무엇보다 비자는 미리 받아두는 것이 훨씬 좋겠다는 점을 다시 한번 처절하게 깨달은 순간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받게 된 서류와 키가 담긴 노란 봉투(왼쪽), 우리를 기다리던 렌터카들(오른쪽) 우여곡절 끝에 차량을 빌리고 차량 점검을 마쳤다. 그리곤 차 3대에 한국에서부터 챙겨 온 무전기를 배분했다. 서로 실시간으로 연락도 하고 만일의 사태를 대비하기도 하려는 조치였다. 그런데 이곳 나미비아는 우리와 차량 진행 방향이 다르다. 그래서 차의 핸들도 차량 내부의 왼쪽이 아닌 오른쪽에 있다. 굉장히 어색한 느낌을 안은 채로 시내에 있는 숙소로 가기 위해 운전을 시작했다. 좌회전, 우회전이 처음에는 무척 어색했다. 좌회전이든 우회전이든 회전을 한 후에 반대 차선으로 진입하는 실수를 하기도 했다. 조수석에서 알려주고 뒤차에서 무전기를 통해 알려주기도 했다. 적응이 될 때까지는 조심 운전을 해야 했다. 도심에서 20여분 떨어져 있던 공항을 출발해서 도심으로 들어올 때의 풍경은 왕복 2차로의 좁은 도로이지만 고속도로처럼 쭉 뻗은 길 옆으로 수풀들이 꽤나 자리 잡은 초지가 펼쳐져 있었다. 아무래도 물이 그래도 좀 있는 곳이겠다 싶었고 그래서 나라의 중심도시로, 수도로 이곳이 택해진 것이 아닐까 싶었다. 도심에 진입하자 도로가 복잡해지고 여러 건물들도 나타났다. 퇴근 시간대와 겹쳤는지 약간의 정체도 있었다. 조심스레 좌회전 우회전을 하면서 나미비아에서의 첫 숙소인 힐튼호텔에 도착했다.
나미비아의 도로 운행 시스템은 우리와 반대이다. 그래서 좌측통행을 해야 하고 운전석도 오른쪽에 있다.
오후 6시. 오래 걸리지 않을 것 같았던 이동 시간이 한참이나 지연되어 힐튼 호텔 도착했다. 예정에 없던 지연이었고 빈트후크 시내를 돌아보려던 오후 일정은 모두 취소할 수밖에 없었다. 호텔 체크인을 하고 일단은 조금 쉬기로 했다. 여행을 다니며 피곤이 쌓인 것이 아니라 긴긴 기다림의 시간이 우리를 지치게 했다. 각자의 숙소로 들어가 간단히 짐을 정리하고(내일 아침 바로 이곳을 떠야 해서 간단히만~) 약간의 휴식을 취한 후 7시에 로비에서 만나기로 했다. 저녁을 먹으러 나가기 위함이었다. 식당은 미리 검색을 통해 정해두었던 Joe's Beerhouse였다. 이름만 들으면 맥주를 파는 주점 정도로 보이지만 이곳은 아프리카의 식용 고기들을 종류별로 맛볼 수 있는 곳이라고 해서 한국에서부터 찜해두었던 곳이다. 3대의 차 중에 1,2호차만 끌고 10명이 모두 식당으로 이동했다.
해가 서쪽 하늘 끝에 걸릴 즈음 우리는 Joe's Beerhouse에 도착했다. 꽤 큰 규모의 식당이었고 손님도 무척 많아 보였다. 골목길 건너편에 별도로 마련된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정문을 통해 들어가니 아프리카 느낌이 물씬 나는 외관이 우리를 반겼다. 내부로 안내받고 자리를 잡고 앉았는데 내부 역시 토속적인 느낌과 함께 각종 장식품들이 달려 있어 우리가 아프리카에 온 것이 맞구나라는 생각이 충분히 들게 했다.
Joe's Beerhouse의 내부 모습. 각종 장신구들이 이곳의 분위기를 더욱 깊게 했다. 그러나 우리에게 진짜 이곳이 아프리카임을 알리는 것은 메뉴들이었다. 영어로 된 메뉴판에는 각종 고기들이 스테이크로 제공되고 있음을 알렸다. 우리는 약간의 놀라움과 함께 한국에서는 절대 맛볼 수 없는 고기들을 주문해보기로 했다. 사슴고기, 얼룩말고기까지는 그러려니 했는데 악어고기도 있었다. 이 모두를 주문해 보았다. 그리곤 기다렸다. 기다림의 시간 동안 (또 얼마를 기다려야할지 모르니까) 반전님은 식당 냅킨을 도화지 삼아 드로잉 솜씨를 보여주셨다. 아프리카에 왔음을 증명이라도 하는 듯 붉은 색 펜으로 이곳의 느낌을 보여주는 인물화를 멋지게 그려내셨다. 그렇게 얼마를 기다렸더니 메뉴가 하나씩 등장하기 시작했다. 익숙하지 않은 식감이긴 했지만 그래도 먹을 만했다.
Joe's Beerhouse의 메뉴와 우리가 주문한 얼룩말, 악어, 사슴 고기의 모습. 반전님의 드로잉 솜씨(윗줄 중앙) 이 날은 참으로 길고도 긴 느낌이었다. 아침부터 일찍 일어나 부지런히 움직였음에도 나미비아에 도착에 호텔에 짐을 풀어놓고 보니 하루가 저물어 버렸다. 저녁을 먹고 호텔로 되돌아와 편한 복장으로 갈아 입은 뒤 일행 몇몇이 호텔 야외 테라스에 나와 앉아 맥주 한 잔씩 하며 담소를 나누었다. 남반구의 밝은 달이 구름도 별로 없는 하늘에서 밝게 이곳을 비추고 있었다. 오랜 이동과 기다림에 지친 이야기도 있었지만 내일 일정에 대한 토론도 있었다. 바로 사막이 있는 소서스블레이로 가느냐, 아니면 왈비스베이 쪽을 들러서 가느냐에 대한 토론들이었다. 지치고 힘든 하루였지만 그에 대한 불평보다는 내일부터 펼쳐질 일정들에 대한 설렘이 많았기 때문이리라. 그렇게 일정에 대한 이야기들을 마무리하고 밤이 더 깊어지기 전에 이날 하루를 마무리하고 다들 잠자리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