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2월 첫날. 전날 어수선하게이곳에 어렵게 도착했던 기억을 잊으라는 듯 날씨는 아침부터 쾌청했다. 좋은 호텔에서 하루 쉬며 여유롭게 시내 투어를 하려고 했던 어제의 일정은 모두 취소가 되어 버렸고 이 좋은 호텔에서 누릴 것은 이제 조식밖에 없었다. 나미비아에서는 힘든 여정이 있어 첫날만이라도 5성급 호텔에서 쉬자며 예약했었는데 호텔시설만큼이나 조식도 괜찮았다. 어제는 오랜 기다림의 시간에 지쳤다면 오늘은 목적지까지 거리가 멀어 꽤 오랜 시간을 이동해야 하는 일정이라 다들 아침 식사를 든든히 했다.
빈트후크 힐튼 호텔에서의 처음이자 마지막 식사.
식사를 마치고 빈트후크에 대한, 호텔에 대한 아쉬움을 그대로 남긴 채 짐을 모두 차에 싣고 1, 2, 3호차가 줄지어 출발했다. 호텔을 빠져나온 지 1~2분 만에 어제 우리가 시티 투어를 하며 가 보려 했던, 1900년대 초반에 세워진 루터교 교회 Christuskirche가 나타났다. 그리고 그 가까운 곳에 있는 국립 박물관도. 전날 식당으로 가면서도 잠깐 스쳤던 곳인데 오늘도 역시 차 안에서 스쳐 지나가듯 외관만 볼 수밖에 없었다. 아쉬움을 삼키며 서둘러 다음 목적지로 가야 했기 때문이다.
가보고 싶었으나 일정 상 외관만 보고 지나칠 수밖에 없어 아쉬웠던 Christuskirche 교회
어젯밤 호텔 야외 테라스에서 오늘 일정에 대한 토론 끝에 일정을 재조정했다. 아래 지도에서 나타나듯이 사막 지역을 제대로 볼 수 있는 소서스블레이(Sossusvlei) 지역과 바다를 끼고 있는 나미비아 제2의 도시 왈비스베이(Walvis Bay), 스바코프문트(Swakopmund)를 모두 보고 싶은 우리의 욕구와는 달리 이 두 지역은 빈트후크를 기준으로 삼각형 모양으로 펼쳐져 있어 자동차로 하루 만에 이동하기에는 너무도 멀었다. 결국 우리는 먼저 사막으로 가 소서스블레이 지역을 찐~하게 보고 중간에 왈비스베이에 다녀오기로 했던 원래의 일정을 바꾸어, 첫날인 이날 스바코프문트와 왈비스베이를 먼저 가서 보고 바로 다시 소서스블레이 지역으로 이동하기로 했다. 내비게이션을 통해 검색해 본 마지막 날의 이동 거리와 시간이 다음 국가로 이동하는 비행기 시간을 맞추기에는 너무 무리이겠다 싶었기 때문이다.
나미비아에서 우리가 직접 운전해 이동했던 경로를 대략적으로 다시 표시해 본 지도.
빈트후크에서 스바코프문트(Swakopmund)로 가는 B2국도는 말끔하게 잘 포장된 길이었다. 우리의 고속도로처럼 중앙분리대나 갓길의 가드레일은 없지만 아스팔트 포장이 꽤 잘 되어 있다. 속도를 내어 질주하는 맛이 있는 도로였다. 도로에는 차가 별로 없어 우리 차 3대가 속도를 경쟁하듯 달려 나갔다. 그러더니 어느 순간 3호차가 속도를 내더니 2호차를 추월해 1호차 옆까지 쫓아왔다. 알고 보니 우리의 촬영감독님께서 질주하는 우리의 운전 모습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짐벌까지 동원해 촬영을 하고 있던 것이었다. 그에 맞춰주려고 3호차 운전자인 직진님은 직진 본능을 맘껏 드러내고 있었다. 멋있게 손을 흔들어주며 나미비아 국도를 고속으로 질주하는 즐거움을 누렸다. 잠시 후 검문소를 지난 뒤 1호차 운전자인 나는 규정 속도까지 힘껏 스피드를 올렸다. 반전님이 운전하는 2호차와의 거리가 멀어지는 것이 느껴졌다. 그 순간 무전기가 삐릭삐릭 소리를 내었다. 뒤차에서 무전을 치는가 했는데 아무 목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 소리가 이후에도 운전하는 내내 종종 들렸다. 나중에 안 사실인데 무전 가능 거리를 벗어날 때 나는 소리였다.
빈트후크에서 고속도로로 진입한 후 3호차가 앞선 차의 모습을 찍어주려고 추월을 하며 질주하고 있다.
빈트후크에서 멀어질수록 도로는 왕복 2차선으로 줄어들고 주변 풍경도 서서히 바뀌어 갔다. 꽤 많았던 나무들이 서서히 사라져 가고 낮은 키의 초목들만 남더니 황량한 맨땅과 함께 붉은 흙이 많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사람에게는 물이 중요한 것이어서 제주도 전통 마을이 해안가에 있는 용천수 중심으로 형성되었듯이, 사막지역에서는 물이 있고 그래서 나무와 풀들이 있는 곳을 중심으로 마을과 도시가 형성된 것이었다. 그런 곳을 벗어나기 시작하니 점차 사막을 향해 들어가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 시작한 것이었다. 나미비아의 수도 빈트후크를 빠져나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곡선의 원뿔 모양을 한 거대한 개미탑들이 보였고 어느덧 주변 풍경은 사막 주변의 스텝, 혹은 사바나 기후를 보여주며 서서히 변해 갔다.
키 작은 나무들 사이사이로 저런 모양의 개미탑이 정말 많이 보였다.
가야 할 거리가 너무 멀기 때문에 1호차를 운전하는 나는 계속 질주했다. 그런데 삐릭거리는 무전기 소리가 어느 순간 들리지 않았다. 무선 경계를 넘나들 때마다 나던 그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뒤차에 무슨 일이 생겼나 보다 하는 불길한 생각이 스쳤다. 안전해 보이는 길가에 차를 세우고 뒤차들을 기다렸다. 그런데 나타나지를 않는다. 아무리 무전을 쳐봐도 아무 응답이 없었다. 그래서 뒤차 일행에게 전화를 해보았다. 소리가 희미해 정확히는 잘 안 들렸는데 큰일은 없고 오는 길에 무슨 산인가를 봤는데 차를 세워 그걸 보고 오겠다는 것이었다. 일단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대체 우리 직진님은 산만 보면 그저 오르려는 저 본능을 어찌할꼬 하며 기다리기로 했다. 10여분 뒤 2호차, 3호차가 나란히 나타났다. 얘기를 들어보니 책 속에서만, 사진으로만 보았던 개미탑, 아니 개미'산'을 본 일행들이 "어머, 이건 꼭 봐야 해!"라며 차를 세우게 했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해서 2,3호차에 탔던 일행들이 차에서 내려 개미탑 가까이 가서 살펴보기도 하고 사진도 찍고 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동영상을 보여주는데 그걸 보고 1호차에 탔던 나와 도사님, 열혈님, 작가님은 깔깔대며 웃을 수밖에 없었다. 개미탑 앞까지 가서 사진을 찍는데 거기 살던 개미들이 위협을 느꼈는지 습격을 해온 것이었다. 사람에게 기어오르고 물고... 그러니 사진을 찍는 사람이나 찍히는 사람이나 춤을 추듯 폴짝폴짝 뛰면서 그러면서도 끝끝내 사진을 찍는 모습이 그 영상에 담겨 있었다. 사진은 평온했으나 실상은 야단법석이었던 것이었다. 그 영상 탓에 뒤차를 걱정하던, 무슨 산에를 가냐며 투정 부리던 것은 어느새 다 잊혀져 버렸다.
개미탑 앞에서 기념 사진을 찍는 감독님과 선비님. 자세가 무언가 불안한 모습이다~^^
다시 출발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빈트후크에서 멀어질수록 자동차의 속도만큼이나 빠르게 창 밖 풍경은 점점 사막을 향해 변해가고 있었다. 1호차에 같이 탔던 작가님은 그런 풍경들을 휴대폰 타임랩스로 계속해서 담아내고 있었다.뒷좌석 창을 통해 바깥 풍경을 담다가 어느 순간 셀카봉을 쭈욱 빼더니 차 앞유리 중앙으로 카메라를 들이미는 묘수를 발휘하기도 했다. 얼마를 달렸을까. 휴식이 필요했다. 도로 옆으로 빈 공터가 있길래 그곳에 1호차를 세우며 뒤차들에게도 무전을 쳤다. 내려서 보니 이곳은 나름 휴게소라 할 수 있는 곳이었다. 십자가 모양을 한 것은 주유를 할 수 있는 시설이었고 멀리에는 겨우 한 사람 이용할 수 있는 간이 화장실도 있었다. 사막 한가운데에 이런 휴게소가 있을 줄이야. 신기하기도 하여 일행들은 모두 차에서 내려 사진도 찍으며 광활한 사막과 그 가운데를 지나는 도로(지나가는 차가 별로 없다)의 풍경을 담았다.
B2 국도의 중간에 있는 휴게소라고 하기 민망한 휴게소. 멀리 보이는 나무 헛간 같은 것이 간이 화장실이다.
휴게소라고 부르기에도 민망한 휴게소(?)에서 이런저런 구경을 마치고 출발하기 전, 3호차 운전자인 직진님과 조수석에 탔던 감독님이 2호차 밑바닥을 한 번 살펴보는 게 좋겠다고 했다. 차 밑바닥에서 무언가가 덜렁거리고 있는 것을 뒤에서 따라오면서 보았다는 것이었다. 2호차 운전자인 반전님과 몇몇 일행들이 밑바닥을 살피기 시작했다. 뭐가 문제인지 잘 보일 리가 없었다. 그래서 셀카봉에 휴대폰을 달고 차 밑으로 쑤욱 넣어 사진을 찍었다. 여러 군데를 찍다 보니 밑바닥을 보호하기 위해 덧댄 판에 균열이 가 있고 그걸 고정시키는 장치가 조금 불량했다. 어쩌지? 해봤지만 딱히 수가 없다. 여기는 사막 한가운데가 아닌가. 하는 수 없이 차에 큰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니 그냥 달려가 보기로 했다.
2호차 바닥을 살펴보고 있는 일행들. 밑바닥에서 무언가 덜렁거리고 있음을 3호차에서 발견해 알려주었다.
2호차에 대한 약간의 불안함을 안고, 그래도 포장된 도로니 괜찮다고 위안하면서 스바코프문트를 향해 다시 질주를 시작했다. 주변 풍경은 이미 사막의 한 복판이었다. 흰 모래 언덕들은 많지 않았으나 끝없이 펼쳐진 광야에 나무나 풀은 거의 보이지 않는 삭막한 풍경이 이어졌다. 위성지도로 살펴보면 우리가 갔던 그 길을 따라 기후가 어떻게 변화하는지 한눈에 볼 수가 있다. 빈트후크의 뿌연 초록빛이 고속도로를 따라 점점 옅어지다가 중간을 넘어선 지점부터는 백갈색만 가득한 사막으로 이어진다. 스바코프문트(Swakopmund)에 거의 가까워질 때쯤엔 나무는커녕 작은 풀마저도 사라져 끝없이 펼쳐진 모래 사막만 남았다. 간혹 한 줄로 이어지는 나무들의 모습이 보였는데 그것은 우기에 비가 조금 내리면 하천이 되었다가 곧 말라 버리는 건천 주변이었다. 고속으로 달리는 국도이긴 하지만 그저 이차선 도로가 사막 한가운데에 있는 모습이었고 간혹 대형 트럭이라도 지나면 거센 모래 바람을 불러일으키는 그런 도로를 쉼없이 달렸다. 1호차의 작가님은 조금 더 과감하게 셀카봉을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 중앙의 앞유리로 들이밀고 그런 사막의 풍경을 타임랩스로 계속해서 담았다.
B2로드 주변 풍경은 빈트후크에서 스바코프문트로 가까워질수록 이렇게 바뀌어 갔다.
그러다 사막 한가운데로 난 B2 국도의 끝에 이르러 가자 스바코프 강(강이라고 해서 물이 풍부한 것은 아니다. 건기인지라 물이 다 말라있는 것으로 보였다.) 주위로 나무들이 줄지어 서있는 모습이 보였고 그 옆을 따라 사람들의 공간들이 지어져 있는 모습들이 발견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내 이제 스바코프문트에 다다랐음을 알리는 커다란 안내 구조물이 나타났다. 바로 이 풍경이 350km가 넘는 B2 국도와 사막을 끝내고 바다와 맞닿은 사람의 공간, 스바코프문트가 시작됨을 알렸다. 빈트후크에서 출발한 지 5시간쯤 지난 시간이었다.
우기에 만들어지는 강 주변을 따라 나무와 사람이 공존하는 풍경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제 이날 우리의 첫 목적지인 스바코프문트에 다다랐음을 이 표지석이 알려주고 있다.
스바코프문트(Swakopmund)는 나미비아 서부 에롱고 주의 주도이며 나미비아 세 번째 인구 규모를 갖는 도시이다. 대서양 연안과 인접해 있으며 1892년 독일이 이곳에 나미비아(당시 독일령 남서아프리카)의 대표적인 항만 시설을 건설하면서 이 도시가 번성하기 시작했으며 해수욕장뿐만 아니라 독일의 식민지 건축 양식을 띤 건물들이 들어서기 시작했다고 한다. 도시 이름과 발음에서도 독일 냄새가 나는데 스바코프문트(Swakopmund)라는 이름은 독일어로 ‘스바코프의 어귀(Mouth of the Swakop)’라는 뜻이라고 한다. 아마도 스바코프 강 하구에 도시가 있기 때문으로 짐작된다. 영화배우 안젤리나 졸리가 이곳에서 딸을 출산해서 더 유명해진 이곳은 지금은 토사가 퇴적하여 항구로서의 기능을 상실하였으나 과거의 흔적을 알 수 있는 독일식 건축물들은 여전히 많이 남아 있었다. 시내를 운전하면서 그런 건축물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그중에 우리는 알테스 게펭니슈(Altes Gefängnis) 감옥을 찾아가 보기로 했다.
알테스 게펭니슈(Altes Gefängnis) 감옥의 외관. 전혀 감옥같지 않은 모습이었다.
구글 길찾기가 안내하는 대로 찾아갔더니 알테스 게펭니슈 건너편에 주차를 하도록 길을 안내하였다. 알테스 게펭니슈의 첫인상은 "이게 감옥이라고? 그렇게 쓰였던 건물이라고?"였다. 지나오면서 본 스바코프문트 시내의 다른 독일식 저택과 크게 다르지 않아 과연 이게 감옥이었는가 하는 의문이 든 것이었다. 오히려 건물의 외관에서 고풍스러운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인지 이 건물을 배경으로 재미있는 사진들을 찍는 일행들도 있었다. 예쁜 장식을 해주는 사진 앱까지 써 가면서. 그런데 조금 멀리 떨어져서 보니 앞에 보이는 아름다운 건물 뒤로 감옥스러운(?) 건축물이 보였다. 높은 벽 위에 세로로 된 작은 창들이 있었고 일정한 모양으로 쭈욱 이어져 꽤나 길게 이어져 있는 모습이었다. 아름다운 전면 건물은 아마도 관리동으로 쓰였고 진짜 감옥은 그 뒤에 있었던 게 아닐까 싶었다.
스바코프문트에는 알테스 게펭니슈 말고도 많은 독일식 저택이 남아있고 그중 일부는 박물관이나 미술관, 호텔 등으로 사용되고 있어서 구경도 할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해양수족관, 크리스털 미술관 등도 있고 스바코프 강 남쪽의 랑스트란드(Langstrand) 부근에는 특이한 모래언덕도 있다. 그리고 꼭 보고 싶었던, 사막에 버려진 1896년 산 마틴 루터 증기기관차도 있다. 하지만 이 모든 걸 포기해야 했다. 지나친 욕심은 금물이었다. 우리는 이날 왈비스베이를 거쳐 소서스블레이 지역까지 가야 했다. 가야 할 거리가 300km 정도 아직 남아 있었기 때문에 이 많은 볼거리를 다 포기하고 일정을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
다시 차를 타고 이동을 시작했고 목적지는 예전에 "꽃보다 청춘"이라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갔던 The Tug라는 레스토랑이었다. 사막의 나라에서 대서양을 끼고 있는 이 도시. 그런 풍경과 함께 먹는 해산물 요리가 일품이라고 해서 찾아가 보기로 한 것이었다. 멀지 않은 거리를 천천히 운전해서 가고 있는데 갑자기 뒤에서 따라오던 2호차에서 1호차로 무전이 왔다. 1호차 운전석 뒷부분이 약간 주저앉은 느낌이 든다는 것이었다. 차가 그쪽으로 기울었다는 것이었다. 운전은 내가 하고 있었고 내 뒤에는 열혈님이 타고 있었는데 그쪽에 무슨 문제가 생겼다는 것이었다. 우리는 그럴 리가 없다고 즉각 반박했다. 무거운 사람들이 그쪽에 앉아 있으니 그런 일이 벌어지는 거라고 농을 치며 깔깔대며 웃기도 하고 무거운 사람들(주로 열혈님(?))을 놀리지 말라며 2호차와 무전을 계속했다. 그런데 2호차에 타고 있던 총무님이 웃기려는 말이 아니라 진짜 그렇다고 진지하게 얘기를 했다. 결국 중간에 길가에 차를 세웠다. 그리고 차에서 모두 내렸다. 살펴보니 진짜로 운전석 쪽 뒷바퀴가 살짝 주저앉아 있었다. 바람이 샌 것으로 보였다.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처음 출발할 때와는 달리 분명 바람이 조금 샌 것으로 보였다. 지금까지는 괜찮았지만 점심을 먹고 사막으로 들어가려면 비포장도로를 달려야 하는데 분명히 문제가 될 것 같았다. 이거 고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을 하면서도 왜 하필이면 1호차에, 그것도 하필이면 운전석 쪽 뒷바퀴에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하면서 깔깔대며 웃기도 했다. 하여튼 일단은 근처에 있는 The Tug로 가기로 했다. 주차장에 차를 파킹하고 식당 사람들에게 수리할 수 있는 곳을 알아보기로 했기 때문이다.
주차장에 도착하니 젊은 현지 청년 몇몇이 반갑게 우리를 반겼다. 안 그래도 무언가 친절을 과하게 베풀려는 듯한 그들은 우리 일행이 1호차의 바람 빠진 바퀴를 보며 이야기를 하고 있자 어느새 그리로 오더니 큰일이 날지 모른다는 식으로 대단히 걱정을 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우리는 그들의 호의를 대략 넘겨두고 식당 주차장과 맞닿은 대서양 바다의 멋진 풍경에 감탄하기 시작했다. 바다로 뻗은 데크를 배경으로 사진도 찍고 넘쳐 오르는 파도를 온몸으로 받고 있는 바위 위에서 점프샷도 찍으며 이 풍경을 즐겼다. 꽃청춘 애들이 좋아할 만했다. The Tug는 바로 그 풍경 옆에 자리잡고 있었다. 바다로 뻗은 데크는 바로 그 The Tug로부터 시작된 것이었다.
대서양을 만난 기쁨을 온몸으로 표현하는 우리 일행들~
오른쪽 2층이 The Tug 레스토랑이다. 바다 풍경을 충분히 즐긴 후 우리는 직원의 안내를 받아 2층으로 올라갔다.
우리도 꽃청춘의 그 청춘들처럼 대서양 바다를 충분히 즐기고 나서야 식당으로 올라갔다. 2층으로 되어 있는 이 식당은 건물 내부에도 테이블이 있지만 2층에서 바다로 뻗은 나무 데크 방향으로 테라스를 두어 그곳에서도 식사를 할 수 있게 되어 있었다. 직원의 안내를 받아 우리는 2층으로 올라갔다. 2층의 뷰는 기가 막힐 정도였다. 바다 쪽으로 뻗은 2층 테라스에서의 식사는 음식 맛보다는 뷰 맛이 더 좋을 것 같은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다. 우선 늦은 점심이 되었으니 이것저것 많이 주문을 해두고 먼저 나온 음료들을 한 잔씩 하면서 뷰를 맛보았다. 특히 대서양을 향해 쭉 뻗은 데크를 배경으로 음료나 맥주를 마시는 풍경은 그야말로 신선놀음이었다. 당연히 사진으로 남길 수밖에. 시원한 바다 풍경, 파도소리와 함께 마시는 맥주는 그 청량감이 끝내주는 모양이었다. 운전 때문에 술을 못 마시는 게 안타까울 지경이었다.
The Tug에서 신나게 메뉴를 기다리는 우리 일행들(왼쪽). 테라스 끝 테이블에서의 맥주 한 잔은 풍경만큼이나 시원하다는 걸 증명하는 열혈님(오른쪽).
주문한 메뉴가 나오길 기다리면서 식당 직원들에게 차바퀴를 수리할 수 있는 곳을 물었다. 몇 군데가 있긴 한데 하필이면 오늘이 주말이라 문을 안 열었을 거라고 했다. 그리고 얼마 후 식사가 나오기 시작했다. 식사 후에 아까 그 주차장의 청년들에게 물어보기로 하고우선은 식사를 하기로 했다. 바다 근처의 도시인지라 해산물 요리가 많았고 우리 일행들 역시 해산물 요리를 많이 주문했다. 신선한 생선과 새우, 랍스터 등을 주문했고 구이와 튀김 등으로 맛나게 요리된 음식들이 나왔다. 현지 물가에 비해 다소 비싼 편이지만 워낙에 유명세를 타고 있는 식당이라 그러려니 했고, 또 비싼 만큼 요리의 맛도 훌륭했다.
The Tug에서 주문한 요리들 중 일부.
어느 정도 식사가 마무리되기 시작하자 감독님, 도사님과 함께 먼저 주차장으로 다시 갔다. 1호차 바퀴 정비를 할 곳을 찾기 위해서였다. 나머지 일행들에게는 대서양 바다와 The Tug를 더 즐기고 있으라고 해놓고 그렇게 셋이서 주차장으로 갔다. 주차장의 청년은 한 명만 남고 나머지는 어디론가 사라져 있었다. 한 명 남은 그 청년은 우리에게 사기꾼들(지금은 보이지 않는 나머지 청년들을 말한다.)을 조심하라고 했다. 차를 끌고 가 맡기면 수리비 폭탄을 맞을 수도 있다고 했다. 그리고 이곳 주유소들은 간단한 경정비는 해주니까 주유소로 한 번 가보라는 것이었다. 사기꾼들 도착하기 전에 얼른 가라고 등을 떠밀었다. 다른 청년들이 나타나기 전에 서둘러 시동을 걸고 움직였다.
청년이 알려준 대로 길을 찾아 마을 안으로 갔더니 큰 규모의 주유소가 보였다. 그리고 차를 파킹하고 직원에게 우리의 사정을 알렸다. 그랬더니 수리가 가능할 것 같다고 했다. 직원은 우리에게 주유기 옆 작은 에어펌프가 있는 쪽으로 차를 이동시키라고 하고는 바람을 바퀴에 넣어 보고, 모든 차바퀴의 공기압을 체크하고 하면서 나름 제대로 바퀴를 점검하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운전석 쪽 뒷바퀴에서 바람이 샌다는 진단을 내렸다. 이제는 새는 부분을 찾아 수리하면 될 일이었다. 그런데 비누거품 등으로 아무리 찾으려 해도 바람이 새는 부분을 찾을 수가 없었다. 그러더니 직원은 하는 수 없이 스페어 타이어로 교체해야겠다고 했다. 다행히 스페어 타이어는 원래 바퀴의 타이어와 똑같은 사이즈라 그러기로 했다. 우여곡절 끝에 스페어 타이어로 교체하는 선에서 수리를 마쳤다. 주유소 직원은 끝까지 친절하게 우리를 대해 주었다.
주유소 한 귀퉁이에서 자동차 공기압을 점검하고 타이어를 교체했다.
그렇게 무사히 수리를 마치고 다시 The Tug 주차장으로 왔다. 아까 그 청년이 역시 홀로 있었다. 그에게 연신 고맙다는 인사를 했고 우리 일행들에게도 그 청년 덕분에 차 수리를 잘 했다고 했다. 우리는 The Tug를 떠나면서 고마움의 표시로 그 청년에게 팁을 주었다. 그 청년 역시 반가웠다며 친절하게 우리를 배웅해주었다. 낯선 외국에서 이런 친절을 베풀어주는 사람을 만나는 것 또한 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유 여행에서 참 많은 일들이 일어나지만 우리가 만나는 수많은 사람들 중에 우연한 만남임에도 이렇게 순수한 마음으로 도와주는 이를 만나는 것은 정말 행운이었다.
우리 차량도 모두 정비를 마쳤으니 이제는 다음 목적지로 이동을 해야 했다. 우선은 마을 안에 있는 Pick n Pay에 들러 음료와 먹을거리를 조금 준비하고 주유소에서 기름도 채워 넣었다. 시간이 많이 지체되고 있기는 했지만 왈비스베이를 거쳐 가기로 했다. 스바코프문트에서 왈비스베이까지는 차로 약 30분 정도면 닿는 가까운 거리였다. 이 두 도시 주변에는 꼭 들러봐야 할 곳들이 많다. 바다사자 집단 서식지도 있고, 핑크 소금을 만나볼 수도 있고, 앞서 얘기했던 옛날 마틴 루터 증기기관차 등 참 많다. 하지만 시간이 너무 지체되고 있어서 왈비스베이에서 딱 한 군데만 둘러보고 바로 사막으로 가기로 했다. 의견들을 묻고 토의 끝에 결정된 목적지는 홍학 집단 서식지였다. 왈비스베이 홍학 집단 서식지는 몇 군데가 있는데 그중 하나를 선택해 구글 지도에 입력하고 내비게이션이 안내하는 대로 운전을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