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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7]남아공의 동,식물 만나러~

식물원과 와이너리. 펭귄이 있는 해변을 만나다.

by 돌바람

2020년 1월 30일, 아프리카 대륙의 남쪽 끝에 자리 잡은 도시 케이프타운의 아침이 밝았다. 어제 장을 보고 온 음식을 바탕으로 아침을 간단히 챙겨 먹은 후 바로 길을 나서기로 했다. 여유를 부리기에 이날의 일정은 조금 빠듯했다. 이동거리가 만만치 않게 길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제 차량 렌트를 고민하기도 했었다.

8시 20분쯤 되어 우리 일행은 두 팀으로 나누어 우버택시를 불러 타고 첫번째 여행지인 식물원으로 향하기로 했다. "커스텐보쉬 국립 식물원(Kirstenbosch National Botanical Garden)"을 앱에 입력하고 택시를 호출했더니 금방 택시가 도착했다. 숙소에서 나와 도심을 가로질러 점차 한적한 길로 빠져 시원하게 달리기 시작했다. 약 30분을 달려 9시가 조금 안된 시간에 식물원 입구에 도착했다. 그런데 다른 팀이 도착하지를 않았다. 충분히 올 시간이 되었는데도 도착을 안했다. 연락을 해봤더니 이미 도착을 했다는 것이었다. 이건 무슨 일? 알고 봤더니 앞서 출발한 6명 팀은 2번 게이트로, 4명 팀인 우리는 1번 게이트로 도착을 한 것이었다. 총무님이 4명은 알아서 입장권 끊고 들어오라고 하길래 우리 4명은 우리끼리 들어가기로 했다. 사실 매표소 앞에서 살짝 망설이기도 했다. 워낙 넓은 식물원이라 셔틀투어 프로그램이 따로 있는데 85란드를 더 주고 그걸 하면 식물원을 더 알차게 구경할 수도 있을 것 같아 혹했던 것이었다. 다만, 늘 회비 정산에 고생이 많은(그리고 힘들어 하며(?) 투덜대는) 총무님 얼굴을 떠올리니 그럴 수가 없을 것 같았다. 원래 우리 콘셉트대로 걷기로 했다. 자유여행은 걷는 것이 미덕(?)이지 않은가. 매표를 하고 입구를 지나니 작은 정원 같은 것이 있었다. 옆으로는 전시실도 있었다. 어디에 있느냐며 연락을 한 후에 본격적인 식물원 내로 들어가서 얼마 지나지 않아 잘 정비된 넓은 잔디 정원같은 곳에서 우리 일행은 비로소 완전체가 되었다.

1번 게이트로 들어가면 나오는 작은 정원. 작은 온실과 전시실이 주변을 둘러싸고 있다. (왼쪽) 2번 게이트로 들어가면 보이는 조각상(오른쪽)

커스텐보쉬 국립 식물원(Kirstenbosch National Botanical Garden)은 세계 7대 식물원으로 꼽힐 만큼 대단한 규모를 자랑한다. 테이블마운틴의 한쪽 줄기를 따라 내려오는 능선과 평지에 자연스럽고 드넓게 펼쳐져 있다. 이 식물원의 전체적인 인상은 인위적인 느낌보다는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닮은 식물원이라는 느낌이었다. 그렇다고 물론 자연 그대로의 모습 그 자체는 아니다. 여러 식물들을 다듬는 직원들의 손길이 있었고, 구불구불한 오솔길이 있고 작은 연못과 다리도 있으며 곳곳에 남아공의 식생을 대표하는 식물들이 잘 조성되어 있다. 관람 중심의 식물원이라기 보다는 잘 관리된 숲길을 걷는 느낌에 가까웠다.

커스텐보쉬 식물원 안내도(왼쪽)와 입장권과 함께 받은 안내지도(오른쪽)
커스텐보쉬 식물원임을 알리는 작은 표지가 바나나 나무 기둥에 걸려있다.

완전체가 된 우리 일행은 넓게 펼쳐진 잔디마당이 있는 정원에서부터 산책로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나를 포함하여 작가님, 감독님, 총무님, 도사님 등 카메라를 들고 풍경 하나하나에 집중하는 멤버부터 숲길을 트레킹하는 데에 집중하는 멤버까지 일행들은 각자의 취향대로 식물원을 즐기기 시작했다.

두 입장소를 들어와 우리 일행이 만난 잔디 정원. 뒷산은 테이블마운틴의 동쪽 줄기이다.

입구에서부터 시작된 길은 벽돌이 깔려 있는 조금은 넓은 길이었다. 그 길에는 아기자기한 오두막도 있고, 나무그늘 밑 벤치도 보이고, 작은 연못도 있고, 사람이 꾸며놓은 것이 확실한 꽃 정원 등 사람의 손길이 닿은 모습이 많았다. 넓게 보면 그냥 큰 숲이지만 곳곳에 작은 아름다움들이 숨어 있었다. 숲이 배경이 되고 꽃이 배경이 되고 또 나무들이 배경이 되어 우리 일행들은 그것들과 아름다움을 겨루기라도 하는 듯 예쁜 사진들을 찍기에 여념이 없었다.

입구에서 시작해 숲으로 올라가는 동안 만난 식물원의 풍경들. 특히 가장 왼쪽 사진의 기이한 나무에 다들 신기해했다.

그러다 정원을 꾸미고 있는 식물원 직원들을 만났다. 그들의 노고가 이런 아름다움을 만들었구나 싶어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을 하는 그들의 모습은 서두름이나 바쁨의 모습이 아니라 세상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마치 느긋하게 이 풍경의 일부가 되어가는 듯한 느낌이었다. 물론 그들의 삶을 가까이 들여다보면 고단함이 없을 수야 없겠지만 풍경을 즐기는 외부인의 시선에서는 적어도 그들의 일하는 모습조차 아름다워 보였다.

식물원을 관리하는 직원들의 수고로움 덕분에 아름다운 모습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아닐까.

조금 더 걸어 올라가다보니 나무들 사이로 철제 공룡 조형물이 보이기 시작했다. 다소 안 어울린다는 느낌, 어딘가 어색한 느낌이 들었는데 이런 조형물이 한두개가 아니었다. 그 일대 정원의 나무들 사이사이로 몇 개의 조형물이 들어서 있었다. 옆에는 그 공룡에 대한 설명도 붙어 있었다. 아마도 공룡을 테마로 한 숲이 아닌가 싶었다. 설명을 가까이 가서 읽어보지는 않았다. 대략 공룡에 대한 설명이었겠지 하고 지나쳤지만 아이들이 이곳에 오게 되면 참 좋아하긴 하겠다고 생각했다.

아마도 공룡 테마의 정원이었나 싶다. 철로 제작된 공룡 조형물들이 숲 속에 숨어있었다.

조금 더 걷다보니 커다란 마호가니 나무가 큰 그늘을 만들어주고 있었다. 우리 일행은 그곳에서 각자 자신들의 취향대로 이 식물원을 즐기자고 얘기를 하고 있었다. 그때 어디선가 새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누군가 외쳤다. "와~ 저기 봐요!" 새 소리의 출처는 다름 아닌 나무 위였다. 작지도 않은 덩치의 새가 마호가니의 굵은 가지 위에 앉아 힘껏 소리를 내고 있었다.나무 위에 새가 앉아 있는 풍경이야 어디서든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는 장면이지만 저렇게까지 큰 녀석이 저기까지 올라가 소리를 내는 모습이 처음이었다. 게다가 생김새가 오리처럼 보였는데 이 근처에는 오리가 노닐만 한 곳이 잘 보이지도 않는데... 어디에서 나타나 이런 신비로움을 안겨주는지 참 신기할 따름이었다.

큰 마호가니 나무 그늘 밑에 오리로 보이는 녀석이 존재감을 뽐내고 있었다.

걷고 또 걷다보니 열대 식물들의 모습이 식물원 곳곳에서 보이더니 점차 고도가 높아지면서 숲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여기서부터는 꾸며놓은 식물원이라기보다 자생하는 식물이 넘쳐나는 숲이라고 해야 했다. 작은 오솔길도 걷고 거기서 만난 작은 연못을 지나는 다리도 건너며 마음껏 산책을 했다. 중간에 시야가 확 트이는 곳에 이르렀더니 산 아래로 펼쳐진 전망이 아름답게 나타났다. 치마폭처럼 펼쳐진 숲 끝으로 도시의 모습이 들어왔고 그 도시 위 낮은 하늘엔 아침 구름이 연하게 드리워져 있었다. 선비님은 그런 풍경을 앞에 두고 "야호~"를 외치는 시늉을 내었다. 서울 근교의 산에 올랐을 때 보는 장면을 몸소 재현해 주었다.

식물원 낮은 부분에는 열대 식물들이 곳곳에 심어져 있었다.
숲길을 따라 꽤 높은 곳까지 오르자 이런 풍경이 펼쳐졌다. 그 너른 풍경을 향해 선비님이 "야호~"를 외쳐 보았다.

여행 중에 식물원을 걷는다는 것도 꽤 괜찮은 선택이었다. 늘상 여행이라 하면 기가 막힌 자연 환경 아니면 역사적이거나 기념할 만한 건축물, 시장, 박물관 등 주로 인위적인 것들을 보느라 바삐 돌아다녀야 하는데 이런 식물원을 여유롭게 걷는 것도 좋은 경험이었다. 휴식같은 여행이라고 할까. 휴양지처럼 늘어져 있거나 액티비티를 즐기는 휴식이 아니라 차분히 걸으며 도란도란 옆사람과 얘기하고 숲길에 묻혀 자연의 일부가 된 듯한 휴식. 몸보다는 정신이 힐링되는 듯한 휴식을 마음껏 누린 식물원 투어였다. 더불어 이제 곧 퇴직을 앞둔 반전님 부부의 오붓함과 우리 일행들의 자연스러운 웃음을 만날 수 있어 더욱 좋았던 기억이다.

반전님과 유쾌님의 오붓한 식물원 데이트~^^


오전 11시쯤 되어 우리는 식물원을 나왔다. 날씨가 더워지고 있었고, 1번 게이트에서 뒤늦게 나오는 일행들을 기다리며 전시관과 기념품 가게도 둘러보고 화장실도 다녀왔다. 다음 일정은 와이너리를 찾아가는 것이었다. 우버택시를 잡아 타고 Groot Constantia 와인 농장으로 출발했다. 원래 사전 조사를 하며 좌표를 찍었던 곳은 스텔렌보쉬(Stellenbosch) 와인농장이었다. 그런데 이날 일정 동선과는 반대편에 있어서 고민 끝에 스텔렌보쉬를 포기하고 동선 중에 있는 다른 와인농장을 선택한 것이었다. 택시는 20분쯤 달려 Groot Constantia 와인 농장에 도착했다. 택시에서 내리는 그 순간. 앗! 유쾌님의 휴대폰이 행방불명된 것이 확인되었다. 가방을 아무리 뒤져도, 택시를 아무리 찾아보아도 휴대폰은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면 아마도 식물원에서 출발하기 전 화장실에 놓고 온 것이 분명했다. 급하게 식물원으로 전화를 하고 다시 그 우버 택시를 타고 반전님, 감독님과 함께 식물원으로 되돌아갔다. 안 그래도 오늘 일정을 함께 해주겠다며 우버 택시 기사가 영업을 열심히 하더니 건수를 잡은 셈이었다. 찾을 수 있을까... 그 사이 남은 일행들은 와이너리를 잠깐 구경하기로 했다.

Groot Constantia 와이너리의 외관. 하얗고 깔끔하게 단장되어 고급스러운 느낌을 주는 건물이었다.

이 곳 Groot Constantia 와인 농장도 그 규모가 어마어마했다. 사실 이곳들 들어올 때부터 규모에 놀랐다. 정문 입구를 지날 때 직원들이 안내를 해줘야 할 만큼 넓이가 어마무시했다. 철문으로 된 정문을 지나서 택시가 꽤나 들어와서야 와이너리를 만날 수 있었고 이곳에서 또 차를 타고 올라가야 식당을 만날 수 있고 직원 숙소나 주인들이 사는 집은 저 안쪽 보이지도 않는 곳에 자리잡고 있었다. 안내도를 봐도 그 넓이가 가히 짐작이 안 될 정도였다. 그저 건물 말고 눈에 보이는 모든 땅에는 포도가 심어져 있다고 하면 맞을 것이다. 와인 판매장은 깔끔한 흰색 건물이었다. 하얀 바탕에 까만 글씨로 이곳이 어디인지 알리고 있었고 아치형의 출입문과 창문들이 고급스러움을 더했다. 같은 건물의 오른쪽으로 가면 완성된 와인을 병에 담고 포장하는 공장도 있었다. 그리고 그 앞에는 와인을 숙성하는 대형 오크통이 야외에 전시되어 있다. 스텔렌보쉬를 가지 못한 아쉬움을 달래고도 남을 정도의 풍경들이었다. 남아공의 와인도 꽤나 유명하다고 하는데 이런 환경이면 충분히 품질 좋은 와인을 만들어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긴 그러니까 이미 이곳의 역사도 350년 가까이 되고 있는 게 아니겠나 싶었다.

와이너리 앞에 전시된 대형 와인통. 그 크기가 얼마인지 열혈님이 직접 사이즈를 비교해주고 있다.

우리 일행들은 와인 판매장 내부를 구경하는 일부와 바깥의 와인 농장을 구경하는 일부로 나뉘었다. 판매장 앞 도로 건너편으로는 끝을 알 수 없는 넓이의 포도밭이 펼쳐져 있었다. 일렬로 늘어선 포도 나무가 열병식을 하는 것처럼 길게 이어져 있었고 푸른 잎사귀들 밑으로는 다 익은 듯한 포도들이 주렁주렁 달려 있었다. 이 포도밭의 끝이 어디인지 궁금했는지, 아니면 자그마한 언덕이라도 기어이 올라가야만 하는 습성(?) 때문인지 직진님은 홀로 포도밭 사이로 난 길을 걸어 야트막한 언덕을 향했다. 그리고 얼마 후 도사님도 카메라 장비를 둘러메고 그 길을 따라 오르며 사진을 찍었다. 언덕 위에서 와인판매장을 바라보며 찍은 직진님의 사진에는 길을 되돌아 나오는 도사님뿐만 아니라 멀리 테이블마운틴 줄기로 보이는 산이 배경으로 자리잡고 있었다. 남반구의 한여름 더위가 사람들에게는 땀이 나게 하고 포도밭에는 포도를 영글게 하고 있었다.

포도밭에는 다 익어가는 포도들이 따가운 햇살 아래 줄지어 달려 있었다.
와인농장이 얼마 정도나 되는지 궁금했는지 직진님은 언덕을 위해 또다시 직진했다.(왼쪽) 언덕위에서 찍은 와인농장의 모습. 뒷산은 아마도 테이블마운틴의 줄기가 아닐까 싶다.(오른쪽)


와인 판매장 내부에는 이곳에서 생산된 다양한 종류의 와인들이 전시되어 있었고 판매도 하고 있었다. 줄지어 서 있는 와인병들이 손짓하듯 술꾼들을 불러 그 앞으로 당기고 있었다. 선비님과 총무님도 그 앞을 서성대고 있었고 우리 말고 다른 여행객들도 천천히 둘러본 뒤에 와인을 구입했다. 참을 수 없는 일이었다. 이곳까지 왔는데 그냥 갈 수는 없는 노릇! 총무님이 지갑을 열어 와인을 구입했다. 우리 일행이 구입한 와인은 총 3병이었고 이날 밤 뒤풀이에서 그 맛을 볼 수 있었다.

와이너리 내부. 다양한 와인이 술꾼들을 유혹하는 듯 예쁘게 전시되어 있다.
술꾼1(aka. 선비님)님이 전시된 와인들을 하나씩 살펴보고 있다.(왼쪽), 술꾼2님(aka. 총무님)이 와인을 구입하고 있다.(오른쪽)

가능하다면 이곳에서 점심까지 먹어볼까 했는데 식물원으로 휴대폰을 가지러 간 팀이 아직 도착하지 않고 있었다. 구경을 마친 일행들은 판매장 앞 나무 그늘에서 가방 속에 간직해두었던 간식(그래봐야 초콜릿, 사탕,과자 정도이다.)을 꺼내 허기와 심심함을 달래고 있었다.

간단한 간식(?)을 먹으며 유쾌님 일행을 기다리는 멤버들.

12시가 거의 다 될 쯤 드디어 유쾌님과 반전님, 감독님이 우버를 타고 돌아왔다. 다행히도 휴대폰을 찾았다고 했다. 화장실에서 손을 씻으며 옆에 두고 그냥 왔던 것을 정말 다행히도 관리실에서 잘 보관하고 있었다고 했다. 그런데 오는 내내 우버 택시 기사는 처음에 식물원으로 올 때와 마찬가지로 영업을 줄기차게 했다고 했다. 특히 얘기를 잘 들어주는 감독님을 대상으로 자신이 오늘 가는 코스를 모두 데려다 줄 것이고 원래 숙소까지 다 데려다주겠다며 구체적인 가격까지 제시하며 계속해서 협상을 걸어왔다는 것이었다. 이미 감독님도 반쯤은 넘어가 있는 상태였다. 하지만 이런 경우 가끔씩 여행객을 대상으로 사기를 치는 사람들이 있어 우리 일행은 그냥 우버 시스템을 믿고 계속 앱을 이용하기로 했다. 그리고 기사에게 고마웠다며 손을 흔들며 그냥 보냈다. 그리고는 점심시간이 되며 슬슬 고파온 배를 위해 가방속에 남아 있던 과자, 사과, 초콜릿 등 간식들을 꺼내어 일단 가볍게 허기를 채웠다. 12시 10분쯤 되어 우버를 불러 타고 다음 행선지로 향했다.


우버 택시는 숲길과 바다 옆길을 시원하게 달려 오후 1시가 조금 못된 시각에 볼더스 비치에 도착했다. 이곳은 펭귄 비치로 널리 알려진 곳이다. 펭귄이라고 하면 남극만 떠올리곤 했는데 이 더위에도 이곳에 펭귄이 서식한다니... 책으로 보고 인터넷으로 보아도 믿기지 않는 사실이었다. 그래서 더욱 설렜는지도 모른다. 주차장에서 내린 우리는 비치로 들어갔다. 그리 크지 않은 규모의 비치에서 사람들이 바다를 즐기고 있었고 펭귄은 잘 보이지 않았다. 그때 누가 손을 들어 멀리 가리키며 "저어~기~"라고 외쳤다. 비치 끝 부분에 사람들이 일부 모여 있었고 그 앞으로 펭귄들이 있었다. 멀어서 그랬는지 눈에 잘 띠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는 배가 고팠다. 펭귄이고 비치이고 다 뒤로 하고 일단 비치 바로 옆 식당으로 돌진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며~

식당의 정반대편 비치의 끝 그 멀리에 펭귄들이 조그맣게 보였다.
아무리 좋은 구경도 배고 고프면 눈에 들어오지 않는 법이다. 일단 식당으로 Go~~


식당에 들어가 자리를 잡고 일단 시원한 물부터 들이켰다. 메뉴는 해산물을 기본으로 한 튀김이나 구이 요리, 파스타 등이 있었다. 푸짐하게 주문을 했고 메뉴들이 하나씩 나와 우리의 배를 채우면서 점차 우리는 여유를 찾기 시작했고 이런 저런 농담도 하고 사진도 찍고... 그리고 창밖으로 보이는 멋진 해변 뷰도 즐기면서 식사를 했다.

배고픔에 펭귄을 만나는 것조차 미룬 우리를 달래준 맛나는 메뉴들.


한시간 반 가까운 시간동안 식사를 즐기고 우리는 비치로 나섰다. 식당에서부터 시작된 모래 사장은 펭귄이 있는 곳까지 이어져 있다. 모래 사장 앞으로 펼쳐진 바다는 깊지 않았고 그 앞으로 바위들이 솟아 있어 그곳까지 나가 사진을 찍으며 즐기는 사람들이 있었다. 적당한 수의 여행객들이 이곳에서 비치를 즐기고 있었다. 우리 일행들도 일부는 펭귄쪽으로 직진했지만, 정작 직진님을 비롯한 몇몇은 펭귄을 보러가기에 앞서 바닷물에 발을 담가 찰방거리며 비치를 즐겼다.

펭귄 서식지 쪽에서 바라본 비치의 풍경. 멀리 식사했던 식당이 보인다.

나는 일단 펭귄을 만나러 갔다. 비치 끝에 있는 펭귄 서식지에는 남아공의 펭귄 보호 지역이라는 말과는 어울리지 않게, 오히려 허술하다 싶을 정도의 간단한 철조망이 둘러쳐 있었고 그것으로 사람들의 통행을 막고 있었다. 그리고 그 안쪽에는 펭귄들이 바다와 바위를 오가면서 즐겁게 자신들만의 여유를 부리고 있었다.

펭귄은 작았다. TV를 통해 본 남극의 펭귄들에 비하면 거의 아기 수준이었다. 이곳의 펭귄은 남극과는 다른 종으로 흔히 아프리카 펭귄이라 불리기도 하는 '자카스 펭귄'이라는 아이들로 차가운 지역이 아니라 10도에서 20도 정도의 따뜻한 해류에서 주로 서식하는 종이라고 한다. 조그맣고 예쁜 녀석들이 일부는 바닥에 붙어 일광욕을 즐기고 일부는 뒤뚱뒤뚱 걸으며 모델 역할도 해주었고 또 일부는 비치를 즐기는 사람들을 구경하듯 두리번 거리고 있었다. 낮 기온이 30도가 넘어가는 이런 곳에도 펭귄이 이렇게 귀여운 자태로 자유롭게 서식하고 있다니... 말로만, 글로만 들었던 것을 실제로 눈으로 확인하니 그저 신기할 따름이었다. 다만, 해가 갈수록 자카스 펭귄의 개체수가 점점 줄고 있다고 하니 걱정스럽기도 했다.

자카스 펭귄의 귀여운 모습

간단히 펭귄과 인사를 하고 기념사진도 함께(?) 찍은 후에 우리도 해변을 즐겨보기로 했다. 바다를 향해 점프를 하며 첨벙거리기도 했고 바다 뻗어 있는 바위 위에서 마치 바다를 향해 뛰어드는 듯한 점프샷도 찍었다. 촬영 감독님은 역시 카메라를 들고 영상과 사진을 번갈아 찍으며 작품을 만들고 있었고 작가님도 다른 멤버들의 사진도 찍어주며 이곳의 풍광들을 즐기고 있었다.

볼더스 비치에서 사진찍기 놀이에 한창인 우리 멤버들

그런데 어느 순간 보니 해변을 노닐던 사람들의 시선이 한쪽으로 몰리기 시작했다. 전문 모델처럼 보이는 한 여인이 몸 전체에 문신을 하고 비키니를 입은 채로 사진 촬영을 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몸의 뒷부분은 맨살이 보이지 않을 만큼 목 아래부터 등을 거쳐 엉덩이와 다리는 물론 뒤꿈치 바로 위까지 검은 문신이 가득차 있었다. 주변에 사람이 몰려 구경을 하는데도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 앞에 있는 사진사의 요구에 맞춰 사진 촬영을 하는 것이었다. 다소 충격적인 장면이기도 했지만 주변의 시선에 전혀 신경쓰지 않고 자신들이 하고자 하는 일에 몰두하는 모습은 멋져 보이기도 했다.

그렇게 볼더스 비치에서의 유람(?)은 마무리했다. 다음 일정을 위해 발걸음을 옮겨야 했지만 좋은 풍경과 귀여운 펭귄들을 두고 떠나기가 아쉬웠는지 해변가 나무 밑에 옹기종기 모여 휴식을 취했다. 그리고 이제 희망봉으로 가기 위해 앱을 켜고 우버택시를 검색하기 시작했다.

이제 드디어 희망봉으로 향한다. 아프리카 대륙의 끝, 그곳으로 떠난다. 뜨거운 태양빛 아래 빛나고 있을 대서양과 인도양이 만나는 그곳으로 우리는 우버를 타고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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