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ssorim Apr 25. 2016

'너와 나'와 '나와 너'

_찬란한 너를 좇는 모든 나에게.



_언제나 멀게만 느껴지는 ''를 좇던 어느 날의 ''의 글.



너를 따라갈 때가 있다. 너의 모습들을 보면 언제나 빛나고 행복해 보인다. 감탄 아닌 감탄과 부러움으로 너를 따라가다 보면 내가 보인다. 한껏 숨이 죽은 내가 보인다. 너와 나는 너와 나이고 나는 나이고 너는 나와 다를 뿐인 것인데, 너를 따라가는 내가 보인다.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님을 알고 있다. 특히 누구나에게 보여지는 몇 장의 사진들이 너의 모든 것을 말해주지는 않음을 나는 잘 알고 있다, 나의 사진들도 나의 찰나만을 보여주기에. 그럼에도 나는 너를 따라간다.


내가 너를 따라가는 것인지 내가 내가 되는 것인지 알 수 없는 순간들이 있다. 너를 따랐다. 너와 같은 일을 했다. 너와 같은 음식을 먹었다. 너와 같은 옷장을 가졌다. 너의 하루와 같이 살았다. 너가 좋아한 그림을 따랐다. 너가 좋아한 곳을 찾았다. 너가 읽는 책을 읽었다. 너가 다녀온 곳을 밟았다. 그러다가 내가 나인지 아니면 너가 나인지 혼란스러웠다. 너는 너인데 나는 누구인지 알 수가 없었다. 나는 나이고 싶은데 나는 없었다. 나를 모른 채 너를 좇던 모습만이 있었다.


나는 그대로인데 너는 자꾸 바뀐다. 너는 자꾸 멀어진다. 너가 떠나면 또 다른 너가 온다. 그러나 나는 나이다. 나조차도 알 수 없는 나는 그대로이다. 새로운 너는 여전히 너이다. 너는 온전히 너 그 자체이다. 온전한 그 자체로의 나는 없다. 없는 것이 있는 것이 되는 일이 일어났어야 일어날 것이어야 할 것이어야 하기로 했다. 너가 아닌 나를 가지고 싶지만 그건 너무 어려운 일임을. 그렇기에 눈은 감아지지가 않는다.




필립 가렐, 찬란한 절망 @MMCA






매거진의 이전글 음악의 냄새.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