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ay Mar 25. 2016

NYCL#6 커피

    영국인에게 홍차가 있다면, 뉴요커에겐 커피가 있다.


    뉴욕에서는 그 어디에서든 커피를 느낄 수 있다. 아침 출근길에 커피 한잔씩 손에 들고 총총걸음을 걷는 뉴요커, 시내 곳곳에서 볼 수 있는 스타벅스 로고, 슈퍼마켓에 진열되어 있는 각종 원두 등... 거리 곳곳마다 커피 향이 나는 것 같은 착각을 저절로 하게 되는 곳이 바로 뉴욕이다. 커피를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뉴욕이 천국이리라.


    나는 원래 커피를 즐겨 마시는 편이 아니었지만, 뉴욕에 온 뒤부터는 아침을 모닝커피 한 잔으로 시작하게 되었다. 오랜만에 전업 학생이 되어 아침 9시에 시작하는 수업을 들으려니 졸음과 싸우기 위해 카페인이 필요한 이유도 있었다. 그렇지만 그보다도, 거리를 지나면 즐비하게 늘어서 있는 커피 전문점에 나도 모르게 발길을 멈추어 커피를 사 가는 것이 습관이 되어버렸다.


    미국에는 대형 체인점을 비롯한 수많은 커피 전문점들이 있다. 그중 가장 유명하고 대중적인 것은 단연 스타벅스일 것이다. 스타벅스는 시애틀에서 처음 시작되었다고 한다. 1971년, 아라비카 커피를 좋아하던 대학 동기 3명이 아라비카 원두를 파는 작은 매장을 낸 것이 그 시초가 되었다.(당시 사람들은 아라비카보다는 값이 싼 로부스타 커피를 즐겨 마셨고, 아라비카 커피 원두를 구하러 다니던 세 사람은 결국 본인들의 커피숍을 직접 차리게 되었다.) 우리에게 익히 알려진 하워드 슐츠가 마케팅을 담당한 1983년부터 스타벅스는 세계적인 프랜차이즈로 거듭났고, 현재 약 60여 개의 국가에 총 2만여 개의 매장을 가진 엄청난 브랜드가 되었다(스타벅스 홈페이지 참조). 뉴욕에도 스타벅스가 정말 많지만, 신기하게도 항상 거의 모든 스타벅스에서 줄을 서야 한다.(물론 우리 동네 기준이다. 자주 가는 매장이 4군데 정도 있는데 어느 곳에서도 한 번도 줄을 안 서 본 적이 없다.) 말 그대로 미국인들은 스타벅스를 "사랑하는" 듯하다.

seattle의 스타벅스 1호점


    그러나 커피 애호가들은 흔한 스타벅스만으로 만족할 수 없을 것인바, 뉴욕에는 저마다의 특색이 살아있는 수많은 커피숍이 있다. 한국에 일명 "뉴욕 3대 커피" 중 하나라고 알려진 blue bottle coffee를 소개하자면, 2002년 샌프란시스코에서 "로스팅한지 48시간이 넘은 원두는 쓰지 않는다"를 모토로 시작되어 현재 맨하탄에 6개, 브루클린에 2개의 지점이 있다. 블루보틀 역시 다른 직업이 있으나(클라리넷 연주자였다고 한다) 커피를 즐겨 마시던 커피애호가가 직접 본인의 가게를 내는 것으로 시작하여 명성을 얻다가 지금에 이르렀다고 하니, 스타벅스와 시작이 비슷다고 볼 수 있다. 블루보틀은 특이하게도 일본 도쿄에 지점이 있으며, 실리콘밸리로부터 대규모 투자 유치에 성공한 후 한국을 비롯한 다른 아시아 지역에도 지점을 낼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한다. 내가 방문했던 것은 첼시 지점인데, 창문이 통유리로 되어 있어 비가 내리는 창 밖을 바라보며 따뜻하고 부드러운 라떼를 마시니 여유롭고 행복했던 기억이 난다.  

blue bottle 커피의 상징인 blue bottle. www.bluebottle.com에서 발췌.


비 오던 날의 blue bottle in Chelsea

    커피 전문가가 아닌 나로서는 맛을 표현해내기가 힘든데, 신맛보다는 탄맛과 단맛, 깊이 있는 맛을 좋아하는 내게 아주 맛있었으니 라이트 하기 보단 약간 무게감 있는 맛이었다고 보아도 무방할 것 같다. 특히 라떼 종류는 정말 고소하다. 내 입맛에는 Paul Bassett보다 더 고소하고 풍미가 있었다.


    또 유명한 것이 바로 stump town coffee이다. 1999년 포틀랜드에서 시작된 이 커피전문점은 이미 한국에도 지점이 있다. blue bottle과 마찬가지로 specialty coffee로 맹위를 떨치고 있다. ("specialty coffee"는 미국고급커피협회(SCAA)의 품평에서 80점(100점 만점) 이상을 받은 원두로 만들어진 커피를 말한다고 한다.) 학교 근처에 체인점이 있어 종종 가는데, 이 집 커피는 약간의 신맛과 깊은 맛이 훌륭하게 어우러진다. 역시 라떼가 고소하고 부드러우며, 초콜렛을 섞은 모카커피가 유명하다고 한다. stump town은 그 자체 체인점은 많지 않으나, stump town 원두를 사용하는 여타 다른 커피 가게들을 수없이 찾아볼 수 있는 점으로 보아 스타벅스만큼은 아니라도 대중화가 이미 많이 진행된 편이다.

stumptown coffee 특유의 말발굽모양 로고.
stump town W 8th 지점의 모습.

    신기하게도 세 커피전문점 모두 미국 서부에서 시작되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왜 유독 서부에서 커피가 유행이었는지를 알아보고 싶었지만 자료가 많지 않았다. 앞서 소개한 세 가지 외에도 Joe coffee, 무한도전에 나와서 유명해진 think coffee 등이 있지만 내 입맛에는 잘 맞지 않았다.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맨하탄 곳곳에서 카페베네를 찾아볼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아직 한 번도 가본 적은 없지만, 이렇게 다양한 커피전문점이 많은 뉴욕에서 카페베네가 잘 살아남을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뉴욕의 커피숍들은 한국의 것처럼 크지 않다. 맨하탄의 땅 값이 살인적으로 비싸기 때문인지, 앉을자리가 많지 않고 항상 북적이기 때문에 take out을 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 따뜻한 햇살 아래 공원에 앉아 사람들을 구경하며 향긋한 커피를 홀짝홀짝 마시고 있노라면 천국에 와 있는 기분이다. 커피전문점에 앉아서 과제를 위해 노트북을 들여다보고 있을 때에는 누리지 못하던 행복이다. 뭐든지 열심히, 바쁘게 살아야 한다는 강박증이 있는 나에게는 야외 커피 타임이 묘한 죄책감을 가져다 주기도 하지만, 날씨가 조금 더 따뜻해지면 보다 많은 커피 타임을 가질 예정이다. 해외여행을 다녀온 후에도, 가장 여운이 길게 남는 것은 이러한 여유로운 순간순간의 장면들이었으므로.


    영국인에게 홍차가 있다면, 일본인에게 녹차가 있다면, 뉴요커에겐 커피가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NYCL#2 weather, 웬 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