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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주보기 Aug 05. 2021

'부재'와 '채워짐'

모짜르트 피아노 협주곡 23번 2악장을 들으면서....

모짜르트의 피아노 협주곡 23번 2악장을 듣고 있습니다.


철학자 김진영은 [이별의 푸가]에서 이렇게 썼습니다.

나는 기다리지도, 한탄하지도 않는다. 두려워하지도, 주문을 외우지도 않는다. 그건 모두 이별을 재회로 바꾸려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에게 재회는 없다. 당신의 부재가 두 번 다시 당신으로 채워질 수 없다는 걸 나는 안다. 그래서 나는 당신의 부재 속에서 재회를 꿈꿀 수가 없다. 그렇다고 당신의 부재 공간을 떠날 수도 없다. 때문에 나는 차라리 당신의 부재를 인정한다. 그 부재의 자리에 스스로 붙박인다. 그러면 돌아오는 당신이 아니라 떠나는 당신이 또렷이 보인다. 당신은 점점 더 멀리 떠나가고, 멀어지면서 사라진다. 하지만 사라지는 게 없어지는 건 아니다. 당신은 사라지면서 대기가 된다. 나는 숨을 쉬고 그 대기를 마신다. 당신을 들이마신다. 그리고 알게 된다. 왜 돌멩이에도 뿌리가 생기는지, 왜 돌멩이도 광합성을 하면서 살아가는지를.


너무나 지금 시점에서 내 맘에 와 닫는 글입니다.

모짜르트의 피아노 협주곡 23번 2악장의 음악을 들으며 이 글을 읽자니...


마르그리트 유르스나르 : “당신이 멀리 있으면, 당신의 모습은 점점 더 커져서, 온 우주를 다 채운다. 대기가 되어 내 몸을 가득 채운다.” 」


글이 떠오릅니다.


'부재'와 '채워짐'을 동시에 느끼지만... 그래도 아직은 '부재'의 공허함이 더 큽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채워짐'이 커지겠지요.


https://www.youtube.com/watch?v=j8e0fBlvEMQ

Hélène Grimaud – Mozart: Piano Concerto No. 23: II. Adag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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