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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주보기 Aug 11. 2021

프라모델을 만드는 이유

잠시 현실의 생각으로부터 도망가지 위해서...

한 2년 전부터 프라모델을 만들었다.

어릴 적 좋아했던 취미였는데,  그 시절 누구나 그랬듯.. 그냥 놀이었던 게 지금은 취미가 되어 버렸다.


사실, 프라모델을 만드는 일은 좀 귀찮은 일이다.   

작은 부품을 손질하고 붙이고 도색하고... 

노안이 와서 작업이 쉽지가 않다.  게다가 도색할 때 사용하는 락카와 에나멜은 사실 건강에도 안 좋다.


운동이나 기타 다른 취미에 비해 그리 썩 좋은 취미는 아니다.


그래서 매번 작업을 할 때마다 '이번이 마지막이야'를 마음속으로 외치지만 매번 새로운 킷을 구매하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2년 전 처음 시작했던 게 '험비'였다.

미군 하면 대표적으로 떠오르는 다목적 차량이다.  2차대전부터 사용해왔던 지프차를 대신해서 미군의 표준 다목적 차량이 된 모델인데... 걸프전 등 중동지역 전장에서 많이 봤기 때문에 누구나 익숙한 차량이다.


일반적인 프라모델이 1/35 사이즈로 제작되는데... 험비는 그 사이즈로 제작했을 때 책상 위에 컴퓨터 위 등 올려두기에 딱 적당한 크기가 된다.  그래서 험비로 시작했다.


제 책상 위에 올라가 있는 험비 3총사 ^^




이렇게 시작된 취미가 지금은 마약같이 바뀌었다.

프라모델이 너무 좋아서 헤어 나오지 못하기 때문이 아니다.

현실을 잊고 싶을 때, 답답한 마음을 잊고 싶을 때, 뭔가 일이 풀리지 않을 때,  난 프라모델을 만든다.


안경을 벗고, 침침한 눈을 비벼가며 작은 부품 하나하나를 조립하다 보면 어느새 그 작은 부품 하나에 집중하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다른 생각과 다른 마음은 잠시 내 머릿속에서 사라진다.


이게 좋다. 게다가 시간도 엄청 잘 간다.


잠시 잊게 만든다는 거... 생각하기 싫은 거로부터 자유가 된다.




험비 3총사가 내 책상 위에 있다.

볼 때마다 작품을 완성한 노고가 그려지는 희열보단...  그렇게나 잊고 싶은 게 많았구나를 느낀다.


이젠 또 다른 험비를 만들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책상 위에 올려진 험비 3총사를 보면서... 그렇게나 잊고 싶은 게 많았구나를 느낀다.


날씨가 선선해지기 시작했다.

시간은 흘러서 모든 것이 과거가 되어 버렸고, 마음도 점점 선선해진다.


험비를 또 만들일을 이젠 만들지 않았으면 좋겠다.


마음아,

현실에 집중하는 내 마음이 되면 좋겠다.

도망가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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