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렘, 기쁨, 감사, 긴장, 불안, 무력함, 소망...
감사하게도 한국 와서 이것저것 하게 된 사이드 프로젝트 (영어론 사이드 긱)들이 있다. 하나같이 돈과 연결된 건 아니지만 재미와 의미를 주는 것들. 아래 프로젝트 중에 조금 진행 중인 것도 있고 이제 막 시작한 것도 있고 시작하려고 준비하는 것도 있고 그런데, 그냥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설레다. 돈과 미래를 걱정 안 해도 되면 진짜 마음껏 해보고 싶은 일들인데, 한국 와서 어쩌다 보니 조금씩 관여되어 무언가를 시작하고 만들어가 볼 수 있음이 감사하고 설렌다.
교회 청소년부/청년부를 중심으로 예술을 좋아하는 창의성 넘치는 10-20대 친구들과 무엇이든 만들어보려고 하는 정기모임
대학생들을 중심으로 사회문제에 헌신하고자 하는 청년들의 커뮤니티를 만들어주고 리더십 트레이닝을 하는 펠로십을 론칭하는 모임
사회적 약자, 경계선이나 극단의 삶을 사는 사람들의 살아있는 스토리를 인터뷰하여 담는 유튜브채널 기획
크리스천 기업가들, 투자자들의 커뮤니티를 만들고 섬김의 리더십/기업가정신을 고민하는 모임
일하는 자아로서 스스로의 길을 찾아가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을 독려하는 독서모임
애들과 가족을 생각하면 흐뭇하다. 피곤하거나 감당 안된다고 느껴질 때가 없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참 웃기고 이쁘다. 전에 미국에서 만난 애 다섯 엄마가 애들을 "fun people"이라고 정의했는데 정말 그 말이 맞다. 노는 거 보고 있음 너무 웃기고 하는 짓도 웃긴 거 투성이다. 막내가 엄청 말을 웃기게 해서 늘 이놈 때문에 웃었는데 요샌 둘째가 그냥 보고만 있어도 웃기다. 몸으로 놀자고 막 달려드는 것도 웃기고. 첫째 하루는 나이만 첫째지 마음은 완전 막내라 아직도 좀만 기분 좋으면 노래 만들어 부르고 춤추고 애교 부리고 재롱부린다. 사실 진짜 웃긴 건 와이프지만 보완상 여기까지.
그리고 감사하다. 아내가 고맙고 가족이 감사하다. 교회공동체도 참 감사하다. 그냥 거기 있어주는 게 감사하고 삶을 같이 나눌 수 있어 기쁘다. 든든하고 흐뭇한 삶의 버팀목들이다.
일터에서 느끼는 감정은 때론 감사, 때론 재미, 때론 설렘이지만 긴장감도 참 많다. 불안도 있다. 얼마 전엔 정말 웃지 못할 에피소드도 하나 있었다. 회사에서 내가 지금 하고 있는 것과 비슷한 포지션을 채용한다고 들어서 심각한 멘붕이 왔다. 오해가 있었던 것으로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지금도 그 생각만 하면 가슴을 쓸어내린다. 리더십 미팅, 유관부서 미팅, 중요한 프로젝트 론칭 등의 일을 할 때마다 아직도 긴장이 많이 되고 불안하기도 하다. 난 잘하고 있나. 앞으로도 계속 잘할 수 있으려나.
또 소셜미디어나 기타 모임에서 너무나 승승장구하고 있는 주위사람들을 볼 때마다 은근히 불안하기도 하다. 벌써 자기 사업을 해서 자리 잡은 선후배들/친구들, 글로벌 투자자로서 엄청난 영향력을 형성할 뿐만 아니라 자아실현까지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 큰 부를 이룬 사람들 등등. 남이 떡이 커 보이는 거라며 마음을 진정시켜 보지만, 이놈의 서울에서의 삶, 소셜미디어 위의 삶에서 이런 감정과 자극은 참 헤어 나오기 어렵다. 주위의 성공이 기쁘고 싫은 건 아닌데, 뒤처지는 것 같아 불안한 마음도 달렐길이 없어 마음 복잡한...
종종 핸드폰을 만지작 거리고 카톡 인스타 페북 확인하고 유튜브나 넷플릭스에 가서 재밌는 거 없나 찾고 있는 나의 마음이 뭘까. 지루함이 가장 적절해 보인다. 도파민 중독으로 뭔가 새로운 거 없나 슬롯머신 돌리는 것처럼 여기저기 버튼을 누리고 손가락을 놀려본다. 이놈의 핸드폰 중독은 진짜 확실한 훈련/규율 없이 혼자만의 의지로는 벗어나기 어려운 듯.
간혹, 아니 종종 주위의 어려움을 접한다. 때로는 금전적 어려움이기도 하고, 때로는 심적인 어려움이기도 하다. 그럴 때마다 도움이 되고 싶지만 크게 도움 될 방법을 못 찾을 때가 많다. 무력감을 느낀다. 할게 기도밖에 없는데 기도조차 잘 안 한다.
유튜브 등에서 접하는 사회의 안타까운 소식을 들을 때도 비슷한 마음이다. 갈수록 심해지는 입시교육/의대쏠림, 학폭문제, 저출산 같은 문제들도 많이 안타까운데 별로 할 수 있는 게 없다. 동시대의 많은 문제들이 내겐 참 남의 일 같지 않은데 할 수 있는 게 없다...
불안도 있고 무력함/안타까움도 있고 멍 때릴 때고 많고 하지만 그래도 붙잡는 게 있다. 더 나은 내일이 올 거란 믿음. 내 삶의 무너진 부분, 잘못 껴진 단추들도 그렇고 내 주위의 그런 부분들도 계속 더 바로잡혀 가고 바로잡히는 날이 올 거란 기대. 우리 가족, 친구들의 삶이 더 피어나고 나은 방향으로 가면서 사회도 더 나아질 거란 그런 희망. 기대. 결국 내가 신앙 안에서 붙잡는 건 소망이다...
아름다운 가을하늘이 산들바람과 함께 다가오는 계절이다. 소망을 붙잡고 내 자리에서 잘 견디며 살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