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가을 영국 여행에서 내가 들른 지역은 총 6곳이다. 런던-브라이튼-옥스퍼드-리버풀-맨체스터-에든버러. 세븐 시스터즈에도 갔고 여기는 브라이튼과 다른 지역이지만 일단 브라이튼에 묶어보기로 한다. 방문지 가운데 선호지역을 순서대로 꼽자면 런던-맨체스터-브라이튼-옥스퍼드-리버풀-에든버러 순이다. 런던은 서울과 비슷한 듯해 친근했고 브라이튼은 세븐 시스터즈 가는 길에 들렀던 터라 그쪽 뽕이 좀 들어갔다. 옥스퍼드, 리버풀, 에든버러 다 괜찮았지만 "좋아 죽겠어" 정도는 아니다. 또 가고 싶을 정도도 아니고. 우선순위에 꼽은 지역은 다시 가고 싶은 지역이다. 그중에서도 맨체스터가 특히 그렇다.
난 축구를 좋아하지 않고, EPL 팬도 아니며, 맨유를 응원하지도 않는다. 박지성 선수는 좋은 선수라고 생각하지만 좋아하는 건 아니다. 싫지도 않고 그냥 아무 감정이 없다. 그래도 내가 맨체스터는 조금 특별한 의미가 있다. 그건 내가 좋아하는 오아시스가 맨체스터 출신이기 때문이다. 청소년 시절 브릿팝을 좋아했고 그중에서도 오아시스가 최애 밴드였다. 사실 브릿팝으로 묶이는 영국 뮤지션을 대부분 좋아했다. 블러 음악도 좋아하고, 브릿팝이라고 묶기는 그렇지만 라디오헤드 음악도 즐겨 들었다. 트래비스, 스웨이드, 콜드플레이, 프란츠 페르디난드, 맨선, 카이저 칩스, 킨 등 음악의 결은 다르지만 골고루 좋아했다.
2000년 웸블리 경기장서 열린 오아시스 'Familiar To Millions' 공연 중 'Champagne Supernova' 연주 영상. 출처=유튜브
오아시스에 대한 애정은 좀 더 각별했다. 고등학교 시절 모의고사를 치고 귀가하면 바로 집에 들어가지 않고 2000년 웸블리 경기장에서 열린 'Familiar To Millions' 라이브 앨범을 듣고 들어갔다. 전곡을 다 들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분명한 건 내가 'Hey Hey, My My'와 'Champagne Supernova'는 꼭 듣고 집에 들어갔다는 거다. 그걸 아파트 복도 창문 밖을 내려다보며 들었다. 저녁 시간에 이 곡이 왠지 잘 어울렸다. 헤이 헤이 마이 마이는 원래 닐 영의 곡인데 FTM 공연에서는 노엘 갤러거가 혼자서 불렀다. 커트 코베인의 유명한 유언에 등장한 'It's better to burn out than to fade away'라는 문구가 이 노래 가사였다. 샴페인 수퍼노바는 '화려한 초신성'이라는 노래 제목과 곡 분위기가 야밤에 잘 맞았다. 라이브는 라이브대로 운치 있고.
태어나서 처음 가본 해외 뮤지션 공연도 오아시스 공연이었다. 때는 2009년 7월 어느 여름. 당시 지산 밸리 록 페스티벌 헤드라이너로 오아시스가 왔다. 그해 오아시스는 이례적으로 한국에서만 공연을 두 번 했다. 2006년이었던가. 처음 내한공연을 오고 뒤늦게 한국 뽕을 맞았는지 그 이후로 애정을 갖고 종종 왔다. 2009년에는 단독 공연을 했고, 록 페스티벌에 또 온 것이다. 이 공연만은 놓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표를 사서 이모와 함께 공연을 보러 갔다. 이모 덕분에 펜스를 사수하며 비교적 덜 힘들게 공연을 즐겼다. 어린 시절 CDP에서 홀로 읊조리거나 입만 뻥끗거리며 따라 부르던 곡을 공연장에서 직접 듣다니. 나도 그 떼창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게, 내가 그 노래 가사를 대부분 안다는 게 자랑스러웠다.
아마도 맨체스터 피카딜리역? 사진=딱정벌레
오아시스는 그해 8월 파리 공연을 앞두고 해체했다. 갤러거 형제의 다툼 때문인 걸로 기억한다. 그래서 난 2009년 7월 지산 밸리 록 페스티벌을 다녀오길 정말 잘했다고 생각했다. 한국에서 오아시스라는 이름으로 갤러거 형제가 함께 하는 마지막 공연이었으니까. 뭐 언젠가 다시 합칠 수도 있겠지만. 아무튼 오아시스도 그렇고 스미스, 스톤로지스 등 맨체스터 출신 뮤지션의 음악을 좋아했기 때문에 맨체스터는 내게 의미가 컸다. 매드 체스터 열풍이 불었던 지역이라는 상징성도 있고. 언젠가 영국 여행만 길게 다녀오고 싶다고 생각했을 때, 내가 꼭 가고 싶은 지역 중 하나가 바로 맨체스터였다. 고등어 시절 그리던 그 꿈을 서른을 넘어서 이룬 것.
맨체스터는 기차로 리버풀과 1시간도 채 차이 나지 않았다. 우리나라로 치면 서울과 평택 사이쯤 될까? 그것보다 조금 더 짧은 것 같기도 하다. 대구와 구미 정도 거리가 더 정확하겠다. 옥스퍼드에서 리버풀까지는 가는데 4시간 정도 걸렸고, 기차도 한번 갈아탔다. 그래서 전날 리버풀 구경을 굉장히 짧고(?) 압축적으로 했다. 몸도 피곤했고. 맨체스터는 리버풀과 비교적 가까워서 여유 있게 출발했다. 각 지역을 들릴 때마다 스타벅스에 꼭 가는데 리버풀 스타벅스는 기차역에 있었다. 거기서 리버풀 유아 히어 머그를 구경하겠다고 뛰어 다녀오느라 기차 출발 1분 전에 차에 탔다. 외사촌 동생은 불안해했고, 난 "뭐, 가까운데 다음 차 타지" 여유를 부렸다.
'You are Manchester' 문구 너머로 'Not look back in anger'라는 문구가 인상적이다. 사진=딱정벌레
열차는 금방 맨체스터에 도착했다. 사실 여행 가기 전에 맨체스터 사진을 따로 찾아보거나 구글 맵을 보거나 그러지 않았다. 그래서 맨체스터의 모습이 어떨지 머릿속에 그려지지는 않았다. 역을 빠져나와 마주한 맨체스터의 모습은 예상보다 굉장히 도회적이었다. 한때 '산업혁명의 도시'라는 상징성이 있었지만 과거 영광에 비해 조금은 쇠락한 도시. 오아시스 멤버들이 노동자 계층으로 어린 시절 어렵게 자랐다고 들었기 때문에 맨체스터 이미지를 어렵게 생각했다. 그러나 눈 앞에 펼쳐진 맨체스터는 트램이 다니고 있었고, 건물을 보면 런던에 다시 온 느낌도 들었다. 옥스퍼드, 리버풀 이미지는 그리 도회적이지 않았다. 옥스퍼드는 대학도시고, 리버풀은 큰 항구 도시지만 깔끔한 느낌은 아니었다. 맨체스터는 생각보다 단정하고 깨끗한 느낌이었다. 그래서 도회적인 맨체스터 모습이 반가웠던 것 같다.
숙소에서 내려다본 맨체스터 전경. 사진=딱정벌레
숙소는 다행히 기차역에서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에 있었다. 체크인을 하고 짐을 내려놓은 다음, 버스를 타고 트래포드 경기장부터 갔다. 이 경기장이 숙소에서 거리가 있기도 했고. 마침 경기가 있는 날이라서 그런지 굿즈샵에는 정오부터 사람들이 몰려 있었다. 매장에 들어갈 때는 소지품 검사도 했다. 영국에서 소지품 검사를 했던 곳은 런던의 로열 알버트 홀과 트래포드 경기장 굿즈샵 이 정도였던 것 같다. 굿즈의 종류는 굉장히 다양했다. 폴 스미스와 협업한 패션 상품도 있었고, 커피머신도 팔았다. 가격은 대체로 비쌌다. 마음에 드는 트레이닝복이 있었는데 맨유 팬도 아니고, 가격도 예상보다 높아서 그냥 제쳤다.
미디어시티 UK 단지 내부. 사진=딱정벌레
원래는 트래포드 경기장에서 걸어서 쇼핑몰에 가려고 했다. 근데 걷다 보니 BBC와 iTV 등 여러 방송사 건물이 모여있는 게 눈에 띄었다. '헛, 이게 뭐지?' 런던에서도 BBC 본사에 들렸고, 브라이튼에서는 기차역에서 버스를 타러 걸어다가 BBC 지역 라디오 방송국을 무심코 지나치긴 했다. 길가다 으레 있는 BBC 지역 방송국 정도겠거니 했는데 여기는 미디어 단지라고 해도 될 정도로 규모가 커 보였다. 다리를 건너 그 단지 안으로 들어가 보니 여기가 바로 '미디어 시티 UK'였다. 우리나라로 치면 상암 DMC 같은 곳. 스포츠 채널인 BBC 라디오 5, 어린이 채널인 CBBC 프로그램을 여기서 제작한다고 한다. 외벽에는 각 채널을 알리는 홍보 이미지가 있었다. 여기엔 방송사 외에도 잘포드 대학이나 JTI, 켈로그 등 기업 사무실도 있어서 놀랬다.
캐슬 필드. 사진=딱정벌레
마침 여기에 트램 정류장이 있어서 이걸 타고 캐슬 필드 쪽으로 이동했다. 캐슬 필드는 과거 요새였던 곳인데 우리는 과학 산업 박물관에 가기 위해 이곳을 지나야 했다. 사실 이 날은 가수 겸 배우 설리가 세상을 떠난 날이었다. 난 그 소식을 트램 안에서 접했는데 정말 거짓말인 줄 알았다. 내 눈으로 기사를 봐도 너무 믿어지지 않아서. 황망한 기분이 들었다. 중간중간 얼빠진 기분이었다. 관광하는 동안에도 그 소식을 잊었지만 다시 떠올리면 너무 믿어지지 않고. 너무 마음 아픈 일이었다. 그런 기분 속에 걷고 걸어 과학 산업 박물관에 도착했다. 영국에서 편했던 건 대부분 박물관, 미술관 전시가 무료라는 것. 대신 기부를 받는다. 그러나 기부는 강제가 아니니. 리버풀의 영국 음악 박물관이나 비틀스 박물관은 입장료를 받았다. 과학 산업 박물관은 무료로 관람할 수 있었다.
과학 산업 박물관에 걸린 James Nasmyth의 어록. 사진=딱정벌레
난 이 박물관이 마음에 들고 기억에 꽤 남았다. 맨체스터가 산업혁명과 이후 과학기술 발전에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했던 도시임을 여기서 많이 배웠다. 산업혁명 당시 이 지역의 화려했던 시절을 되새기는 전시가 많았다. 앨런 튜링 교수도 맨체스터에서 일했다. 퀀텀닷 개발도 이 지역 기업이 했다고 하고. 특히 여기에서 접한 여러 과학자와 기술자의 어록이 내 마음에 와 닿았다. James Nasmyth가 말한 "지금은 엔지니어들에게 가장 영광스러운 시기(These are glorious time for engineers)"라는 문장에서 19세기 엔지니어들이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해 느꼈을 감흥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과학 산업 박물관 로비. 사진=딱정벌레
이밖에도 Sebastian De Ferranti가 말한 "미래는 모두 전기로 돼 있을 것(The future will be all-electric)", Lawrence Bragg이 말한 "과학에서 중요한 건 새로운 사실을 얻는 것보다 사실에 대해 새롭게 생각하는 방식을 발견하는 것(The important thing in science is not so much to obtain new facts as to discover new ways of thinking about them)"이란 문장도 좋았다. 특히 미래는 모두 전기로 돼 있을 거라는 어록은 자꾸 기억에 남아서 여러 번 곱씹었다. 이걸 기념하고 싶어서 전시장에 다시 돌아와서 사진을 찍기도 했다. 과학 산업 박물관에는 굿즈샵 상품도 매력적이었다. 소형 로봇도 있고. 난 태양 스티커를 샀지만. 가족단위로 온 사람들도 보이던데 학생들이 오면 좋을 곳이었다.
맨체스터 대성당 외관. 사진=딱정벌레
이후 채턴 도서관에 가려고 했는데 휴관이어서 들어갈 수 없었다. 대신 맨체스터 대성당과 미술관, 시청 외관을 구경했다. 대성당도 무료로 입장할 수 있지만 사진을 찍으려면 1파운드를 내야 했다. 물론 그것도 강제는 아니었다. 그걸 보면서 책은 안 사고 사진만 찍어가는 손님 때문에 스트레스받는 책방 사장님들이 이런 모델을 차용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 서점을 운영하던 친구가 "커플 손님에게 서점은 그저 데이트 장소일 뿐, 별로 반갑지 않다"라고 말한 적 있었다. 부산 보수동 헌책방 골목에 갔을 때도 한 책방 사장님이 사진만 찍는 손님에 대한 불만을 직접 표출하시는 걸 들었고. 우리도 1000~2000원 받는 것도 생각해보면 어떨까.
맨체스터 대성당 기부 리더기. 사진=딱정벌레
맨체스터 대성당에는 여러 가지로 눈에 띄는 모습이 많았다. 성당에서 열리는 행사를 알리는 유인물이 있는데 어떤 종이에 소프트뱅크의 로봇 '페퍼' 사진이 있었다. 뭔가 싶어서 보니 인간과 로봇의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을 갖는다고 했다. 이밖에 반려동물과 일하는 동물을 위한 추수감사 겸 축복 예배 자리도 있고. 앞서 이 대성당에 기부를 받는다고 했는데 기부를 카드, 간편 결제로도 받을 수 있도록 리더기와 기타 장치가 갖춰져 있었다. 왠지 트렌드에 밝고 특히 기술에 많이 관심을 갖는 곳이란 생각이 들었다. 흥미로웠다.
미술관 내부. 사진=딱정벌레
이어서 미술관으로 향했다. 미술관이 곧 문을 닫을 시간이라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 빠르게 전시를 구경했다. 역시 굿즈샵 구경을 놓칠 수 없었다. 10월인데 거기는 벌써부터 2020년 다이어리를 팔고 있었다. 디자인이 예쁜데 어떤 건 너무 비싼 듯하고, 어떤 건 디자인이 2% 부족한 것 같고. 결국 고민하다 사지 않았다. 대신 아데나일 쇼핑몰 지하의 워터프런트 서점에서 같은 회사의 다이어리를 여럿 팔고 있었다. 미술관 굿즈샵에 없는 예쁜 디자인도 있었다. 옥스퍼드대의 보드레이언 도서관 서가 이미지를 형상화한 다이어리였는데 너무 마음에 들었다. "내년도 다이어리로 써야지"하고 샀는데 지금은 쓰다 말았다. 다시 열심히 기록해봐야지.
워터프런트에서 산 2020년 다이어리. 사진=딱정벌레
아른데일 쇼핑몰에는 HMV 매장도 있었다. 10년 전 호주 갔을 때 이후로 HMV는 처음 봤다. 사실 이 매장이 아직 있는 줄도 몰랐다. 방탄소년단의 인기를 여기서도 실감했다. 아예 방탄소년단 코너가 따로 있더구먼. K팝에 대해 다룬 책도 같이 취급하고. 이 쇼핑몰에서 눈에 띈 건 바로 1층에 입점한 초저가 매장 '알디'였다. 예전에 기사로 알디에 대해 자세히 다뤘고 SNS에도 글을 올린 적 있어서 자세히 쓰지는 않겠다. 그러나 가격이 충격적으로 저렴해서 거길 보고 머리를 한 대 맞은 기분이 들었다. 영국에서 동전을 처리하기 어려울 때 알디나 리들에 가면 좋겠더라. 과자라도 하나 사 먹을걸. 싸긴 싼데 정작 난 아무것도 사지 않았다.
그렉스 매장 외관. 사진=딱정벌레
사실 맨체스터에 대한 기억이 좋게 남은 이유 중 하나는 사람에게 있었다. 거기서 본 풍경, 구경한 것들도 내게 통찰과 깊은 인상을 줬지만. 친절한 사람들을 짧게 마주하고 도움도 얻을 수 있었다. 미술관 전시를 구경한 뒤, 배가 고파서 저녁을 본격적으로 먹기 전에 외사촌 동생과 간단히 요기하기로 했다. 영국에는 '그렉스'라는 매장이 있는데 우리나라로 치면 파리바게뜨와 비슷하다. 거기에 들어가서 메뉴를 보는데 처음 가봤으니 뭘 먹을지 고민스러웠다. 게다가 그 매장은 의자를 뒤집고 문 닫을 준비를 하고 있고. 그때 어떤 여자 손님이 내게 "여긴 소시지롤과 커피가 맛있어요"라고 말하고 가게를 나갔다. 뭐지. 이 낯선 사람의 뜬금없는 친절은? 난 그 손님이 추천한 대로 그렉스에서 소시지롤과 커피를 사 먹었다. 그때 비가 와서(영국은 비가 자주 왔다) 어느 가게 처마 밑에 서서 그것들을 먹고 마셨는데. 지금 생각하면 다 그리운 풍경이다.
어딘지 모르겠지만 맨체스터 거리 풍경. 사진=딱정벌레
또 다른 친절러는 기차역에서 만났다. 에든버러로 가는 기차를 타려고 했는데 눈앞에서 기차를 놓쳤다. 사실 앞에 있었고, 영국은 밖에서 기차 동체의 버튼을 누르면 닫힌 문이 열리긴 한다. 그러나 거기 직원으로 보이는 어떤 여성분이 버튼을 누르려는 내 외사촌 동생을 제지했다. 이어서 우리에게 "어디 가냐?"라고 묻길래 "에든버러에 간다"라고 했더니 자신의 스마트폰으로 다음 기차와 가는 길을 검색해서 알려줬다. 사실 우리도 아는데 어쨌든 고마웠다. "15분 뒤에 기차 오니까 조금 더 기다리면 되겠죠?" 이러고는 우리가 "고맙습니다"라고 하니 윙크를 찡긋하고 가버렸다. 그러고는 우리와 비슷한 처지로 보이는 다른 여행객을 찾아가서 "어디 가냐", "어떻게 도와드릴까요?" 이렇게 묻고 다녔다. 커트한 백발 머리의 여성이었는데 멋있었다. 이 사람들 때문에 맨체스터 여행 기억이 더 좋게 남아있다. 그 사람들은 모두 짧게 본 사람들이지만. 그러고 보면 사소한 친절이 누군가에게 평생 갈 좋은 기억이 될 수 있는 것 같다.
맨체스터에서 처음으로 2층 아닌 1층 버스를 타봤다. 이건 전기 버스. 사진=딱정벌레
박지성 선수의 영향 때문인지 맨체스터에는 한식당이 좀 더 많이 보였던 것 같다. 먹을 게 없는 영국이라 해도 굳이 여행 가서 한식을 먹고 싶지는 않았다. 저녁으로는 피자 익스프레스에서 피자를 먹었다. 영국에서 자주 먹은 음식이 피자였던 것 같다. 첫날 런던에서도 저녁으로 피자와 스테이크를 먹었고. 근데 피자 익스프레스는 정말 맛있었다. 다채로운 피자를 선보인다고 해야 하나. 아무튼 맨체스터는 하루밖에 있지 않아서 많이 아쉬웠다. 사실 런던과 에든버러를 제외하면 대체로 다 하루씩 있고, 매일같이 캐리어를 끌고 기차를 타며 이동했다. 자유여행이지만 일정은 패키지여행 못지않다고 해야 하나. 요즘 같은 시절을 보면 역시 그때 다녀오길 잘했다 싶다. 맨체스터를 떠나기 전에 스타벅스에서 맨체스터 유아 히어 머그를 샀다. 맨체스터를 상징하는 트램과 기타가 그려져 있어 예뻤다. 근데 그걸 집에서 깨버렸으니. 코로나 꺼지면 맨체스터는 꼭 다시 갈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