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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딱정벌레 Feb 19. 2024

콘텐츠를 이타적으로 널리 알리기 위한 고민

나에게 스스로 던지는 질문

콘텐츠를 제작하는 것만큼이나 이를 효과적으로 유통하고, 널리 전파하는 것도 중요하다. 콘텐츠 제작에 매몰되다보면 유통과 전파 활동은 소홀히 하거나 간과할 때가 있다. 우선순위를 생각해보면 일단 만들어야 어디에 공유할 수 있기에 제작 활동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도 당연하다. 그러나 상대방이 읽지 않고, 보지 않고, 듣지 않고, 이용하지 않는 콘텐츠가 얼마나 유효할까? 의미는 있을 수 있지만, 소비되지 않는 콘텐츠는 소통하지 않는 콘텐츠와 같고, 한 사람이라도 이용하지 않는 콘텐츠는 일기가 아닌 이상 존재 의의가 취약하다.

신문 기자로 일할 때는 콘텐츠 제작에만 매몰됐다. 모든 직장인 또는 직업인이 바쁘듯 데일리 매체 기자도 그러했고, 개인 SNS에 내 콘텐츠를 공유하거나 신문 외 다른 경로로 내 콘텐츠를 알리는 일까지 챙길 겨를이 없었다. 기사를 쓰려면 글감이 있어야 하고, 내용이 있어야 한다. 보도자료는 전달받는 자료가 있지만 취재 기사는 사람 입으로 듣고, 확인해서 써야 할 때가 많다. 결국 사람과 소통하는 데 시간을 많이 쓰고, 시간을 쪼개서 아이템을 찾거나 기사를 쓰다보니- 내 기사가 어떻게 발행되는지 확인하고, 수정하고, 그외 업무도 수행해야 해서 유통과 전파 활동을 신경쓰지 못했다.

신문사에서 광고 매출이 주를 이루는 점도 이에 한몫했다. 구독 매출도 있지만 광고 매출이 월등히 크다보니 순수 독자보다 광고주나 담당하는 업계를 독자로 보고 이들을 주로 생각하며 아이템을 선정하고, 기사를 쓸 때가 많다. 거의 그런 듯하다. 뭐, 그 사람들이 독자가 맞긴 하다. 개인 독자와 기업 독자가 있다면 그들은 기업 독자고- 기업에서 협찬이든, 구독이든 매체에 지출하는 게 매출 측면에서는 많이 도움이 되는 것도 사실이니까. 산업지는 특히 그런 듯하다. 새삼 B2C보다 B2B 관점으로 일했구나 싶다.

그 태도가 바뀐 건 온라인 매체 활동이 미친 영향이 크다. 근무 당시에는 철저한 B2C 관점으로 기획하고, 취재하고, 기사를 썼다. 그때는 개인 독자가 주를 이뤘고, 회사에서도 구독 매출, 기타 매출로 돈을 벌었으니까. 지금 생각해보면 그 순수성이 대단하고, 그걸 유지하기 위해 회사에서 노력한 것도 대단하다 싶다. 요즘 미디어 환경을 생각하면 정말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그때도 그랬을 거고. 구독 매출이 크다보니 순수 독자 또는 개인 독자 관점을 고려해서 아이템을 기획하고, 취재하고, 기사를 작성했다.

이렇게 작업할 때 장점은- 정말 독자가 궁금해하고, 알고 싶고, 필요하며, 원하는 콘텐츠를 만든다는 점이다. 당연한 거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올드 미디어 또는 레거시 미디어를 보면 이를 지향하긴 해도 실제는 그러지 못할 때가 많다. 결국 매체 성장과 생존에 도움이 되는 콘텐츠를 만들기 마련이고, 그건 순수 독자의 관심사와 배치될 때도 있다. 매체 성장과 생존에 도움이 되는 콘텐츠는 독자가 별로 궁금해하지 않는 주제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어떨 때는 그게 보도자료일 수도 있고, 캠페인을 위해 대량 방출하듯 올리는 광고 기사 시리즈일 수도 있고.

구독 매출이 주를 이루면 매체 성장과 생존을 위해서라도 진정으로 독자에게 필요하고, 그들이 원하는 콘텐츠를 만들 수밖에 없다. 그래야 독자에게도 그 콘텐츠가 의미있고, 유효하며 그 매체에 기꺼이 돈을 더 지불할테니까. 이는 단순히 주제에만 한정되지 않고 콘텐츠 품질을 높이는 데도 영향을 준다. 콘텐츠 완성도, 또는 오타 하나에도 독자의 구독 의지가 왔다갔다 할 수 있기에 정성을 기울여 콘텐츠 완성도를 높이는 데 심혈을 기울인다. 다시 생각해보니 콘텐츠 자체에 더 집중하고, 몰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는 콘텐츠를 널리 유통하고 전파하는 데에도 영향을 줬다. 신문기자 시절에는 그러지 않아도 매출에 큰 영향이 있지는 않았다. 그러나 구독 매출이 주를 이루면 콘텐츠는 폭넓게 알리고, 한 사람이라도 우리 콘텐츠를 더 만나야 우리 매체도 알릴 수 있고, 독자 또는 잠재 독자의 마음에 들면 구독을 유도하거나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됐다. 구독자는 계속 늘려야 하고, 그게 회사 성장과 생존에도 필요하니까. 조직에서도 콘텐츠를 널리 유통하고, 전파하는 일을 중시했고, 이는 구성원의 책무이자 역할이었다.

그 습관은 지금 직무로 커리어를 전환한 뒤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콘텐츠를 만들면 이를 개인 SNS나 관련 커뮤니티에 소개하고 공유하는 게 습관이 됐다. '좋아요'가 얼마나 달리든 상관없다. 그렇게라도 콘텐츠를 알려 독자를 한 사람이라도 더 만나고, 한 사람에게라도 이 콘텐츠가 가 닿도록 노력하는 게 콘텐츠 창작자로서 책임이자 기본 역할이란 생각이 뿌리내렸다. 그걸 방치하면 창작자로서 무책임한 거란 생각도 없지 않았다. 외부로 공개되는 모든 콘텐츠는 수요자나 독자를 상정한다고 생각하니까.

콘텐츠를 외부에 소개, 공유했을 때 반응이 없을 수도 있고, 어쩌면 좋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외부에 이를 알린다고 생각하면 콘텐츠 제작 과정에서 성의를 더 기울일 수밖에 없고, 이는 콘텐츠 품질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적어도 외부에 소개하려면 형편없거나 쪽팔리는 수준으로 콘텐츠를 만들면 안 되니까. 스스로 품질에 떳떳한 콘텐츠를 만들어야 외부에 알리기 조금은 덜 부끄럽고, 보는 사람에게도 그 콘텐츠가 도움이 될 수 있으니까. 아울러 그렇게라도 알리면 한명이라도 이 콘텐츠를 더 보는 게 도움이 되기도 한다.

과거에는 내 콘텐츠만 쓰고, 유통하면 됐지만 이제는 그 범위가 넓어졌다. 내 콘텐츠도 만들지만, 결국 조직의 콘텐츠이고, 조직 내 다른 구성원이 쓰는 콘텐츠도 기획하고, 리뷰하며, 편집하고, 배포하기에 개별 콘텐츠 전체 라이프사이클에 관여하고 있다. 이 콘텐츠를 유통하고, 전파하는 일도. 난 위에서 말한 그 모든 일이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하고, 외부 커뮤니티에 콘텐츠를 소개하고, 공유하는 일을 눈치없이 하곤 했다. 소개하는 콘텐츠 품질에 자신이 있었기에 좋은 콘텐츠를 알린다고 생각하고 적극적으로 올리기도 했는데 실은 고민도 많았다.

내가 그렇게 소개하고 공유하는 걸 누군가 불편해하는 시선을 느끼기 시작했다. 어떨 때는 그 시선이 있어도 계속 콘텐츠를 소개하고 전파하는 데 집중했다. 시선이 신경쓰였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판단이 잘 서지 않았고, 여전히 유통과 전파 활동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기에 이를 하지 않을 수는 없었다. 그러나 그 시선을 무시할 수는 없고, 시간이 흐르고, 해가 바뀌어서 그런지 그동안 해야하니까 일단 불도저처럼 하기만 했던 일을 다시 돌아보면서 내가 너무 이기적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난 좋은 콘텐츠를 선별해서 내용을 요약해 공유하기에 그것만으로 내가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활동을 한다고 자부했다. 그러나 그건 내 일방적인 생각이란 걸 점차 깨달았다. 좋은 내용이었을지 몰라도 특정 플랫폼 콘텐츠만 소개하기에 내 행동은 해당 플랫폼을 노골적으로 홍보하는 행위로 보일 수 있었다. 좋은 콘텐츠를 공유하는 척 하면서 다른 목적을 달성하려는 것으로 인식될 수 있었다. 그건 누군가에게 불쾌감을 줄 수 있는 행동이었다.

시간이 지나보니 커뮤니티가 원하는 방식으로 커뮤니티에 기여하지 않고 내가 하고 싶은 대로만 행동하는 건- 설령 그게 커뮤니티에 약간 도움이 되더라도 궁극적으로 커뮤니티에 기여하는 행위라고 볼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공유하는 콘텐츠 출처 문제도 마찬가지. 이러한 행위를 계속 하면 브랜드 이미지에 영향을 줄 수도 있고, 커뮤니티의 지지도 받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뒤늦게 들었다. 이전까지 그저 달리기만 해 이러한 행위를 제대로 성찰하지 못했다. 더 일찍 깨달으면 좋았을 것을.

이에 커뮤니티에 기여하면서 조직의 콘텐츠도 효과적으로 알리려면 어떻게 할지 고민했다. 동료와 대화하다 방향을 찾았는데 다양한 플랫폼의 콘텐츠를 함께 공유하고, 소개하는 게 그 방안이었다. 언젠가 한 댓글을 보고 통찰을 얻은 부분이기도 하다. 그걸 거기서 원할지 모르겠지만 다양한 출처의 콘텐츠를 공유하는 걸 원한다면 그렇게 하면 될 일이었다. 업무 특성상 여러 플랫폼의 콘텐츠를 보고 요약 정리하기에 이를 소개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커뮤니티에 다양한 출처에서 나온 콘텐츠를 소개하면 그곳에도 더 폭넓은 콘텐츠를 쌓을 수도 있고.

그래서 요즘은 특정 커뮤니티에 조직의 콘텐츠를 소개하는 횟수나 빈도를 줄이고, 다양한 플랫폼의 콘텐츠를 공유하는 횟수와 빈도를 더 늘렸다. 아울러 특정 커뮤니티에 한정하지 않고 여러 커뮤니티에 규칙을 어기지 않는 선에서 조직의 콘텐츠를 소개한다. 그러한 행위를 권장하거나 조직과 우호 관계에 있는 커뮤니티가 그 대상이긴 하다. 이게 얼마나 효과적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것보다 욕심을 줄이고, 커뮤니티가 원하는 방식으로 커뮤니티에 기여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실행하는 게 마음은 덜 불편하다. 누군가는 그런 행위도 속보인다고 여겨 보기 껄끄러워할 수도 있지만.

너무 오랜 시절을 거슬러 올라가 너무 많은 이야기를 한 건 아닌가란 생각도 든다. 욕심을 많이 부리는 게 능사가 아니라는 것도 새삼 실감한다. 설령 내가 좋은 의도로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될 행동을 하더라도 상대방이 원치 않는 방식이라면 민폐일 수 있고, 도움이 되는 행동이란 내 생각도 오만일 수 있다. 어떤 메시지든, 콘텐츠든 강요하는 인상을 주지 않도록 유의해야 하고. 관계가 형성되기 전에 메시지를 급하게 전달하는 것도 역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 이 절충안도 정답은 아니다. 누군가는 이것도 불편할 수 있으니까. 다만 커뮤니티 도움을 받고 싶다면 내가 먼저 그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원하는 도움을 제공하는 방안을 먼저 고민하고 실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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