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비공개로 메모하지만 공개는 잘하지 않는다. 예전에는 설익은 생각도 곧잘 공개했는데 나이가 들면서 그런 게 꺼려진다. 곧잘 공개하던 시절도 절대적 나이는 어리지는 않았는데 공개 메모 쓰니까 이게 어린 행동은 아니지만 그때 정말 생각이 어렸나 싶고. 유치했던 생각과 행동이 문득 떠올라 더 그런 생각이 드는 듯하다. 공개할 이유도, 의미도 없는 상념을 끼적일 뿐이라 비공개에 아쉬움은 없다. 대부분의 생각이란 게 대체로 공개되지 않을수록 좋은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솔직한 생각이라는 건 혼자 간직하는 게 나으니까. 여기도 반쪽 이하 진심만 담을 뿐이다. 연휴를 보내는 마음은 마냥 편하지 않았다. 정신없이 자면서 부족한 수면을 보충할 때는 괜찮았지만 정신이 좀 들고 나니 장기적 관점에서 여러 고민이 들고 가슴이 좀 답답했다. 바쁘다는 핑계로 진지하게 파고들지 않은 고민이 현실적으로 다가왔고 내가 아무 대비도 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면서 불안했다. 그래서 이것저것 약간 뭔가 하긴 했지만 그것도 아무것도 하지 않아서 느끼는 불안을 달래기 위한 위약 같은 게 아닌가 싶기도 했다. 딱히 실속 있는 행위는 아닐 수 있지만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 나은 행위? 그게 의미가 있긴 한 걸까 싶기도 하고. 지금 당장 해야 할 일도, 중장기적으로 해야 할 일도, 나의 삶도 모두 고민이다. 고민하는 게 당연하지만, 일어나지 않은 일을 고민하기보다 대비하는 게 더 적절하지만- 한 인간으로서 삶 자체를 놓고 볼 때 드는 고민과 상념을 정면으로 마주해야 하는데 바쁘다는 핑계로 그걸 회피하고 살았다는 생각도 든다. 좀 더 어릴 때는 하루하루 기대되는 날이 많았는데 요즘은 그렇지 않다. 그냥 하루하루 겨우 마무리하는 데 안도할 때가 많다. 하루로 끝나지 않는 일은 안도하기까지 걸리는 시간도 좀 더 길고. 금방 결과가 나오거나 성과가 쉽게 보이지 않는 일이면 막막한 기분을 더 오래 느낀다. 그런 상황에서 위로가 되는 건 글쓰기보다 독서다. 나보다 더 풍부한 경험을 하고, 아는 것도 많고, 통찰력 있는 누군가의 안내와 제언이 어둡고 컴컴한 터널의 작은 등불이 돼준다. 큰 걸음을 내딛는 건 아닐 수 있지만 막막해도 의지와 신념을 갖고 조금이라도 더 타당한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기며 미약하게나마 나아가는 데 도움이 된다. 내 의지만으로 발걸음을 내딛을 수 없을 때도 있지만. 그냥 인생이라는 큰 그림 자체를 보면. 어차피 결과가 정해져 있거나 답이 따로 있는 일은 아니기에. 모범관행과 안티패턴은 있더라도. 지금은 과정에서 돌출 행동이나 충동적인 생각, 언행을 하지 않도록 자신을 다잡는 것도 너무 크고 쉽지 않아서. 일단 자제력과 집중력을 키우고 목표에 전념하는 걸 우선하려 하고, 그래야 한다. 과정에 후회가 없을 수 없겠지만 던질 수 있는 주사위는 모두 던져야 하고. 고통스러워도 계속 노력해야 한다. 노력하는 게 대수롭지 않고 무덤덤할 정도로 노력해야 한다. 지금은 그 수준은 아닌 것 같고, 하수인 모습이 많지 않나 싶기도 하다. 그나마 이 정도 깨달음이 이번 연휴의 수확일지도 모르겠다. 시간과 기회는 유한하니까. 두렵지만 새로운 한 주도 용기 있게 나아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