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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현 Oct 18. 2023

숫자27: 베르디 클럽 27

베르디의 오페라 26편 + <레퀴엠> = 27

유명 작곡가가 태어난 생가, 어린 시절을 보낸 고향, 장성해서 이사 다닌 집들, 말년을 보내다 눈을 감은 곳처럼... 의미 있는 장소엔 음악팬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습니다.      


올해 탄생 210주년을 맞은 이탈리아의 오페라 작곡가, 주세페 베르디는 이탈리아 북부 파르마 시 인근,

론콜레(Roncole)라는 작은 마을에서 태어났습니다.

당시 론콜레는 너른 평원이 펼쳐진 농촌 마을로, 베르디 가족은 도로변 집에 살면서

1층에선 선술집을 운영하고 2층에선 여인숙을 운영하며 생활했죠.

지금은 베르디 생가로 많은 방문객을 맞고 있습니다.     


바로 여기입니다.

 

이곳에 들어서면, 키 큰 나무 사이로 고풍스런 정원과 청동으로 만들어진 베르디 흉상이 먼저 보입니다.

건물 2층, 베르디가 어린 시절을 지낸 방에는, 세례증명서와 그가 그리던 악보, 직접 치던 피아노..., 손때 묻은 우산과 장갑, 사진첩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또 인근 마을에는, 어린 베르디의 재능을 발견하고 처음 음악 교육을 해주었던 성당도 있어요.

그곳에서 베르디는 여덟 살부터 오르간을 연주했습니다. 일명 ‘베르디 성당’이라 불리는 곳이죠.

그는... 열일곱 살에 후원자이자 훗날 장인이 되는 안토니오 바레치를 따라 부세토로 가기 전까지, 이곳 론콜레에서 생활했습니다. 그리고 장성한 뒤에도 버릇처럼 이렇게 말했어요.

나는 예전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늘, 론콜레에 남아 있을 것이다.”     




그런 베르디의 뜻을 기리며... 일 년에 두 차례, 이곳 베르디 생가를 찾는 모임이 있습니다.

베르디의 탄생일인 10월 10일과, 서거일인 1월 27일에, 스물일곱 송이 장미를 이곳 2층에 있는 베르디의 방에 바치는 베르디 동호회인데요, 파르마에 본부를 둔 ‘베르디 클럽 27’의 회원들입니다.


생가 2층에 있는 베르디가 쓰던 방, 침대 위에 장미 27송이. 리본에는 '파르마, 클럽 27'이라고 적혀있네요.


‘숫자 27’이 의미하는 건 뭘까요...?

베르디가 생전에 쓴 오페라가 스물여섯 작품, 그리고 걸작인 <레퀴엠>을 합해서, 모두 스물일곱 작품을 뜻합니다.

 

론콜레 인근 파르마에 본부를 둔 '베르디 클럽 27'은 다소 열정적이고 강력한 멤버쉽을 가진 모임입니다.

단순히 동호회보다 열광적이고 헌신적입니다. 한 번 회원은 종신 자격을 얻습니다.

이름처럼 27명의 회원 각자가 한 작품씩을 책임지고 후세에게 넘겨주도록 지키는 일을 합니다.

예를 들면, 제가 <라 트라비아타>를 맡았다면, 그것이 제 활동명이면서 제가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그 작품이 제대로 연주되고, 녹음되고, 소개되고 있는지 모니터하며 지켜야 할 작품이 됩니다.

그러면서 <리골레토> 회원님, <나부코> 회원님, <레퀴엠> 회원님과 함께 협력하지요.


**베르디의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 중에서 향수가 느껴지는, 사실은 집안에서 반대하는 애인 따라 집 나간 아들에게 돌아오라고 설득하는, 아버지 제르몽의 아리아 ‘프로벤자 내 고향’('프로벤자의 하늘과 땅을, 태어난 고향의 눈부신 태양을 어떤 운명이 빼앗아 갔는가?')을 들어보시죠.


바리톤 김기훈 씨 열린 음악회 나오셨었군요!!!!! 소리도 표현력도 정말 좋으셔요~!




1963년에 이 마을의 이름은 ‘론콜레 베르디’로 바뀌었습니다. 마을의 가장 큰 자랑이, 이제 마을의 이름이 되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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