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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현 Oct 17. 2023

숫자 22: 바이올린 협주곡 22번?

결코 흔하지 않은 번호, 비오티의 바이올린 협주곡 22번

세계 3대, 혹은 4대 바이올린 협주곡을 꼽으면, 멘델스존이나 차이콥스키, 브람스, 베토벤이 포함됩니다. 모두  하나씩, 바이올린 협주곡을 남겼네요. 모차르트는 좀 많이 써서 다섯 곡, 19세기 바이올린의 끝판왕이었던 파가니니도 여섯 개 정도입니다. 그런데, 바이올린 협주곡 22번이라구요????


네, 비오티가 썼습니다. 사실 그것보다 더 많이 썼어요.

지오반니 바티스타 비오티(Giovanni Battista Viotti)는, 1755년 이탈리아 태생으로,  

고전시대 최고의 바이올리니스트였습니다.(모차르트보다 한 살 형이네요)

그는 스승에게서 당시 대세였던 이탈리아의 전통 바이올린 연주법을 익히고서

스위스, 독일, 폴란드, 러시아로 연주 여행을 다니며 찬사를 받았구요,

서른을 바라보던 1782년 즈음부터 약 10년 동안은,

바이올린 음악에 시큰둥하던 프랑스 파리에서

바이올린 열풍을 일으킬 정도로 주목을 받으며 활동했습니다.

파리에 혁명이 터지자 그는 영국으로 피했고, 거기서도 실력을 뽐내며

하이든의 런던 콘서트에 독주자로 합류하기도 했죠.

1824년에 세상을 떠날 때까지 그는, 비브라토를 풍성하게 사용하는 연주법과,

현대로 이어지는 활 사용법을 정착시켰습니다.  

그의 이름 앞에는 ‘현대 바이올린의 아버지’라는 수식어가 붙게 되었습니다.  

    

비오티는 무려 스물아홉 곡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남겼습니다.

열아홉 곡은 파리에서, 나머지 열 곡은 1790년 이후 런던 시절의 작품인데요,

그가 여러 나라에서 쌓은 경험이 다채롭게 반영되었습니다.

이탈리아의 선율감, 프랑스의 춤곡과 독일 음악의 다성적인 면이 섞인, 국제적인 감각이 녹아있어요.  

하지만 요아힘이 이 곡을 독주회에서 자주 선보이기 전까지, 이 곡은 그리 널리 연주되는 곡은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이 곡은 모차르트에서 베토벤 사이를 이어주는 징검다리 역할을 했고 이후 세대에게 좋은 모델이 되었습니다.

후배 작곡가 브람스는 자신의 하나뿐인 바이올린 협주곡을 쓰는 동안에, 비오티의 바이올린 협주곡 22번을 자주 꺼내보며 참고하고, 그 때마다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하는데요,

브람스는 클라라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이 곡에 대해 이렇게 적었어요.  

 

 "그야말로 찬란하고 인상적인 작품입니다.

 어떻게 이렇게 훌륭한 곡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비오티의 바이올린 협주곡 스물아홉 곡 중에서, 오늘날 가장 사랑받는 곡은 제22번입니다.

브람스의 강력 추천을 믿으며, 들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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