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이 유행가 가락에 붙인 <피아노 삼중주 > '거리의 노래'
베토벤이 빈에 도착한지 4년째 되던 1797년 가을,
요제프 바이글의 코믹 오페라 <바다에서의 사랑>이 초연돼 대단한 인기를 끌고 있었습니다.
여기에는 3중창 ‘내가 약속하기 전에’라는 가사의 노래가 나오는데요,
이 오페라의 인기가 얼마나 대단했는지,
거리를 지나는 사람들이 이 선율을 흥얼거리며 다녔을 정도였다고 해요.
늘 진지하고 심각한 베토벤이지만, 이 좋은 선율을 놓칠 수 없습니다.
베토벤은 이듬해 피아노와 클라리넷, 첼로가 함께 연주하는 <피아노 삼중주 작품 11>을 발표했습니다.
아마도 한 클라리네티스트의 의뢰를 받아서 클라리넷이 포함된 삼중주를 쓴 것으로 보이는데,
특히 마지막 3악장에 유행하던 바이글 오페라의 선율을 주제로 삼가, 변주를 붙였습니다.
그래서 이 곡은 ‘거리의 노래, Gassenhauer(가센하우어)’라는 별명으로 불렸죠.
변주는 모두 11개, 피아노 독주, 클라리넷과 첼로의 이중주, 단조로 바뀌었다 장조로 돌아오면서 다채롭게 변하고, 세 악기가 조화로운 노래를 들려주다가, 다시 개성 강한 변주로 넘어갑니다. 열한 가지 변주를 다 듣고 나면, 베토벤의 탁월한 변주 실력에 박수가 절로 나올 거예요!
1798년 10월, 빈의 한 신문에는, 베토벤의 악보가 나왔음을 알리는 광고가 실렸는데요,
어쩌면 이런 광고 문구가 적히지 않았을까요?그저 상상일 뿐입니다만...
“근래 가장 주목받는 젊은 작곡가 베토벤,
익숙한 선율을 피아노 삼중주에 담다!
일명 ‘거리의 노래’, 가까운 악보 매장에서 절찬 판매 중...!!"
제자였던 체르니에 따르면, 베토벤은 이 변주곡 3악장만 따로 떼어서 하나의 독립된 곡으로 쓰려는 구상을 했다가, 곡이 지나치게 가벼워질 것을 염려해서 그냥 뒀다고 합니다.
최신 유행가의 선율로 만든 진지한 실내악곡이라니...,
보수적인 평론가들을 화나게 만들기도 했지만, 다수의 일반 청중에게는 큰 재미를 선사했던 것 같습니다.
베토벤은 이 작품을 툰 백작 부인인 마리아 빌헬미네에게 헌정했습니다.
하이든과 모차르트, 글룩을 후원했던 음악 애호가였구요, 훗날 베토벤을 든든히 지지해준,
리히노프스키 후작부인과 라주모프스키 백작부인의 어머니로, 베토벤에게는 참 특별한 인연이었습니다.
다채로운 열한 개의 변주, 베토벤의 <피아노 3중주 4번 B♭장조 Op. 11 ‘거리의 노래’>
3악장 Allegretto 주제와 변주, 피아노, 첼로, 클라리넷 연주(종종 클라리넷 대신 바이올린이 함께 해요)
13분 45초 즈음에서 3악장이 시작됩니다.
역시, 실내악은 함께 하는 재미, 함께하는 맛에 하는 거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