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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현 Oct 21. 2023

숫자11: 하이든의 건반 협주곡 11번

하프시코드 말고, 피아노로 사도록.  

이 곡이 수록된 어떤 음반엔 ‘피아노 협주곡’이라고 적혀있습니다. 

드물지만 어떤 음반에서는, ‘하프시코드’로 연주되었고, 또 다른 음반에서는 이 곡을, 

피아노나 오르간, 하프시코드처럼 건반이 있는 악기로 연주할 수 있는 ‘건반 협주곡’이라 소개합니다. 

과연 하이든은 어떤 악기를 위해 작곡한 걸까요? 


18세기 중반은 하프시코드(=쳄발로=클라브생)와 피아노가 공존하는 시대였습니다. 

현을 뜯는 방식의 이전 하프시코드와 다르게, 크리스토포리가 개발한 피아노는 현을 해머로 때려서 소리를 냈는데요, 건반을 치는 힘에 따라서 큰 소리나 작은 소리가 즉각적으로 나오는 혁신적인 악기였어요. 

그래서 악기의 이름도, ‘운 침발로 디 시프레소 디 피아노 에 포르테’,  

우리말로 옮기면, 작은 소리(piano)와 큰 소리(forte)를 모두 내는 삼나무 건반 악기, 라는 뜻입니다.      


바흐는 1747년, 아들이 일하던 프레데릭 대제의 궁정에서 질베르만이 제작한 피아노를 처음 접했다고 해요. 

모차르트는 1770년대 중반에 뮌헨 연주 여행에서 피아노를 쳐 본 뒤, 아버지에게 피아노를 사야겠다는 편지를 썼구요. 

에스테르하지 궁정에 고용된 하이든은 그보다 몇 년 뒤, 피아노를 접하고 큰 매력을 느껴, 

궁정으로 피아노 제작자 안톤 발터를 초청했다고 해요.

아마 그 즈음부터 하이든의 건반악기 작품은, 하프시코드 보다는 피아노를 위해 쓰인 것으로 추정됩니다. 

뿐만 아니라 한 친구에게 이렇게 충고했는데요,  

“사람들은 이제 하프시코드를 치지 않으니, 대신 피아노를 사시오.”라구요.     


하이든의 건반 협주곡 11번 D장조는 1780년대 초, 그가 50대 즈음에 쓴 작품입니다. 

파리와 빈에서 악보가 출판됐고 유럽 전역에서 사랑을 받은 곡이에요. 

하이든도 이 성공이 만족했는지, 이 곡에 ‘나의 초대형 협주곡’이라고 불렀다고 하네요. 

그리고 이 곡은 아마도 피아노를 염두에 두고 쓰인 것으로 보입니다.    

하프시코드의 시대가 가고 피아노의 시대가 올 것을 예감했던 걸까요?   


하이든의 건반 협주곡을 어떤 악기로 연주하느냐, 하는 문제는, 

작곡가가 어떤 악기를 염두에 두고 썼나, 혹은 당시에 어떤 악기로 연주됐나,를 살피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금은, 어떤 악기로 연주하면 더 효과적인가도 고려해야 합니다.

많은 음악학자들은 이 곡이 장식음이나 구성으로 봤을 때, 피아노 연주가 더 효과적이라고 말해요.

     

**Haydn, 건반 협주곡 11번 D장조 Hob. XVIII:11 

1. Vivace 2. Un poco adagio 3. Rondo all’Ungarese. Allegro assai (헝가리풍의 론도) 

플레트네프 피아노, 이반 피셔 지휘, 17분 43초에 시작하는 3악장이 정말 신납니다!       

이 연주로 이 곡을 처음 들었다면, 다른 연주는 귀에 들어오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우리가 보는 주변의 모던 피아노는, 19세기 후반, 오늘날의 모습을 확립했습니다. 

이전까지는, 각 부품의 재질이나 제작법이 지역마다, 제작가마다 달라, 아직 표준이 확립되지 못했지요. 

그래서 현대의 피아노와 구분해, ‘포르테피아노’라는 이름으로 부릅니다. 

음반으로 들어보면 영롱하고도, 소박한 느낌을 받을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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