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9'를 좋아하는, 피아니스트 알렉상드르 타로
큰 무대에서 긴장과 압박을 견디는 음악가들에게는 저마다 크고 작은 징크스가 있더군요. 운동선수들처럼, 연주를 앞두고 긴장을 풀기 위해 정해진 루틴을 반복하기도 합니다. 프랑스의 피아니스트 알렉상드르 타로에게는 숫자가 그런 존재라고 해요. 그는 연주 여행 중 숙소를 정할 때도 주로 9호, 아니면 3의 배수인 3호나 6호의 방을 예약합니다. 일부러 연주 날짜를 9일에 맞추기도 하죠. 그러니까 주로 9일이나 19일, 29일에 중요한 연주를 잡는 겁니다. 그는 자신의 에세이집 <이제 당신의 손을 보여줘요>에 이렇게 적었습니다.
"나는 숫자 9의 연주자다. 나는 호텔의 9호 방에서만 잔다.
9호 방이라면 멋진 콘서트를 약속할 수 있다.
나는 9일에 연주를 잘한다. 나의 출생일이 9일,
그 이후로 9에 둘러싸인 나는 수비학에 열광할 수밖에 없었다."
‘숫자 9의 피아니스트’ 알렉상드르 타로가 태어난 날이 12월 9일입니다. 그래서 타로는 숫자 9를 가장 좋아하게 되었다고 하네요. 책을 읽어보면 그가 얼마나 오래 불면에 시달렸고, 증상에 따라 챙겨 먹는 약이 많은지, 매번 도시를 옮겨다니며, 매번 다른 청중 앞에서 불안과 긴장 속에 연주자로 살아가는지 알게 됩니다. 그러니 그의 숫자에 얽힌 징크스는, 이 모든 상황에서 불안을 떨치고 평정심을 찾기 위한 노력의 하나인 것... 그가 도시마다 묵었던 호텔의 9호방 목록이 가득한 수첩도, 연주 날짜를 9일에 맞추는 것도, 결국은 더 좋은 컨디션으로 최고의 무대를 만들기 위함입니다.
그렇다면, 숫자9의 연주자, 타로가 가장 좋아하는 곡은 어떤 곡일까? 조심스럽게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점쳐봅니다. (링크: 숫자 3) 바흐를 대표하고, 바로크 시대를 대표하는 건반악기 작품입니다. 세박자 아리아 선율을 주제로, 서른 개의 변주가 붙어 있어요. 특히, 3, 6, 9, 이렇게 3의 배수에 해당하는 변주는 푸가(바로크 시대 대위법을 적용해서 엄격한 작곡규칙에 따라 쓰인 곡)로 대체돼요. 그러니까 제1변주, 제2변주에 이어 1도 푸가, 다시 제4변주와 제5변주가 나온 뒤 2도 푸가, 이렇게 진행됩니다. 타로가 좋아하는 숫자 3의 배수마다 중요한 사건이 일어나지요.
그래서, 이 모든 것을 통해 피아니스트 알렉상드르 타로가 말하고 싶은 것은 이것입니다.
"나는 숫자 9다. 진짜 좋은 9. 강한 바람 같은, 생명으로 가득한 9의 길은, 당신을 저 먼 곳으로, 세상 반대편으로 실어간다."
그의 연주를 들으면 다른 세상 어디쯤으로 날아가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 이유입니다.
*타로가 연주하는 슈베르트 즉흥곡 3번
*타로가 연주하는,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은 링크가 연결되지 않아서... (유튭에선 보실 수 있습니다)
바로크 시대 프랑스 작곡가 쿠프랭의 <신비한 바리케이드>를 가져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