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지현 Oct 18. 2023

숫자 7 : 늦은 행운을 가져다 주다

브루크너의 교향곡 7번 

숫자 7은 어떻게 행운을 상징하는 숫자가 되었을까요? 

크게는 종교와 스포츠에서 유래가 이야기 되는 것 같습니다. 성경에서 천지가 창조된 것이, 일곱 번째 날입니다. 그리고 미국의 프로야구 메이저 리그에서 7회에 역전이 자주 일어나, 7은 곧 행운의 숫자로 자리잡았다는 이야기도 있네요.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숫자 조사에서도, 늘 1위를 차지하는 숫자 7, 이 사람에게는 정말 행운을 가져다 주었습니다. 바로 이 사람입니다. 



어느 날, 꿈속에서 브루크너는 휘파람 소리를 들었습니다. 그리고 친구의 목소리가 들려오죠, 이 선율이 행운을 가져올 거라구요. 꿈에서 깬 작곡가는 그 선율을 악보에 옮겨 곡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교향곡 7번이 완성되었는데요, 사실인지 아닌지 분명치 않은, 이 꿈같은 이야기보다 더 꿈같은 사실은, 이 곡이 예순 살 작곡가에게, 첫 성공을 안겼다는 겁니다.      


알려진 것처럼, 브루크너는 대기만성형 작곡가였습니다. 평생 독신으로 살며 성당과 궁정의 오르간 주자로 일했고, 심오하고 종교적인 작품을 남겼죠. 하지만 오랜 시간 음악의 도시 빈은, 그에게 마음을 열어주지 않았습니다. 청중은 브루크너의 교향곡이 장황하고 모호하다고 평가했죠. 그는 다른 예술가들과도 일체 교류하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당시 빈의 음악계는 브람스를 따르는 전통주의자와 바그너를 따라 새로운 음악을 주장하는 사람들의 각축장이었는데, 바그너를 존경했던 브루크너는, 브람스주의자들의 공격을 받기도 했습니다. 여러가지로, 외롭고, 고달픈 생이었어요. 


브루크너는 1883년 가을까지, 2년 동안 교향곡 7번 작곡에 매달렸습니다. 네 악장의 연주시간이 한 시간이 넘는 이 거대한 곡은, 현의 트레몰로 위에 첼로가 선율을 펼치는 1악장에 이어, 바그너의 죽음을 애도하는 느린 2악장이 나오고, 뛰어난 리듬감의 3악장과 빛나고 강렬한 4악장으로 곡을 맺습니다.      


그런데 말이죠, 놀라운 일이 일어났습니다. 1884년 12월 30일,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페라 극장에서 이 곡이 초연되던 날 브루크너가, 청중의 뜨거운 박수를 받은 것입니다. 마흔 네 살에 꿈을 찾아 빈으로 와서, 교향곡을 쓴 지 16년만의 일이었죠. 이 곡을 통해 관객은, 브루크너 특유의 풍성한 오케스트라 사운드와 확장된 금관 파트, 아름다운 선율에 매료됐습니다. 이 곡에 대한 소문은 뮌헨과 빈으로 퍼졌고, 그곳에서도 연주가 이뤄졌지요. 브루크너가 교향곡 작곡가로 이름을 알린 건 물론이구요, 그가 이전에 쓴 작품들까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습니다.  

 

“이 선율이 자네에게 행운을 가져다줄 거라네.” 라고 꿈속에서 들려온 친구의 목소리보다, 

더욱 꿈같은 현실을 가져온 브루크너의 교향곡 7번은, 예순 살 작곡가에게 찾아온 첫 번째 행운이었습니다. 


1악장과 2악장이 각각 20분씩으로 무척 깁니다. 하지만 아바도가 빚어내는 소리에 귀 기울여 들어보면 천상의 아름다움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특히 2악장은 정말...


이전 07화 숫자6 : 여섯 박자 춤곡, 타란텔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