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이야기하기에는 너무 외로운 밤이다.
추억 따위를 운운하며 회상에 젖기에 너무 현실적인 날이다.
투두둑,
무심한 자판 두드림과
쇼츠를 넘기는 소리 없는 손가락 정적만이
필사적으로 난무하는 밤,
난데없이 80년대 낭만을 그리워하는
철없는 밤이 지나가고 있다.
그때에는 꽃을 들고 창 밖에 서있는 한 청년의 밤이 있었고,
가로등에 비친 쓸쓸한 그림자를 창문 너머 남몰래 보던
소녀의 설렘이 있었다.
차갑게 식어버린 커피를 아무 느낌 없이
목구멍에 들이붓던 날,
알아보는 이 없는 거리에 서서
나는
내내 한 번도 내게 오지 않았던 너를
따뜻한 손을 가진 너를
기다렸다 그리고 기다리지 않았다
내게 허락되지 않은 피
깊고 깊은 죽음과도 같은 사랑이 지나가던 그날 밤,
나는 눈물 없이 울었다.
밤 새 울었다.
아무도 모르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