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작업 근황과 짧은 일상이야기
얼마전 비오는 날에 딸아이와 산책을 하는데
"엄마, 꽃들은 비를 맞으면 씩씩해져서 키가 커져"
라고 하더라고요.
우리는 보통 비를 맞지 않으려고 우산을 쓰고, 또 비를 맞으면 축 쳐지는 이미지를 많이 떠올리잖아요.
꽃처럼 비를 맞을 수록 씩씩해지는 사람을 상상하니 재밌었습니다.
이 말이 너무 이뻐서 다이어리에도 써놓고 남편과도 공유를 했답니다.
저는 이제 더 클 키는 없지만, 여전히 많이 씩씩해지고 싶거든요 ㅎㅎ
비를 맞아서 씩씩해질 수 있다며 얼마든지 맞을텐데요. (실제로 비 많이 맞고 살았는데!!)
다들 잘 지내고 계셨지요?
저는 얼마전 작년봄부터 써오던 책의 초고를 완성해서 넘겼답니다. 현재 출판사에서는 제목을 고민하고 계시는 중이고요, 제목이 정해지면 다시 원고를 재구성하고 추가원고작업을 해서 그 이후에 본격적인 편집이 시작될 거라고 해요. 그러니 아직 갈 길은 먼 셈이지요. 빠르면 올 연말, 혹은 내년 초에 책이 출간되지 않을까 예상해봅니다.
그보다 훨씬 전부터 작업했던 또 다른 책이 있는데요. 이 곳 브런치에서도 <아이라는 타인을 마주한 여자들에게>라는 매거진으로 몇편 공유했던 글입니다. 그 책도 원고를 더 채워 완성할 예정이고요, 아마 (빠르면) 내년 여름쯤 출간되지 않을까 해요.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은 책작업 근황은 이쯤으로 하고..)
다시, 처음의 이야기로 돌아가서...
최근에 문득 살아가는 데에는 용기가 필요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유독 겁이 많아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심리상담가로서 내담자를 만나 얘기를 들을 때, 또 주변 소중한 사람들의 속얘기를 들을 때 모두가 하루하루 씩씩하게 살아가려고 무던히도 애쓰고 있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특히나 내향형 + 불안이 높은 성향의 사람들은 더더욱 매일이 패닉이고 대재앙이지 않나 싶습니다.
곰돌이 푸에서 푸와 친구들이 '보이는 것 말하기 게임'을 했을 때 창밖에는 평화로운 집과 나무 같은 풍경이 있었지만 피글렛은 겁에 질린 표정으로 "Panic, worry, Catastrophe" (공황, 걱정, 대재앙) 이라고 말했던게 떠오르네요.
그런 이들에게는 아침에 눈뜨는 것부터 집밖을 나서는 것, 출근하는 것, 사람을 만나는 것, 뭔가를 시도하는 것, 뭔가를 지속하는 것......그 모든 것이 용기를 내는 일인거죠. 괜찮은듯 살아가고는 있지만, 엄청나게 용기를 내고, 그만큼 에너지가 소모되고 있을 겁니다.
그러니 매일 대단한 일을 해내지 않더라도, 무탈하게 하루를 보낸 자신을 우쭈쭈해 줄 필요가 있겠다....하는 건 제 생각이고요. 적어도, '난 왜 이렇게 밖에 못하지. 나는 왜 이것밖에 안되는거지' 하면서 자책하거나 비난할 필요는 없겠지요. 또는 무언가를 시도하지 못하고 있는 자신을 너무 구박할 필요도 없어요. 겁쟁이는 구박을 듣는다고 더 잘해지는 것도 아니거든요. 오히려 기가 죽어서 더 주저하게 되겠죠....;;
아무튼, 매일매일 자신을 잘 깨워서, 밖으로 내보내서, 사람구실하며 살아가게 하는 이 세상 모든 겁쟁이들을 저 자신처럼 응원하는 마음입니다.
비를 맞아 씩씩해지듯 , 스스로를 격려하고 궁디 팡팡해주면서 용기가 필요한 나날을 살아가시길 바랍니다. 키는 더이상 크지 않겠지만, 그래도 좀 살만한 날들이 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