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스러운 ADHD 3편- 순진한 도일이에겐 너무나 잔인했던 교실
너무나 솔직한 아이인 도일이가 ‘거짓말’에 대해 가지고 있던 기준이 무너진 사건이 생겼다. 거짓말을 하는 건 나쁜 일인데 왜 거짓말을 한 친구는 혼이 나지 않고 자기만 혼이 나는 거냐고 서럽게 울며 이야기하는 아이를 겨우 진정시킨 후 무슨 일이 있었냐고 물어보았다.
아이의 뒤에 서 있던 친구가 뒤에서 쿡쿡 찔러서 하지마라고 얘길했는데도 키득키득 웃으며 자꾸 찔러서 아이는 화를 냈다고 했다. 그랬더니 앞에 있던 선생님이 아이에게 조용히 하라고 하셨단다. 아이는 뒤에 친구가 자꾸 찔렀다고 말을했고, 아이를 쿡쿡 찔렀던 친구는 자기는 그런 적이 없다고 발뺌을 했다고 한다. 결국 떠들었다고 아이 혼자만 혼이 났다. 아이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왜 저 친구는 거짓말을 하는 건지. 왜 내 말은 믿어주지 않는 건지...
코로나로 집에서 온라인 수업을 하는 날이 많았다. 아이가 자리에 앉아서 수업에 집중은 잘 하는지, 수업과 관계없는 이야기를 조잘거리지는 않는지 불안해서 항상 저만치 멀리 떨어져서 아이의 온라인 수업을 옆에서 지켜보았다.
그러던 어느 날. 화면 저편에서 ‘도일이, 조용히 해’라고 이야기하는 선생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이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는데...정말 조용히 수업만 듣고 있었는데...
속에서 울화통이 치밀었다. 그냥, 우리 아이는 선생님한테 ‘찍혔다’는 표현 말고는 떠오르는 말이 없었다.
이런 취급을 받으며, 아이는 얼마나 속이 문드러졌을까? 마음에 얼마나 멍이 들어있었을까?
하지만 나는 그 날도 선생님께 항의 전화는 하지 못했다. 그래. 학교에 가는 날이 많지 않으니깐, 온라인 수업을 하는 날이 많으니 조금만 참으면 괴롭히는 친구들과도 떨어질수 있고, 담임 선생님도 바뀔거야. 라는 생각으로 그냥 아이에게 참으라고 했다. 그냥 나쁜 친구들은 상대하지 말라고, 피하라고만 했다.
나는 아이에게 대처방법을 알려주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일부러 친구를 놀리고 괴롭히는 건 나쁜 일이야. 거기에 니가 똑같이 대응할 필요는 없어. 그럴 땐 선생님께 말씀드려.”
“엄마. 그런데 선생님한테 말씀드려도 그 친구들이 자기네들은 안그랫다고 거짓말을 하면 어쩔 수가 없어. 선생님은 그냥 사이좋게 지내라고만 말씀하셔.”
그렇지. 증거가 없으면 어쩔 수 없지. 거기서는 또 다른 방법을 생각해내야만 했다.
“도일아. 그러면 친구들이 널 또 놀리거나 괴롭히면 아무 말 하지말고 선생님이 있는 곳으로 자리를 옮겨. 선생님 앞에서는 친구들이 함부로 하지 못할거야.”
“응. 알겠어.”
“그리고, 친구들한테 엄마가 저~기 앞에 있는 학원 원장님인데 엄첨 무섭다고 얘기해. 알겠지?”
“진짜? 그렇게 얘기해도 되? 엄마가 원장님이라고 얘기해도 되는거지?”
아이는 환하게 웃으며 좋아했다.
“그럼! 당연하지! 친구들이 또 괴롭히면 엄마가 교문 앞으로 찾아가서 혼내줄게!”
아이를 교문 앞으로 마중 나갔던 어느 날, 아이가 내 얼굴을 당기더니 귓가에 대고 소심하게 말했다.
“엄마, 저 친구야. XX이. 맨날 나 뒤에서 때리는 애.”
나는 그 친구를 불렀다.
“00아! 니가 00이니?”
00이는 시큰둥한 얼굴로 나를 힐끗 쳐다봤다.
“그런데요?”
“응, 아줌마는 도일이 엄마야. 도일이랑 같은 반 친구라며? 우리 도일이랑 싸우지 말고 친하게 지내. 아줌마는 요 근처 학원 원장쌤이야.”
“어? 진짜네?”
보통의 아이들은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하거나 네 알겠습니다~라고 대답을 한다. 그런데 00이는 내 얼굴을 잠깐 쳐다보더니 다시 휙 돌아서 가버렸다. 그리고 내 얼굴도 쳐다보지 않은 채 내 상식에서 벗어난 혼잣말을 하며 유유히 사라져갔다.
울화통이 치밀었다. 이것이 정녕 초등학교 1학년의 태도라고? 이렇게 어른스러운 싹퉁머리를 가지고있다고? 나는 주로 중고등학생을 가르치는 학원의 원장이었다. 머리가 어느정도 큰 아이들이 이렇게 버릇없이 굴면 나는 아무런 거리낌없이 사자후를 날리고 학원에서 내쫓을 수 있는 기개가 있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조그만 아이의 공격에 당황한 나는 그 자리에서 입이 떡 벌어진 채 얼음처럼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