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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연미 Aug 14. 2024

자전거, 좋아하세요? (1)

[취미 부자와 살고 있습니다] 2편 '자전거'

   

   지금의 남편이 아직 남자친구였을 때, 언제 한강에서 함께 자전거를 타보지 않겠냐고 물어왔다. 기억에 날씨도 따뜻하고 꽃도 한창 피었을 때니 초봄쯤이 아니었을까 싶다. 한강 자전거 데이트라니. 나는 설렘을 품고 머릿속으로 바구니가 달린 자전거를 타고 강변을 따라 나란히 달리는 연인의 샤랄라(?)한 모습을 그려보았다. 하지만 현실은, 내가 상상한 그림과 완전히 달랐다.     




   남자친구는 일단 한강에서 나란히 자전거를 타는 건 매우 위험한 행동이라며 나를 앞세웠다. 그리곤 뒤에서 “페달을 밟아, 쉬지 말고 밟아!”라며 채찍질을 해댔다. 조금만 쉬려고 하면 날아오는 “페달을 밟아!” 소리에 나는 앞만 보며 바람을 뚫고 달려야 했다. 숨이 턱까지 차올라도 페달을 밟는 건 멈춰서는 안 되었다. 샤랄라- 는 무슨, 거의 울면서 타야 했다. 목적지에 도착하고야 비로소 페달을 멈출 수 있었고 남자친구는 자전거란 모름지기 지속해서 같은 속도를 내며 에너지를 다 쏟아서 타는 거라는 자신의 확고한 신념을 설파했다.   

  

   당시 나는 몇십만 원짜리 입문용 하이브리드 자전거를 타고 있었고 남자친구는 이미 로드바이크를 타고 있었다. 이후에 남자친구는(이때는 남자친구에서 남편이 된 상태) 자전거의 그레이드가 맞지 않아서 힘든 거라며, 나를 자연스레 로드바이크의 세계로 인도했다. 로드바이크는 하이브리드와 자전거의 형태만 다른 게 아니라 안장의 높이가 높고 타는 자세도 저돌적이며 속도도 빨랐다. 처음엔 자전거 안장에 앉으면 두 다리가 바닥에 닿지 않는다는 사실이 무서웠다. 그래서 클릿슈즈(밑창에 클릿이 있어서 자전거 페달에 고정할 수 있는 전용 신발)만큼은 한사코 거부했다. 갑자기 멈춰 서게 되면 그대로 자전거와 함께 옆으로 넘어질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지금도 나는 평페달을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도 내가 로드를 계속 타게 된 건, 남편과 함께하는 라이딩의 밸런스를 맞추는 이슈도 있었지만 실은 뒤늦게 맛본 속도의 쾌감과 장거리 주파에서 오는 성취감 때문이었던 것 같다(이젠 한 번 자전거를 끌고 나가면 7~80km 라이딩은 기본이었다). 그리고 자전거를 타야만 마주할 수 있는 풍경이 있다는 것도 하나의 이유였다. 힘이 들 때쯤 펼쳐지는 탁 트인 풍경은 힐링 그 자체였다. 도심을 조금만 벗어나면 고즈넉한 자연(자전거도로를 따라 늘어선 초록의 나무들과 강가에 반짝이는 윤슬)을 마주할 수 있었다. 게다가 하얗게 불태우고 나서 먹는 음식은 어찌나 꿀맛이던지.     




   이후로 우리는 주말과 휴일을 활용해 라이딩을 즐겼다. 이젠 몸에 딱 붙는 저지와 엉덩이에 패드가 있는 빕숏이 조금도 부끄럽지 않은 경지에 이르렀다. 그렇게 한강에서 주변 지역으로 조금씩 라이딩 코스를 넓혀가고 있던 어느 날, 남편이 국토 종주에 도전해보지 않겠느냐고 했다. 서울(인천)에서 부산까지 자전거길을 따라 달리는 건데, “업힐(uphill) 두 개만 넘으면 된다”고 했다. 때마침 라이딩에 재미를 붙여가고 있었고 5월의 연휴가 기다리던 시점이었기에, 나는 호기롭게(라고 썼지만, 어쩌면 무모하게) 그 제안에 동의하고 말았다. 그렇게 6일간의 633km 라이딩 대장정이 시작되었다. 두둥!


(계속 이어집니다.)



*이미지 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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