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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메리카노 Mar 07. 2024

니키 헤일리 공화당 경선 사퇴의 변

어제(5일) 슈퍼 화요일에서 예상대로 참패한 공화당 대통령 경선 후보 니키 헤일리 전 UN 대사가 예상대로 오늘 오전 대통령 후보직에서 물러난다고 발표했습니다.


어제 아메리카노 생중계를 통해 말씀드렸듯이 헤일리 후보가 사퇴하는 건 이미 시간 문제로 여겨졌고, 관심은 과연 그가 후보직에서 물러나면서 도널드 트럼프를 지지한다고 선언할 것이냐에 쏠려 있었습니다. 헤일리는 끝내 트럼프를 명확히 지지한다고 밝히지 않았습니다. 대신 그가 남긴 짧은 연설 전문을 번역했습니다.

니키 헤일리,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찰스턴. 3월 6일 오전 10시.

지금으로부터 약 1년 전에 저는 대통령에 출마를 선언하고, 선거 캠페인을 시작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선거는 우리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치르겠다고 약속드렸죠. 수십 년 전 미국 땅에 이민자로 발을 내디뎠던 제 어머니는 지난주 대통령 후보 경선에 유권자로 참여해 자기 딸에게 표를 던졌습니다. 미국에서만 가능한 일이죠.

지난 1년여간 전국 방방곡곡에서 받은 저와 저희 캠프를 향한 과분한 지지와 성원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그러나 오늘 저는 경선을 중단하고, 후보 자리에서 사퇴합니다. 저는 그동안 미국인의 목소리를 대변하기 위해 정치를 해왔습니다. 경선에 참여한 시간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후회는 없습니다. 이제 더는 경선에 나선 후보가 아니지만, 저는 제가 믿는 바를 주장하고 알리기 위해 제 목소리를 내야 할 일이 있다면 주저하지 않을 겁니다.

막대한 국가 부채는 언젠가 우리 경제를 망쳐버릴 겁니다. 작은 정부는 우리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우리의 생존을 위해서도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 사회주의를 받아들이는 건 쇠락으로 가는 지름길이 될 겁니다. 제 역할을 전혀 못 하는 의회는 점점 더 망가지고 있습니다. 리더는 찾아볼 수 없고, 온통 추종자들 뿐입니다. 워싱턴의 정치인들의 임기를 적절히 제한하는 일이 그 어느 때보다 시급합니다. 국제사회에서 미국이 뒷걸음질 치는 사이 세계 곳곳에서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이스라엘, 대만 등 우리 동맹국들과 연대하는 건 미국에게 주어진 도덕적 책무입니다. 단지 그뿐만이 아닙니다. 우리가 더 뒷걸음질 치면 세상에는 전쟁이 더 잦아질 겁니다. 줄어들지 않아요.

지금 우리에겐 자유라는 위대한 가치를 위해 헌신하는 것 못지 않게 미국이 하나로 뭉치는 것도 중요합니다. 무엇보다도 혐오와 분열을 철저히 배격해야 합니다. 저는 이 모든 소중한 가치들을 위해 계속해서 싸워나갈 겁니다. 미국 시민의 권리를 위해서요. 저는 여러분의 대통령이라는 영광스러운 자리를 위해 노력했지만, 이제 후보에서 물러나더라도 평범한 시민으로서 소중한 가치들을 지켜나가는 삶도 사실 무척 기대됩니다. 

오는 7월 우리 공화당이 전당대회를 열면 도널드 트럼프가 우리 당의 대통령 후보가 될 가능성이 매우 커 보입니다. 미리 축하드립니다. 잘 되면 좋겠습니다. 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든 그 사람이 잘 되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서로 작은 차이를 지적하며 갈라서고 반목하기엔 우리나라가 너무나도 소중합니다.

저는 늘 보수적인 공화당원으로 살아 왔습니다. 공화당 후보가 된 이를 변함없이 지지해 왔죠. 이 질문에 관해 마가렛 대처가 했던 말을 새겨들을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대처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절대로 군중을 그냥 따르지 말아라. 항상 스스로 결정하라. 

이제 공화당 안팎에서 그를 지지하지 않았던 이들의 마음을 얻는 건 도널드 트럼프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습니다. 트럼프가 꼭 사람들의 마음을 얻기를 바랍니다. 정치의 정수는 당신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를 중심으로 사람들을 모으고, 마음을 얻는 일입니다. 나와 생각이 다른 이들을 쫓아내고 소외시키는 건 좋은 정치라고 할 수 없습니다. 지금 우리의 보수적인 가치에는 더 많은 이들의 지지를 절실합니다. 이 상황을 어떻게 풀어내느냐는 트럼프의 선택에 달렸습니다.

후보에서 사퇴하는 이 순간, 출마를 선언하고 선거에 뛰어들던 때 했던 말을 다시 하고자 합니다. 여호수아서에 나오는 말입니다. 모든 미국인에게 하고 싶은 말이지만, 특히 저의 선거를 믿고 지지해 준 수많은 여성들에게 이 말을 전합니다.

마음을 단단히 먹고, 담대히 하라. 두려워 말며, 용기를 잃지 말라. 네가 어디를 가든 여호와가 너와 함께하시리라.


선거를 통해 저는 우리나라의 위대한 면면을 매순간 마주했습니다. 미국에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신의 가호가 함께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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