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카톡 친구들의 프로필 사진을 봤다. 나는 평소에 프로필 사진을 잘 안 본다. 일 년에 한두 번 정도랄까. 그런데 카카오톡에서 프로필을 업데이트한 사람들을 상단으로 보여주기 시작하면서 나도 모르게 한 번씩 눌러보게 됐다.
그러다 보니 잊고 있던 새로운 인물을 보기도 하고, 반가운 소식도 많이 접했다. 결혼을 하거나 아이를 낳거나 인생에 큰 변화를 맞이한 친구들을 알게 됐다. 따로 연락하는 사이가 아니라서 결혼식에 초대하거나 출산 소식을 주고받지는 않는 그런 사이. 하지만 예전에는 분명 친하게 지냈던 터라 차마 연락처를 지우진 못하고 마음으로나마 축하를 전하는 그런 친구들 말이다.
나와 비슷한 때에 아기를 출산한 친구도 많았다. 그럼 나는 자연스레 ‘우리 아가랑 친구네’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러다 한 친구의 프로필 사진에서 나와 익숙한 모습을 발견했다. 아기를 안고 있는 친구의 뒷모습이었다. 앞머리 하나 없이 질끈 묶은 머리와 두툼한 어깨가 시선을 끌었다. 그리고 그 앞에 안겨 있는 너무 귀여운 아기도 함께.
요즘 아기를 안고 사진을 찍을 때면 내 모습이 무척 마음에 들지 않는다. 머리숱은 왕창 빠졌고, 느슨하게 머리를 묶었다간 아이가 잡아끄는 바람에 언제나 꽉 동여매야 한다. 하루 종일 아기를 안고 있어서 그런지 나름 가녀린 쇄골을 자랑하던 어깨는 사라졌고, 운동선수처럼 승모근이 우뚝 솟아있다.
그 친구의 모습도 나와 너무 닮아있었다. 나는 차마 부끄러워 올리지 못한 그 모습을 친구는 프로필 사진으로 걸어두었다. 오히려 너무 아름다워 보였다. 그 친구는 진짜 엄마가 되어있는 것 같았다. 나는 아직도 나의 이런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투정 부리고 있는데 말이다. 어쩌면 이게 엄마의 진실된 모습인데 대부분은 나처럼 부끄러워하고 숨기려 한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 사회는 '아기 엄마는 날씬하고 관리도 잘해야 해'라는 인식이 너무 강한 것은 아닐까. 그전까지는 내가 통통하건, 날씬하건 사람들은 나의 외모에 대해 평가하는 일이 적었지만 출산, 그전에 임신 때부터 이런 말을 많이 들었다. "임산부인데 살이 하나도 안 쪘네?", "출산했는데 얼굴이 그대로야" 물론 칭찬으로 건넨 말이지만 이 말들이 부담스럽게 다가왔다. 나의 외모를 평가하는 것 자체가 불편했다. 시간이 흘러 이제는 칭찬받지 못할, 육아를 하며 달라진 내 외모가 부끄러워지기 시작했다.
이외에도 아기와 동행하는 엄마들을 보며 한 마디씩 건네는 어른들의 말을 많이 들어왔다. 마른 엄마를 보면 "아기 키우느라 못 챙겨 먹었는지 삐쩍 말랐네~", 살집이 있는 엄마를 보면 "육아하면서 스트레스받았나? 관리 좀 하지~" 등등 아기 엄마에게는 왜 이렇게 냉혹한 평가가 이어지는지 모르겠다. 비단 엄마들에게뿐만 아니라 젊은 여성에게는 모두 외모에 대한 화살이 날아오는 게 사실이다. 여자들이 과녁판도 아닌데 말이다.
얼마 전에 화제가 된 '강소라, 출산 6개월 만에 탄탄한 몸매 자랑'이라는 글이 또 한 번 엄마들에게 화살이 되었다. '날씬한 엄마만 꼭 사람들에게 박수받아야 하는 걸까?' 물론 그렇게 되기까지의 그녀의 노력은 대단하지만, 왠지 엄마들에게 '외모'만이 칭찬의 대상이 되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 모든 엄마들은 출산과 육아 그 자체만으로 충분히 훌륭한 일을 하고 있는 거라고 말해주는 사람은 왜 없는걸까.
이렇게 생각하면서도 여전히 지금의 내 모습에 자신이 없다. 오늘도 거울을 보며 한숨 쉬는 내게 남편이 말했다. "자긴 지금도 충분히 예뻐", "식물들도 꽃이 피고 지고, 열매가 맺혔다 떨어지고 나면 쉬었다가 한참 후에 다시 피어오르는 것 같이, 자기도 아기라는 꽃과 열매를 만드느라 너무 고생했어서 잠깐 쉬어가고 있다고 생각해봐" 이 말이 크게 위로가 되었다. '맞아! 아기를 잉태하고 출산하는 게 얼마나 대단한 일인데, 나는 다시 피어오르기 위해 재충전하는 시간인 거야' 그리고 지금 모습이 어떻건 간에 그 친구처럼 당당하게 보여주는 게 가장 멋있는 것 같다. 우리 아기에게도 그런 엄마가 최고일 테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