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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주디 Aug 21. 2021

아기를 키우며 울지 않는 엄마가 있을까?

아주 강인하고 쿨한 엄마라면 육아 정도로 울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은  그러려고 해도 마음은 한없이 연약해지고   아닌 일에도 눈물이 주르륵 흐른다. 너무 불쌍하다고? 그렇진 않다. 아이의 사소한 몸짓 하나에 세상  가진 것처럼 행복한 순간이 훨씬 많으니까.






고작 육아 180일을 겪은 초보 엄마임에도 나는 여러 번 울었다. 일단 나는 초특급 울보다. 대외적으로는 단단한 마음과 메마른 눈을 가진 것처럼 보이지만 집에선 다르다. 왜 자꾸 눈물이 나는 걸까? 힘들어서? 우울해서? 아니라곤 할 순 없지만 단순히 한 가지 이유로 울진 않았다.


우리 아기는 순둥이에 속하지만 그래도 때론 육아의 매운맛을 선보인다. ‘엄마 이렇게 쉽게 육아하시려고요?’ 아기는 내가 느슨해진 틈을 타서 짜증과 울음을 터트린다. 그렇게 하루 종일 아기와 씨름하며 고생한 날, 머릿속엔 시한폭탄이 자리하는 느낌이다.


‘오늘은 남편이 퇴근하고 오면 나는 좀 쉬겠다고 말해볼까?’ 잠깐이라도 아기와 떨어져서 나 혼자 방에 있고 싶은 그런 날이 있다. 회사에서 고생한 남편에게도 미안해서 쉽사리 말을 꺼내지 못하던 때, 남편이 먼저 선수를 쳤다. “나 어제 새벽에 잠을 설쳐서 너무 못 잤어. 지금 좀 자야 할 것 같아.” 나도 아파서 먼저 잔 날이 있으니 피곤하다는 남편에게 아무 말 못 하고 알겠다고 한 뒤 독박 육아를 이어갔다.


‘그래 나는 몸이 안 좋은 건 아니니까. 아기 잘 때까지 2시간만 더 버텨보자.’ 엄마 아빠의 이런 상황도 모른 체 아기는 엎드려서 신나게 놀고 있다. 영혼은 조금 없지만 최선을 다해 아기에게 노래를 불러주며 놀아주었다. 그때 아기가 너무 신나서 흥분한 나머지 토를 했다. 아기가 토를 만지지 못하게 얼른 안은 뒤 토사물을 치웠다. 아이를 진정시키고 잠깐 눕힌 사이, 아기는 떼를 쓰기 시작했다. 자기를 눕히지 말고 계속 안으라는 것이다. 몸도 마음도 지친 나는 아기에게 사정하며 말한다.


“아가야 엄마 오늘 좀 힘들어. 혼자 누워서 놀면 안 될까?” 아기는 온몸으로 힘을 쓰며 떼를 쓰다가 또 두 번째 토를 했다. 아뿔싸. 이번엔 토를 하자마자 얼굴을 바닥으로 처박았다. 덕분에 아기의 얼굴과 귀에 잔뜩 묻었다. 나는 깜짝 놀라 아기를 손수건으로 닦아주고 그 사이 또 이쪽저쪽에 잔뜩 묻은 토사물을 정리하느라 정신없었다. 아무래도 세수를 시켜야 할 것 같아 화장실로 데려갔다. 얼굴에 물이 닿자 싫다며 용을 쓰는 아기에게 또 빌며 말한다.


“엄마 좀 도와줘 아가야~ 엄마 너무 힘들어~” 차마 아기에겐 짜증을 못 내고 최대한 침착하게 말해보지만 내 목소리엔 이미 우울함이 가득 담겨있다. 나와 아기가 요란스럽게 보내는 사이 남편이 투덜거리며 거실로 나온다. “휴 아기가 시끄럽게 하는 바람에 한 숨도 못 잤네.” 그 말을 듣자 짜증과 눈물이 핑 돌았다. ‘그럼 여태 안 자고 다 듣고 있었다는 건가. 그럼 나 좀 도와주지. 우리 아기 괜히 낳았나?’ 생각의 끝이 이렇게 뻗치자 참았던 눈물이 터지려 한다.


남편에게 짜증을 낼까 하던 순간 남편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아기를 부르자 아기가 방긋 웃으며 나와 남편을 번갈아가며 쳐다본다. 엄마 아빠를 향한 너무 순수하고 예쁜 웃음이다. 나는 얼른 화장실로 숨었다. 잠시나마 아기를 괜히 낳았나라는 생각을 했다는 사실이 미안했다. 아주 짧은 찰나였음에도 내가 그 생각을 하는 동안 아기는 엄마를 보며 웃어준다는 게 너무 부끄러웠다. 미안하고 철없는 내 모습이 화가 나서 화장실에서 물을 틀어놓고 울었다.


눈가가 마를 때까지 잠시 기다린 후 아무렇지 않게 거실로 나왔다. 투덜거리던 남편은 어디 가고 자상하게 아기의 손톱을 깎아주는 아빠로 변신해 있었다. 남편에게 속상했던 마음도 금세 풀렸다. 나는 다시 편안한 마음으로 남은 육아를 하고 아기를 재웠다.


여기서 끝날 줄 알았던 내 감정의 롤러코스터는 잠든 아기의 모습을 보고 다시 한번 폭발했다. 천사 같은 아기의 모습에 또 미안해졌다. 너를 낳은 건 우리인데, 엄마 아빠의 의지로 태어나서 열심히 성장하고 있는 아이에게 왜 힘들게 하냐고 말한 게 미안했다. 우는 나를 보고 남편은 어리둥절해하며 달래줬다. “왜 그래? 방금 본 세나개 할아버지가 불쌍해서 그래?” 마침 직전에도 세나개 프로그램을 보며 울었던 내가 연속으로 우는 줄 착각한 남편이 귀여웠다. 내 감정의 흐름을 다 설명하기가 힘들어서 그냥 아무 말 없이 남편에게 기대었다.






이제 그만 울어야지. 이렇게 예쁜 아기가 우리 집에 있는데 울 일이 뭐 있어?! 아참, 그럼 난 또 행복해서 울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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