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오랜 시간 잠잠했던 남편의 카톡창이 불이 난 듯하다. 이쪽저쪽 모임에서 다들 만나자고 난리다. 인기쟁이이다. 그렇게 남편의 매주 금요일은 11월부터 12월까지 약속으로 꽉 찼다. 여전히 코로나가 기승이라 걱정되지만 남편도 육아로 답답했던 마음도 풀고 못 봤던 친구들도 만날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덕분에 나는 매주 금요일 나 홀로 육아를 맡게 되었다.
남편이 약속으로 집을 비우는 만큼 나도 친구들과 나가서 놀고 싶었다. 그런데 아기 엄마가 되니 저절로 약속들이 뚝 끊겼다. 먼저 만나자고 하는 사람이 없다. 물론 내가 먼저 말할 수도 있는 거지만 소심한 성격이라 쉽지 않다. '만나자는 연락이 없는 이유가 있는 거 아닐까? 내가 애엄마라서 부담스럽거나 미안한 거 아닐까?' 등등 생각이 많아져서 결국은 정말 친한 소수의 사람에게만 먼저 손을 내밀뿐 나머지는 아쉬움에 묻어둔다.
한편으로는 연락 없는 친구들의 마음이 이해가 된다. 나도 아기가 없었을 때 먼저 엄마가 된 친구들에게 이전처럼 만나자고 하지 못했다. '아기 보느라 바쁘지 않을까? 약속이 부담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었다. 애엄마가 되어보니 바쁜 건 사실이지만 누군가가 불러주면 당장 뛰쳐나가고 싶은 마음이다. 누구든 붙잡고 육아 얘기를 터놓고 싶다. 아기는 남편에게 맡기면 되니까 안 될 이유는 전혀 없다. '그러면 그냥 나가서 노세요! 친구들과 만나세요!'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여기서 또 쉽사리 그러지 못하는 이유가 있다. 나의 소심함은 뒤로 하고, 아기에 대한 책임감이 있기 때문이다.
누군가 불러줘서 마지못해 나가는 게 아니라면 주저하게 된다. 내가 모임을 주선하고, 적극적으로 나서기에는 왠지 아기에게 무책임한 느낌이 든다. (그런 사람들이 절대 무책임한 엄마는 아니다.) 그냥 내 마음이 그럴 뿐이다. 사실 적극적으로 연락할 시간도 없다. 낮에는 핸드폰을 볼 시간이 별로 없어서 먼저 오는 연락에 겨우 대꾸할 뿐이다.
그렇게 이번 연말 약속은 3개로 좁혀졌다. 남편에 비하면 절반도 안 되는 수준이다. 약속 횟수를 떠나서 혼자서 아기를 보는 시간이 길어진다는 게 걱정됐다. 9개월이 된 우리 딸은 에너지가 넘친다. 나와 남편의 에너지를 합한 것보다 더하다. 건강하고 활기차서 감사한 일이지만, 가끔은 마음속으로 이런 말들이 맴돈다. '제발 좀 자라.. 제발 좀 가만히 앉아서 놀아라.' 사실 가끔은 아니고 매일 그런 것 같다. 아기에게 미안해서 입 밖으로 뱉진 않는다. 약간 영혼이 나간 상태로 "응 우리 아가~ 저 쪽에 가고 싶어? 그래 엄마랑 가자~"하며 연신 졸졸 쫓아다닐 뿐이다.
혼자 아기를 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지치기도 하고, 우울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괜찮아졌다. 마음을 다르게 먹기로 결심했다. 노는 거야 나중에 나이 들어서도 신나게 놀 수 있다. 하지만 아기와 함께 보낼 수 있는 시간은 지금 뿐이다. 나중을 돌아봤을 때 나는 어떤 것을 더 그리워하고 후회할까? '친구들과 더 놀지 못해서? 아기와 더 즐겁게 놀아주지 못해서?' 당연히 후자이다.
육아 휴직 기간이 끝나고 워킹맘이 되는 순간, 아기와 보냈던 시간들이 얼마나 소중했는지 절실하게 깨달을 것 같다. 조금이라도 덜 후회하고, 그리워하지 않기 위해 지금 이 시간 우리 아기와 더 찐하게 사랑해야겠다. 몸이 지치는 건 어쩔 수 없지만 마음이라도 지치지 말아야지! 역시 불금엔 모다? 육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