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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EOSIGNER Dec 21. 2021

유료를 무료처럼

구글 픽셀 1


월등한 

경험


그나마 취미라고 할만한 게 일상을 사진이나 영상으로 남기는 것이기에 종종 듣는 질문이 있다. ‘파일 관리 어떻게 하세요? NAS 쓰세요? 클라우드에 백업하세요?’


2015년 구글이 구글포토 서비스를 발표하면서 마지막에 ‘Unlimited’라는 말을 하였을 때 솔직히 조금 소름 돋았었다. 아무리 구글이라지만 전 세계의 그 엄청난 사진 데이터를 무료로 받겠다는 선언은 기존 하드디스크에 사진 파일을 겹겹이 쌓아만 뒀던 나에겐 그야말로 충격이었다.


솔직히 이때 좀 충격이었다.


그렇게 지금까지도 구글 포토를 너무 잘 쓰고 있다. 여행이나 외출 후 찍은 사진을 바로 올리고, 하루를 마무리하면서 사진을 고르고, 마음에 드는 사진을 보정하고 가족들과 추억을 공유하는 경험. 거의 매일 쓰지만 정말 훌륭한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업로드 한 사진을 통해 개인정보를 구글이 활용한다는 이야기가 있지만 이런 괜찮은 서비스를 사용하는 것에 대한 비용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너무 만족스럽게 사용해왔다.




진짜 

유료가 되었다


그러던 구글이 올해 구글포토의 무제한 무료 정책을 바꿨다. 기존의 무제한 무료(화질, 용량 조절은 있지만 어쨌든 무제한으로 업로드했었던 기존 정책)에서 구글 드라이브의 용량을 차감하는 방식으로 바뀐 정책은 15GB의 무료 용량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료였던 서비스가 유료로 바뀌었다’라는 식으로 받아들여지게 되었다. 그만큼 구글포토=무료 라는 인식이 강했던 것 같다.



매달 2400원이면 괜찮다.


사실 이번 정책은 나에게는 큰 영향이 없었다. 영상파일 저장 목적으로 구글 드라이브를 추가로 사용 중이었기에 앞으로 업로드할 사진 용량 압박에는 자유로운 편이었다. (구글 포토의 이미지 압축방식이 뛰어난 편이기에 지금 사용 중인 100GB 요금제도 넉넉한 편이다.)


하지만 무료였다는 기억은 넉넉한 구글 드라이브 용량에도 불구하고 딴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바로 계속 구글포토를 무료로 사용하는 방법이었다.





무료라는 

경험 중독


사실 이런 방법에 대한 관심은 나뿐만이 아니었다. 유명한 커뮤니티에서는 구글포토의 정책 변경 전부터 관련 내용이 자주 올라왔었다. 방법은 구글의 픽셀 1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것이었다. 구글이 만든 스마트폰인 픽셀의 첫 모델의 경우 구글포토가 계속 무료, 심지어 기존의 압축 형태가 아닌 원본 파일을 평생 무료로 업로드할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사람들은 무료를 좋아한다.


아마 처음 출시하는 모델인 만큼 일종의 프로모션 목적으로 해당 기능을 넣은 듯한데 구글포토 정책 변경으로 이 기능이 주목받게 된 것이다. 그래서? 픽셀 1을 알리익스프레스에서 구입하였다. (유료를 피하려고 스마트폰을 산 꼴이 되었다.)




굳이 

이렇게까지?


우선 픽셀 1은 HTC에서 제조한 제품이다. 스마트폰 전문 제조사답게 기기 자체의 만듦새는 매우 괜찮았다. 화면도 oled화면이라 품질도 괜찮았지만 출시된 지 오래된 모델이다 보니 구글의 소프트웨어 지원이 끝났고 무엇보다 기기 자체의 성능도 지금 시점에서 사용하기에는 답답한 편이다.


문 닫았습니다.


여하튼 무료로, 그것도 원본 파일로 구글 포토에 업로드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건 사진 파일이 픽셀 디바이스에 존재해야 한다는 점이다. 스마트폰, 디지털카메라 등 다양한 기기로 사진을 찍지만 그 모든 사진 파일을 픽셀 디바이스에 옮겨야 하는 게 가장 큰 문제였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흔히 사용하는 방법은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이다. 가입만 해놓고 안 쓰고 있던 마이크로소프트의 원드라이브를 사용했다.


친절한 무료 설명


우선 신나게 사진을 찍는다. 스마트폰에서 찍은 사진은 곧바로 원드라이브의 특정 폴더에 업로드하고, 디지털카메라로 찍은 경우에는 컴퓨터를 이용해 원드라이브에 업로드한다. 그리고 픽셀에 앱을 하나 설치한다. 원드라이브와 픽셀의 저장소를 sync 시키기 위한 앱인데 꽤 다양한 앱이 있다. 이 중 하나를 설치한 후 동기화할 원드라이브 폴더와 픽셀의 저장소를 지정한다. 



동기화 옵션


동기화는 일정 주기마다 자동으로 반복하게 한다. 그리고 픽셀의 구글 포토를 실행하면 진짜 원본 파일이 그대로 구글포토에 업로드된다. (신기하면서 이게 대체 뭐하는 짓인지 생각하게 된다.)




불편해지니 

생긴 습관


그래, 이건 무료다. 확실히 무료다. 그러나 이를 위해 치러야 할 과정이 너무 길게 느껴졌다. 기기도 별도로 사야 하고 (물론 픽셀 1이 궁금하기도 했다) 경우에 따라 별도 클라우드 서비스를 구독해야 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 간편하게 업로드했던 경험 대비 신경 쓸게 많아진 점을 각오해야 한다. 결론적으로는 많이 불편해졌다.


하지만 이 방식으로 구글포토를 이용하는 걸 멈추고 싶은 생각은 없다. 분명 불편하고 번거로워졌지만 그 과정을 경험하다 보니 사진을 좀 더 신경 써서 다루는 습관이 생겼다. 우선 업로드하고 보자에서 신중하게 선택해서 업로드하는 과정으로 바뀐 셈이다. 


업로드 시작부터 사진을 고르다 보니 결과적으로 구글 포토 앨범에 적은 수의 사진을 올리게 되고 뭔가 정리되는 느낌을 받게 되었다. (연사로 찍는 것을 좋아하다 보니 예전에는 정리하지 못한 비슷비슷한 사진이 아직 많이 남아있다.)



여유 공간 확보도 간간히 해줘야 한다.



그래도 

이게 어디냐


어렸을 적에 필름 카메라를 사용했을 때는 셔터를 누를 때, 인화된 사진을 고를 때, 그 사진을 앨범에 넣을 때까지 고민하고, 신중히 선택하면서 앨범을 꾸몄었다. 사진을 찍은 순간 만들어진 궁금증은 사진 인화소에서 결과물을 받을 때까지 커질 대로 커져있곤 했다. 


번거롭고 불편했지만 또 다른 매력이 있었다.


잘 찍은 줄 알았던 사진이 별로인 경우도, 기대 안 한 사진이 꽤나 괜찮게 나왔던 경험은 누구나 한 번쯤 있을 것이다. 불편함, 기다림, 우연성, 지금의 디지털 사진과는 너무나 다른 이야기고, 추억이다.



광활한 베젤


픽셀을 활용한 구글포토는 분명 더 불편하고 추가 지출이 필요한 경험이지만 그동안 너무 사진을 편하게 즐긴 건 아닌지 되돌아보게 한 계기가 되었다. 조금은 불편하게, 조금은 번거로운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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