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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빨강머리 Jun 15. 2022

퇴원

34일 만의 외출

봄인지 여름인지 알 수 없는 계절의 어디쯤…

비는 세차게 내리고 퇴원하는 길이 서글프다

34일 만에 병원을 나서는데 하필 비가 내린다

그동안 쌓인 짐도 보따리, 보따리 넣고 보니 한 짐이다

병원을 나설 때도 아파트 입구에 들어설 때도 기분이 참 묘해진다

어딘가 그대로인 듯 달라진 거리 풍경도 그렇고…

일찍 일을 마친 남편이 퇴원을 도우러 온 덕분에 서둘러 마무리되었다

그 몇 시간을 분주했다고 몸은 벌써 천근만근에 기운은 빠지고 축 늘어져 있었다

확실히 병원 공기와는 바깥공기가 달랐다

지친 나를 위해 남편은 서둘러 참외를 깎아 내어 왔고 잘 먹지를 못하는 나를 위해 저녁 메뉴를 뭘로 할지 고민 중이다

세상 자기밖에 모르고 가족 위에 군림하던 남편이  내가 암에 걸리고서는 완전히 변해서 가끔 적응이 힘들 정도다

유방암 카페에 가입을 해서 병에 관한 정보와 다양한 치료법 및 식이요법까지 죄다 익혀놓고 날마다 나를 얼래며 달래며 돕고 있다

“아파보니 남편이 최고다”

어쨌든 집에 왔는데도 어찌 어색함이 금세 사라지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우리 집이 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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