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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ehyun Sep 09. 2018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 (2)

2016년 CDT 여행 이야기

CDT(Continental Divide Trail)를 걸으며 그린 그림으로 전시를 하게 되다니...!


일단 갤러리 디렉터와 만나기 위해 시애틀에 가야 했기 때문에 너무 정신이 없었다.

그냥 이 사실이 꿈만 같았다.


바로 버스 티켓을 끊어 10시간 넘게 버스를 타고

디렉터를 만나기로 한 그날 아침,

시애틀에 도착했다.


내 덩치보다 큰 배낭, 배낭에 달린 등산스틱, 등산화.

누가봐도 하이커인 모습으로 한 시간 전부터 갤러리 주변을 산책했다.

이게 몇 달 만에 즐기는 도시에서의 여유인가!!!!


전시를 하게 된 A/NT Gallery


디렉터를 만나기로 한 토요일 오후 1시.

오후 1시가 다 되어갈 때쯤 슬슬 갤러리로 들어갔다.

디렉터는 나를 보자마자 한눈에 알아보고는, 정말 반갑게 맞아주었다.


작은 공간이지만, 다음주면 내 그림으로 가득 채워질 공간도 직접 보고

어떻게 준비할 것인지, 디렉터와 전시에 대한 전반적인 이야기를 나눴다.


전시 공간을 직접 보고 나니 이제야 조금 실감이 났다.

'진짜 전시를 하는구나...!'


갤러리 바로 앞에 보이는 분수


디렉터와 다음 일정을 약속한 뒤 갤러리를 나오면서

너무 벅찬 마음에 눈물이 날 것 같았다.

하지만 그 감동도 잠시...

전시를 준비할 수 있는 기간도 너무 짧고, 짧은 시간 안에 이 모든 걸 나 혼자 준비해야 한다니…

걱정이 밀려왔다.


'종이 액자를 준비하려면 일단 근처에 화방부터 알아봐야겠다.'

'홍보는 어떻게 하지?'

'전시 공간을 가득 채우려면 그림 몇 장을 더 그려야 할텐데...'


일단 구글맵으로 근처 화방을 검색했다.

화방에서 종이틀을 만들 큰 종이들과 벽에 그림을 붙이기 위한 것도 구매하고,

Linsey를 기다렸다.

(Linsey는 미국 서부 장거리 트레일인 PCT를 종단한 친구다. 하이커들이 모여있는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알게 되어, 시애틀에서 지내는 며칠간 Linsey의 집에서 머물기로 했다.)


화방에서 필요한 것들 구매 후, Linsey를 기다리며


화방 앞까지 나를 데리러 와준 Linsey는 정말 밝은 친구였다.

차에 모든 짐을 싣는 것을 도와준 뒤, 시애틀에 처음 온 나를 위해

여기저기 다 데려다주며 구경을 시켜줬다.


날씨가 정말 좋던 시애틀에서의 첫날,

바다 구경도 하고 시장 구경도 하며 전시 준비에 대한 걱정은 잠시 뒤로 미룰 수 있었다.



정말 꿈만 같았다.

전시 설치가 끝나고 나면 조금 실감이 나려나…?

전시를 준비하면서, 또 전시를 하면서 어떤 일들이 일어날지, 또 어떤 사람들을 만날지.

정말 설렜던 2016년 10월 말.


11월 1일부터 6일까지 (2016년), 일주일간 전시를 하고

11월 9일(2016년) 오전에는 한국 가는 비행기를 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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