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스러지는 눈을 애써 모아서
조그만 덩어리를 계속 굴리다 보니
점점 커지는 눈덩이에
소녀의 마음도 같이 커진다.
손은 어느새 붉게 떨려와도
입술은 찬 바람에 갈라져도
점점 보이는 그 모습이
눈앞에서 번져간다.
소녀의 손이 꽁꽁 얼어붙을수록
눈의 모양은 갖춰가고
소녀의 입술이 갈라져 붉어질수록
눈의 모습은 이루어져 간다.
바람이 불면 금방 부스러질 것을
볕이 나면 금방 녹아내릴 것을
마음의 반을 내주며 정성을 다하고,
곁에 서서 눈사람을 지켜만 보고있다.
그저 녹아내리고 바스러지고
그 형태를 잃어버려 사라져도
소녀는 그 자리에 서있다.
녹아내려 사라진 그곳에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