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국립중앙박물관에 갔는데 작년에 초록이를 품고 다녀왔던 기억이 이상하리만치 생생했다. 몇 번이고 다니던 장소들도 임신 중에 다녀왔던 기억이 가장 생생하고, 또 기쁘고, 아련한 기분이다. 그 전에 다녀왔던 기억은 희미하게 옅어져버렸다.
성인이 되고 매일, 매달, 매해 똑같은 일상을 살아가고 있다고 느꼈는데, 임신하고 초록이를 낳은 일은 어떤, 전무후무한 일이었나보다. 말 그대로 처음 있는 일일 뿐 아니라 그저 가장 빛났던 한 때로 기억되는 시기가 아닐까? 지나고 나면 지금 내가 보내고 있는 하루하루도 초록의 첫 해로 반짝반짝 빛날 테지.
솔직히 육아의 모든 순간이 행복으로 가득 찬 것은 아니다. 울고, 보채고, 혼자서는 못 있는다는 듯 나를 찾아 헤매고, 쉽게 잠들지 않아 내 계획과는 다르게 한 시간씩 아기침대에서 보내야 하는 날에는 마음 깊은 곳에서 울화가 치민다. 나는 아기가 예쁠 때만 좋은가? 가끔 보는 이모처럼, 친구처럼, 예쁘게 웃고 안길 때만 예뻐하는 게 무슨 엄마지 하는 자괴감이 들 때도 있다.
하지만 나의 최선을 다 하고 있는 건 확실하니까. 조금 모자랄지는 몰라도, 자책하지는 않으려고 한다. 그 대신 매일 지금의 찬란함을 마음에 새겨야지. 너를 가졌을 때, 낳았을 때, 네가 장난치며 깔깔 웃어줬을 때가 얼마나 빛났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