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우연히 카페 앱을 하나 켜 봤다가 갑자기 눈물이 날 뻔했다. 여덟 개 정도 모아진 스탬프를 보고 있는데 그냥 마음이 탁 놓였다. 거기에 내가 현재를 살아가고 있음을, 있었음을 증명해 줄 작은 증거들이 있었다. 내가 어느 날 갑자기 사라져도, 산산이 부서지고 조각나 없어지더라도 이 여덟 개의 스탬프는 그냥 조용히 거기에, 아무렇지 않게 그대로 남아 있을 것이다. 내가 여덟 번의 커피를 사 먹었다는 하찮지만 확실한 사실, 그 작고 분명했던 움직임들이 그 안에. 적어도 당분간은.
앱은 그저 소박하고 조용한 마을 같은 분위기다. 정신없이 무언가가 어떤 버튼을 누르기도 전에 막 튀어나온다던가, 이미 시끌벅적 자기주장들을 하고 있는 이들로 가득한 큰 동네 분위기가 아니다. 그렇게 한적한 마을에 방문해 입구에서 조금 머물다가 스탬프라는 집의 문을 노크하고 들어가면 그 안에 몇 개의 스탬프들이 그저 옹기종기 모여 앉아 있는 것이다. 어떤 동요도 없이 그저 평화롭게 거기에. 누군가 올 거란 기대도, 우릴 잊은걸 거란 좌절도 없이 그저 미소 지으며 편안하게.
그냥 있어도 되는 존재에 대해 생각한다. 현혹될 필요도 휘둘릴 필요도, 공격하지도 방어하지도, 상처 줄 일도 다칠 일도, 흥분할 일도 가라앉을 일도 없는 존재에 대하여. 그 존재가 누릴 수 없는 것들과 또한 무엇도 더 누릴 필요가 없을 그 존재에 대하여. 가볍고 의미 없는 쾌락들에 절여질 필요 없이, 무겁고 실속 없는 불안들에 치일 필요 없이 그저 평생 멍을 때리다 제 존재의 작고 분명한 역할을 다 하고 사라지는 그런 삶들에 대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