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그라(Agra)의 첫인상

그림 같은 타지마할이 배경으로 펼쳐지다.

by 조작가

"view"라면, 이 정도는 돼야지.


바라나시에서 북서쪽으로 12시간 정도 떨어진 - 타지 마할의 도시, 아그라에 도착했다. 핸드폰의 GPS를 확인하고, 현지인에게도 몇 번을 확인하며, 종착역- 아그라 포트 역에 무사히 내렸다. 아그라의 아침이 시작되는 역사에는 배낭을 맨 관광객들이 대부분이다. 다행히도 낯선 도시에서 한국 여성 여행자들이 특히 눈에 띄었다. 제각기 여행을 떠난 5명의 여자들이 눈치껏 서로 의지하며 그룹이 되었다. 본격적으로 숙소를 함께 찾아보기위해 아그라의 중심으로 들어갔다. 여러 명이 한 번에 더블룸과 트리플 룸을 얻으니, 좋은 조건으로 2박을 예약할 수 있었다. 일단 가방을 던져놓고, 일행은 숙소 루프 테라스의 식당으로 올랐다.

계단을 오르자마자, 저 멀리 낯익은 ‘그림’이 눈앞에 들어왔다. 적어도 1 킬로미터 밖에 있는 건물임에도 불구하고 그 존재감을 또렷이 보여주었다. 책에서만 보던 타지 마할이- 눈앞의 모형처럼, 마치 원근 착시의 사진 속 일부처럼 서 있었다. 그 어떤 건물도 주인공을 가리지 않는 풍광이다. 신기하기도 하면서도 동시에 17세기 무굴제국이 세웠던 무소불위의 권력과 존재감이 여전하고 있음을 말해주는 것 같았다. 관문이라 할 수 있는 붉은 벽돌의 성문만이 거리를 두고 동서남북에서 이를 지키고 있다.

아그라에 도착하자마자 갑자기 이 ‘작품’을 만나게 될 줄은 몰랐다. 뭔가 준비를 하게끔 조금씩 두근거리는 다가섬을 기대했는데, 갑자기 이렇게 나타나다니 ‘너무하다’라는 심정으로 급하게 카메라에 줌 렌즈까지 끼워댔다. 다들 멈춰 서서는 한참을 멍하니 셔터만 눌렀다. 그곳에 오른 누구나 그럴 수밖에 없을 거라 장담한다. 너른 하늘 배경에 뿌연 공기, 그리고 그사이에 조용히 자리하는 흰 물체는 층고가 높은 커다란 성벽에 걸린 벽화 같은, 평면적인 공간감을 주었다. 마치 루브르에 걸려있는 명화를 마주한 아우라처럼, 환영 같은 이미지가 눈앞에 그림처럼 서 있었다. 모두가 그림에 마음을 뺏긴 얼마의 시간이 흘렀다.

누군가 이 황홀경을 깨며 식사를 주문하자고 채근했다. 짜이, 토스트나 팬케이크 같은 간단한 요기 거리였던 것 같다. 사실 뭘 먹었는지 가물거린다. 다들 눈은 저 하얀 보석을 바라보며 음식이 입으로 들어가는 둥, 마는 둥. 대충 배를 채운 뒤에도 한참을, 수십 장의 셔터를 누른 뒤에도 그 자리에 앉아 바라보았다. 야간기차의 피곤만으론 멈추기 힘든 시선이었다. 너무나 비현실적인 대상은 현실로 눈앞에 다가와도 쉽게 받아들이기 힘들다더니.


이런 낯섦은 일종의 심리적 ‘거리감’이라 할 수 있었다. 진짜인 듯 행세하는 가짜는 많이 보았지만, 그 존재가 진짜이면서도 실제인가 의심이 일어나는 느낌이다. 불가사의 급의 광대한 유적들을 제법 다녀봤지만, 이집트의 피라미드나 그리스의 아테네 신전 같은 유적에서는 느끼기 힘든 감각이었다. 그 차이가 궁금했다. 그 어떤 거대한 유적도 – 그들이 가진 아름다움에 감탄했던 것과는 충분히 차이가 있다. - 이런 식으로 바라보는 사람을 당황하게 하지 않았다.


그 충격의 원인은 어쩌면 정보의 불일치에서 오는 혼돈에서 비롯된 것일지도 모르겠다. <17세기 과거의 오래된 건축물이자 무덤>은 ‘이러이러한 상태여야 함’이라고 규정짓게 된 ‘관념’과 ‘실제의 모습’이 부딪힌 까닭이다. 어쩌면 건축물이란, 당연히 지나온 시간과 자연스럽게 만나 그 실제적, 역사적 흐름을 느끼도록 해야 할 터인데, 이 타지마할은 17세기 그 시간에 아직 머무르는, 어느 부분도 치우침이 없이, 그 완벽한 형태미를 갖추고 있는, 그야말로 <늙지 않은 마법에 걸린 아름다운 여신>과 같은 비현실성을 느끼게 하는 것 같았다. 거대한 아우라'를 지닌 이 여신님은 현재의 시간이 아닌, 과거의 시간 속으로 우리를 데려간다. 저 멀리, 다른 세계에서 온 우리는 그저 교과서에 소개된, 3x5cm의 증명판 사진 속에서 이 거대한 타지마할의 존재를 배우고 왔을 뿐이라. 명함판 사진 한 장 받고, 소개팅에 나가 이미지 속의 그 사람과 내 눈앞에 앉아있는 사람의 '인상의 오류'를 경험한 것 같은 감정일 수도 있겠다. 그 오류에도 불구하고, 아니 그 덕택에, 가까이 가지 못한 채 이렇게 멀리서 그 실루엣만 바라보고 있을 뿐인데도, 이렇듯 이상한 감각의 경험으로 감격스럽다.


익숙하면서도 낯선 이 ‘그림’을 파노라마로 바라보며 아침 식사를 하는 영광을 누리다니. 타지마할이 지배하는 현재의 공간이지만, 그 영광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있는 17세기 무굴제국의 시간에 들어왔음을 다시 한번 큰 호흡으로 감지했다. 본격적인 탐험을 시작해보기로 했다.

숙소 테라스 식당에서 바라본 '그녀'



이전 12화바라나시에서 아그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