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파워 러버로 살아야
1. 우리는 인류애와 연인간의 사랑을 구별해야 한다.
연인간의 사랑은 사실 다소 폐쇄적이고 이기적일 수밖에 없다. 기본적으로 서로를 마음 안에서 별도의 공간에 두고 생각해야 하며 친구, 공동체, 인류에 대한 사랑과 공동선상에 넣고 1/n 하려 들면 위험하다. 물론 "세상에 우리 둘만 존재해!!!1" 라고 똘똘 뭉쳐서 남들한테 민폐 끼쳐서도 안 되지만, 똥 된장을 구분해야 할 때 못하고 연인과 인류를 저울질하며 착하게 굴다가는 영문도 모르고 채여 어둔 밤을 헤맬 수 있다.
누군가는 반발심에 이런 생각들을 할 수 있다.
"고딩도 아니고 무슨 연인끼리 서로가 최고라고 그래 유치하고 징그럽게!"
"나는 애인 사귄다고 친구들이나 지인들 소홀히 하는 거 정말 싫어 그렇게 안해"
"지네들끼리만 생각하는 그런 '뻔한'연인들 구려. 우리는 달라 인류를 생각해"
그래서 안 되는 겁니다.
그래서 미움 받는 거구욧
아직도 뭐가 중요한지 모르시겠어요?
부모, 형제, 친구 져버리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생업 팽개치라는 이야기도, 친구들 배신하라는 이야기도 아니다.
사실 연인간의 사랑 회로는 이들과는 약간 별개의 것이다.
애초에 부모, 직장동료, 친구, 연인을 향한 애정을 같은 선상에 놓은 것부터가 문제의 시작
그렇다면 인류와 연인간의 사랑 배분은 어떻게 해야 할까
2. 1/n은 No! 기본으로 깔고 가야 할 연인간의 사랑
연인간의 사랑은 다른 사랑들과 배분해서 갖는 게 아니라 모든 사랑들의 베이스에 깔려있어야 한다. 가장 기본적이고 사랑하는 동안에는 다른일에 직접적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는 다소 애를 써서라도 우선시 해야한다.
근데 그렇게 연애했더니 공동체가 붕괴되고 일을 못하고 부모에게 죄짓는 것 같은 마음이 생기는 건 바로 님이 못난 탓이다.
정신머리가 없거나, 일 처리 능력이 부족하거나, 삶을 파괴시키는 이상한 연인을 만난 탓일 뿐 연인 간의 사랑 그 자체에는 사실 죄가 없다.
사랑이라는 건 그래서 몹시 성실해야한다
애인을 사귀는 사람은, 평소보다 오천배의 에네르기파를 발휘해야한다는 것이다.
각자 다른 인생을 자기 방식대로 살던 이들끼리 짝짝꿍 약속을 했는데, 자기 살던대로 똑같이 살면서도 트러블이 없길 바라는 거 자체가 미친 발상이다.
그 트러블을 줄이기 위해 1차적으로 잘 맞는 이를 만나야 하지만 그렇게 만났어도 사랑의 불을 꺼지지 않게 하기 위해선 부단하게 서로를 아끼고 잘해줘야하고, 그 와중에 자신을 둘러싼 주변 사회도 적정 수준으로 유지시켜야한다. 연인에게 상당수의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해야 하기에 남은 시간은 이전보다 훨씬 꼼꼼하게 굴려야하고 장기적인 것을 항상 내다보며 행동해야 한다.
3. 힘조절과 주변의 이해는 필수
물론 어쩔 수 없이 초반에 연인 외에 것들에 소홀해질 수밖에 없다.
매일 술 먹던 친구와 현저히 못만날 것이고, 공부에 예전만큼 집중이 안 되고, 직장에서 졸음이 밀려올 수 있다. 이건 재앙도 도태도 아니고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연인끼리 사랑은 영원히 할 수 있지만 사랑해서 미친놈처럼 매일 보고싶고 붙어있고 싶은 건 일정한 때가 있어서, 초반에 진 좀 빠지게 만날 필요가 있다. 추억 먹고 사는 인생에서 그때 아니면 언제 미친짓을 할까? 비타민 두 배로 먹고 기를 쓰고 움직여서 미친사랑하는 와중에 직장만 안짤리게 다니면 된다.
이때 "왜 나한테는 소홀해!!" 하며 술 먹자고 징징거리고 연인을 질투하는 친구가 있다면 물론 멀리해야 마땅하다. 연인 하나 이해 못하는 친구는 당신을 정말 사랑해서 그러는 게 아니라 우중충한 자기 인생에 솔로 동지로 당신을 묶어두려고 욕심만 부리는 존재이다.
4. 다 때가 있다
어차피 관계가 더 편안해지고 서로의 생활 패턴과 성향이 이해되기 시작하면 예전처럼 만나고 싶어도 그렇게 못한다. 그냥 각자 공간에서 목소리 한번씩만 들어도 마음 편안한 자연스러울 때가 싫어도 온다.
그래서 알콩달콩한 기억을 쌓아둘 수 있을 때, 좋은 마일리지만 쌓을 수밖에 없을 때 충분히 쌓아두지 않는다면 진짜 소홀하고 섭섭해질 어떤 순간이 왔을 때 버텨낼 힘이 없어진다.
인류를 위해 그토록 착한 사람이 되고 싶다면 연인을 외롭게 두고 인류를 구하기 위해 뛰어다닐 것이 아니라 매일 매일 작은 것부터, 가장 가까운 사람에 대한 사랑과 신뢰부터 회복해야 하지 않을까.
사랑하는 이를 늘 웃게하면서도 인류를 구원하고 자신의 일을 똑부러지게 잘하는 사람, 매우 많다. 당장 그 옛날 당신에게 그토록 충실했어도 자기 일도 잘하던 떠나간 당신의 옛 연인만 해도 그렇다. 그 당시 온갖 쿨한척은 다하며 연인은 실컷 외롭게 했지만 그렇다해서 딱히 일을 더 잘하지도 않고 덕을 쌓은 것도 별로 없었던 당신은 이제 추억만 그리며 후회하고 있을 것이다.
"뭣이 중헌디"
중한 걸 소중하게 여기며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