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선명한 새벽빛 Feb 24. 2019

살아 있구나

김주희 개인전 <선물> 2019.2.20~3.2

김주희 개인전 <선물> 팜플렛 표지


각별한 사이인 김주희 작가님 개인전이 열리는 서울에 다녀왔습니다. 전시회 제목도 함께 고민할 수 있어 영광이었어요. 이번에도 정성껏 후기를 써 보려 합니다. 작가님의 해설을 들었지만 이 글은 어디까지나 저만의 주관적인 해석이자 감상임을 밝힙니다. 여러분도 전시회를 방문하셔서 저마다의 감동을 만끽하시길 바라요.


지난 번 개인전과 같은 장소입니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형성하는 관계의 모양은 쉬지 않고 변합니다. 기쁠 때도 있고, 슬플 때도 있고, 화날 때도 있고, 속상하고 억울할 때도 있지만 그 모든 과정이 있기에 우리는 함께 성장하지요. 삶이란 만남의 연속이고 만남 안에서 우리는 살아 있습니다.


김주희, <섬뜩> acrylic on paper, 2019


살면서 가장 두려운 일은 나 자신이 가진 부정적인 마음을 마주하는 일이었습니다. 특히 관계에 비추어 나의 적나라한 모습들이 드러나기도 했지요. 그 모습은 때때로 섬뜩하기까지 합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인정하기만 하면 버려진다는 사실이었죠.


김주희, <우리가 만난 그날> acrylic on paper, 2019


어떤 인연은 처음 만나는 순간마저도 원래 가족이었던 것처럼 편안하게 느껴집니다. 반대로 가족이 남처럼 느껴지는 순간도 있습니다. 도대체 나와 당신이라는 경계는 어떻게 생겨난 것일까요?


김주희,<내이야기>, <우리이야기>, <당신이야기>, 2019


함께 앉아 있어도 나는 내 이야기만 늘어놓고, 당신은 당신 이야기만 늘어놓고. 아주 가끔씩은 우리가 되어 소통하기도 합니다. 그러다 내 안과 밖이 하나가 될 때 우리는 행복을 느끼게 되지요.


김주희, <행복해질래요> acrylic on paper, 2019


<행복해질래요>. 이 말은 어쩌면 당신과 하나가 되고 싶다는 의미임이 분명합니다.


김주희, <행복한 식빵이 될래요> acrylic on paper, 2019


당신에게 뜯겨도 마냥 행복한, 그런 식빵이 되고 싶어요.


김주희, <날려 버려> acrylic on paper, 2019


그러려면 내 안에 가득 차 있던 것들을 날려 버리고 비워야 했죠. 시원하게-


김주희, <바라본다>, <함께 걷고 싶어>, 2019


김주희 작가님의 그림은 심플하고도 섬세합니다. 길이 있으나 없으나 같은 안정감을 주네요. 여러 가지 색깔이 조화롭게, 편안하게 함께하며 같은 곳을 바라보는 듯한 느낌이 참 좋습니다.


저도 함께 걷고 싶어요.


김주희, <그대 품 안에> acrylic on paper, 2019


같은 제목이지만 아래는 더욱 밝고 따뜻해요. 똑같이 이상향을 향해 나아가고 있음을 나타내지만 조금 더 확신에 찬 마음이 표현되었네요. 그림을 그리는 작가님의 마음이 더욱 따뜻해질수록 작품들의 색도 그렇게 변해갔다고 합니다.


김주희, <그대 품 안에> acrylic on paper, 2019


아래는 튤립과 천일홍입니다. 천일홍의 꽃말이 '변하지 않는 사랑'이라고 하는데요. 튤립도 천일홍도 그 자체로 사랑을 표현해내고 있네요. 제목처럼요. 우리 모두는 그냥 이렇게, 또 그냥 저렇게, 생긴 모양 그대로 이미 서로에게 선물 같은 존재가 아닐까 합니다.


김주희, <그냥 이렇게>, <그냥 저렇게>, 2019


아래 그림이 가장 최근에 그린 그림이라고 하셨어요. 이전과 비슷한 배경이지만 '나'를 의미하는 개체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바라만 보던 이상향에 도달한 것입니다. 진정으로 상대를 볼 수 있는 마음이 되고, 살아 있는 마음이 되는 것 말이에요.


김주희, <보고 싶어>, <살아 있구나>, 2019


저는 개인적으로 <살아 있구나>가 가장 마음에 들었습니다. 색감도 보기만 해도 행복한 느낌이고 제목도 너무 좋아요. 살아 있는 것. 이게 바로 선물이 아니고 무엇이겠어요?


당신과의 만남이, 살아 있음이, 모든 순간이.


선 물



이 전시회 또한 선물이 분명했습니다.


전시회에서의 만남이 또 선물이었습니다.

미리 약속한 일행 말고도 교원연수 때 만난 선생님들이 같은 시간에 오셔서 참 반가웠어요.



후후. 주위에는 예쁜 한옥집들이 많아서 걷는 재미도 있었답니다. 이 날 12000보 걸었더라고요. 언니들 덕분에 이름 모를 예쁜 밥집에서 맛난 식사와 카페 레이어드에서 선물 같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네요. 김주희 작가님은 늦은 시간까지 갤러리를 지키느라 함께하지 못했지만 다시 들러 사진이라도 찰칵.



선물, 정말 정말 고맙습니다.

전시회 축하해요 ~

매거진의 이전글 함께 있어 고마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