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받는 중소기업을 만들기 위한 도전-사이타마시 CSR 인증제도
일본의 CSR 확산시스템에 관한 이야기중이다.
중소기업에 CSR을 보급하고 이를 확산시켜 CSR 생태계를 구성하는 것은 다름 아니라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다. 누구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도 아니며 기업이 살아남는, 오래 살아남는 방법이다.
일본의 중소기업 CSR 확산시스템은 세 축으로 이루어져 있다. 인증, 검정, 미디어다.
인증은 자격을 부여하여 특혜를 주기보다는 자신의 기업이 어디쯤에 있으며, 우리 기업은 얼마나 잘하고 있는가에 관한 검증에 가깝다. 이를 도와주고 이끌어주는 도구다.
사이타마시는 인증제도를 일본에서 최초로 채택했으며 가장 훌륭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사이타마시 CSR 인증제도의 구조
이 그림은 사이타마시 CSR 인증 제도의 구조다.
우선 매년 1회 인증 취득을 원하는 기업을 모집한다. 인증을 원하는 기업은 처음에 체크리스트를 꼼꼼히 읽고 자사의 CSR 경영 상태를 스스로 체크한다. 이후 사이타마시 경제국 경제정책과가 신청한 기업의 내용에 대해 전문가의 협력을 얻어 실사를 하게 된다.
조사 결과는 CSR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심사기관인 '사이타마시 CSR 추진회의'에서 심사를 한다. 심사 결과 인증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되면 사이타마 시장이 신청 기업을 인증한다.
인증을 취득한 기업에게는 사이타마시가 CSR 경영의 추진을 지원한다.
그러나 인증제도와 인증기업 지원은 사이타마시만으로는 불가능하다. 지방정부인 사이타마시는 중소기업의 경영 실무에 정통한 것도 아니기 때문에 외부 파트너와 관계를 맺고 제도 운영 및 지원팀을 구성하게 된다. 민관 거버넌스가 이 지점에서 작동을 한다.
2011년 인증제도 발족 이후 이 팀은 사이타마시, 지역은행 싱크탱크, CSR 전문가 Izumi Yoshitsugu(INCH Sociential 대표, 모두의 기업 공동 저자)로 구성하고 실질적인 제도 운영과 지원을 실시하고 있다.
경영자와 종업원을 위한 CSR 세미나, PR 지원, CSR에 관심을 가진 거래처의 소개, CSR 관련의 정보 제공, 각종 전문가 파견, 경영 환경개선 등의 지원을 하고 있다.
이와 같은 지원은 확실히 인증 기업의 CSR 경영의 추진에 도움이 되고 있다.
노스코퍼레이션은 이탈리안 레스토랑 운영 기업이다. 사이타마 시내에서 4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 회사의 Kita 사장은 학생을 채용할때 그 학생의 부모로부터 "음식 장사 따위에 취업시키고 싶지 않다!"와 같은 불평을 들은 적이 있다고 한다.
Kita 사장은 요식업의 사회적 지위를 높여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노력을 하기 시작했는데 이것이 CSR 경영의 계기였다.
요식업은 낮과 밤으로 영업시간이 분리되어 있기 때문에 종업원의 라이프 스타일에 악영향을 주고 있었다. 그래서 노스코퍼레이션은 조리활동구조를 개선하고 밤 영업 시간을 30분 단축함으로써 종업원의 부담을 경감시켰다. 영업시간을 단축하면 매출이 줄지 않을까하는 본인의 걱정과 주위의 우려가 있었지만 오히려 매출이 더 늘어나서 놀랐다고 한다.
영업시간이 줄어들면서 종업원들은 오히려 업무시간에 더 집중하게 되고, 자신들을 생각해주는 회사라는 느낌때문에 충성도가 상승했고 이는 손님들의 반응으로 연결되었기 때문이다. 음식 질의 상승과 좋은 서비스라는 요식업의 본질적 가치가 더 올라갔다.
CSR 경영과 브랜드 파워의 조화의 결과다.
노스코퍼레이션은 사이타마시와 협력, 초등학교에 자사의 요리사를 파견하고 초등학교 급식에 리얼 이탈리아 요리를 제공하고 있다. 회사의 업무와 무관한 봉사나 기부활동이 아니라 본업과 연결되고 확장하는 사회공헌이며, 미래의 고객을 키우는 브랜드 전략이다.
그리고 요리사들이 진짜 유럽 야채를 쓰고 싶다고 사장에게 요청을 해서 Kita 사장은 현지의 젊은 농가, 종묘 업체 와 협력하여 유럽야채연구회를 발족시켰다. 희소한 유럽의 야채를 일본에서 재배할 수 있도록 개량함으로써 진짜 유럽 채소로 이탈리아 음식을 만들 수 있게 되어 종묘업체는 신제품 개발, 젊은 농가는 희소작물로 부가가치가 높은 생산물을 재배, 판매함으로써 경쟁력 강화에 성공했다. 중요한 것은 기존에 수입해오던 야채를 현지에서 재배하기 때문에 수송에 따른 CO2의 삭감에도 공헌하고 있다.
노스코퍼레이션의 CSR 활동은 자사뿐만 아니라 자연이나 다른 사람들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CSR 인증을 취득함으로써 더욱 더 자사의 사회적 사명을 자각하고 현재는 노동자가 일하기 쉬운 취업규칙을 종업원과 함게 만드는 중이다.
중소기업이 인증을 취득함으로써 얻는 이점은 다음과 같다.
첫번째, 인증을 취득하기 위해 CSR 체크리스트를 검토함으로써 CSR 경영상태를 확인하고, 자사의 진짜 가치와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 재무제표는 자사의 경제성을 총괄하는 행위지만, 결산서를 읽기만 해도 자사의 진정한 상태는 모른다.
기업은 경제성과 사회성 2가지 관점에서 총괄하고 평가를 해야한다.
인증을 취득함으로써 자사의 사회성에 관한 총괄적인 평가도 가능하고 무엇보다 위험과 성장 가능성을 제대로 분석할 수 있다. 이른바 고급 SWOT 분석의 효과를 갖게 된다.
기업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상태를 아는 것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CSR 체크리스트는 CSR 경영을 점검의 측면을 넘어 지금 우리 기업이 어디쯤에 위치하고 있는가를 잘알 수 있게 한다.
두번째는 지자체가 기업을 인증함으로써 지역기업의 신뢰도 향상으로 이어진다. 이는 최근 세계적으로 적용하고 있는 CSR 경영수준을 거래서 선정의 기준으로 삼는 'CSR 조달'의 채택으로도 연결된다.
CSR 인증제도를 채택함으로써 행정의 이익도 발생한다.
첫번째, 기업이 CSR 추진에 따른 정책과제를 대행함으로써 압축적인 정책비용으로 효율적인 정책을 실행할 수 있다.
두번째, 윤리적, 경제적으로 건전한 기업을 인증제도로 육성, 선발하고 인증된 기업이 더욱 CSR 경영을 추진함으로써 지역경제와 지역 사회의 활성화로 이어진다.
최종적으로 건전한 세수, 건전한 고용으로 이어진다.
지역의 중소기업이 강해야 지역경제도 지역사회도 산다.
언제까지나 재벌에 의존하는 사대주의적 경제정책에 머무를 수는 없다. 재벌의 지사나 공장은 언제든지 그 지역을 벗어난다. (LG 구미공장은 파주로 옮겨간지 오래다. 그리고 공장들은 아예 국내를 벗어나고 있다.) 그러면 지역에 실업자가 넘칠 뿐이다. 재벌 의존은 지속 불가능한 선택이다.
하지만 중소기업은 일본과 마찬가지로 한국 사회의 기반이며, 지역기반이자 지역사회와 운명공동체의 관계다. 중소기업이 CSR 경영을 추진하고 ESG에 대응함으로써 그들의 리스크를 경감하는 성장 가능성을 늘리는 것이 필요하다. 앞으로는 지역 사회와 운명공동체인 중소기업이 고용을 늘려나가고, 더 많은 정규직을 확보하고 지역사회의 지지를 받기 위한 구조를 만들어내야 한다.
이번 회에 소개한 사이타마시의 CSR 인증제도는 이른바 '정의의 경영'을 추진하는 엔진인 경제 정책이다.
다음에는 사이타마시의 체크리스트를 소개하고, CSR 검정에 대해 말해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