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는 오늘이 2024년 새해다
새해가 밝았지만, 새로운 해가 당도했다는 실감이 나지 않는다.
여전히 내가 지난 주, 지난 달과 다름없이 살고 있기 때문이겠지. 지난 10월부터 붙들고 있는 매뉴얼 작업이 끝나지 않아서, 새로운 일을 시작하고 있지 못하고 있어서 그런 걸 거다. 끝이 보이지 않을 것 같던 매뉴얼 작업도 이제 최종 수정을 앞두고 있다. 비로소 나는 새해를 맞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새 시간을 실감하고 싶어서 새로운 일, 다시 글을 써보기로 했다.
단순히 일 때문에 새해를 맞지 못했다,는 건 사실 핑계다.
새해가 20여일이나 흘렀는데도 어째서인지 계획한 일을 선뜻 시작하기 어려웠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야지, 다짐했지만 딱히 아침에 일어날 동력을 찾지 못했다. 달리기를 해야지, 마음 먹었지만 바깥 날씨가 너무 추웠다. 공부를 다시 시작해야지, 마음 먹었지만 그보다 먼저 해치워야 할 것 같은 잡다한 업무들의 우선순위에 밀린다. 글을 써야지, 마음 먹은 것도 '무엇에 관해 쓰지?'를 고민하다가 지치기 일쑤였다.
하지만 이 모든 희망사항들이 모두 2023년의 것이었기에 '새해의 힘을 빌어 시작하면 좋겠다' 정도의 가벼운 소원이었고, 전략이 없었다. 작년 한 해 동안에 못한 일을 새해라고 저절로 하게 될 리는 없다. 대체 남들은 어떻게 그렇게 미라클모닝이니, 매일 글쓰기니, 달리기니 꾸준히 할 수 있는 걸까? 사실 답도 알고 있다. 진짜 그 일을 해내는 사람들은 진짜로 그 일을 원하는 사람들이겠지. 나는 진짜로 원하나?
나이를 한 살 더 먹을 수록 '진짜로 원하는 것'을 알고 모르는 것은 중요한 문제가 된다. 단순히 나 자신을 알게 되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다.
내가 진짜 원하는 게 없으면
내 시간에 남이 원하는 일을 하게 된다.
프리랜서 8년차에 접어들어 깨달은 진실이다. 나는 글쓰는 일을 하지만, 내가 진짜 원하는 글쓰기를 찾지 못해서 남이 시키는 글을 계속 쓰고 있다. 이제 매뉴얼 작업이 끝나고 난 후에도 나는 내 작업을 시작하지 못하면, 아마 누군가 나에게 시키는 글을 또 쓰게 될 확률이 높다. 왜냐? 거절할 이유가 없으니까.
다만 일뿐일까? 아침에 눈뜨자마자 내가 원하는 일이 없으면 이메일이나 카카오톡 등을 확인하며 타인이 발송한 메시지로 하루를 시작하게 된다. 작년 한해는 그렇게 보냈다. 올해는 그게 무엇이든 아침에 눈뜨면 내가 원하는 일로 시작해보고 싶다. 차를 한잔 마시든, 명상을 하든, 가벼운 운동을 하든. 그렇게 연습해서 올해는 시키는 일 말고, 내가 진짜 원하는 내 일을 시작해보고 싶다.
이건 내가 진짜 원하는 일인데 어떻게 시작할 수 있을까? 알다시피 나의 몸은 무겁고, 마음은 느리다. 당장 대단한 변화를 기대할 순 없다. 아주 작게 시작하자. 어제의 나와 겨루자. 어제보다 나은 오늘을 보내는 것, 정도를 하루의 목표로 삼자. 흐트러진 일상을 한번에 일으켜세울 수는 없겠지만 하루에 하나, 내가 어제보다 이건 나아졌다라고 할 수 있는 하루하루를 보내야겠다. 오늘부터.
그래서 나에게는 오늘이 새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