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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알라 Oct 08. 2017

미슐랭 가이드에 매년 나오는 Eslava

Seville (2) - 타파스 맛집 Eslava


사실 세비야에 오게 된 가장 큰 이유는 타파스 때문이다. 바르셀로나도 두 번 가봤지만 세비야만큼 맛이 있지도, 양지 실하지도, 저렴하지도 않았다. 바르셀로나로 여행 가는 가장 큰 이유는 가우디 건축물 때문이 아닐까 생각된다. 처음에 동료들과 워크숍으로 세비야에 방문했을 때 Eslava라는 타파스 바 맛집을 처음 접했다. 너무 맛있었던 기억이 있어서 재방문하기로 했다. 


정확한 이름은 Espacio Eslava. 







우리는 세비야에 오기 전, 미리 Eslava 레스토랑에 테이블을 예약해놨었다. 에슬라바에 도착하니까 이미 많은 사람들이 문 앞에서 웨이팅을 하고 있었다. 우리는 미리 부킹을 해놓아서 바로 들어갈 수 있겠지?라는 기대감에 웨이터에게 부킹 시간을 알려줬다. 웨이터는 눈웃음으로 우리를 반기며 옆 집으로 안내했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작은 방 안에 파인 다이닝 분위기의 테이블들이 놓여 있었다. 사람들은 타파스 접시들이 아닌 메인 디쉬를 먹고 있었다. 


나는 뭔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했다. 내가 아는 에슬라바는 좁은 공간에서 부대끼며 타파스를 먹었던 기억이 있었는데 이런 파인 다이닝 분위기와는 상반대였다. 우리는 웨이터에게 타파스를 먹으러 왔다고 얘기했다. 웨이터가 손가락으로 옆 가게를 가리키며 타파스는 바로 옆 타파스 바에서 먹어야 한다고 했다


그렇다. 우리는 타파스 바와 레스토랑을 구분하지 못한 채 레스토랑을 예약해버렸다. 알고 보니 타파스 바는 미리 예약을 하지 못하고 (first come first served) 선착순으로 테이블을 받는다. 나는 서둘러 타파스 바 직원에게 내 이름으로 웨이팅을 걸어놨다. 이미 내 앞에는 9명의 웨이팅 리스트가 있었고 미리 줄 서 있는 사람의 말로는 90분 정도의 웨이팅을 해야 한다고 들었다. 망했다! 


날씨는 너무 더웠고 앉아서 대기할 수 있는 웨이팅 공간도 없었다. 나는 땅바닥에 앉아서 대기하기 시작했다. 우리가 도착한 시간은 대략 오후 3시였다. 


40분 정도 기다렸을까? 웨이터가 내 이름을 부르며 가게 앞에 있는 바 테이블로 자리를 안내했다. 의자는 높고 테이블은 좁았지만 90분 기다리지 않은 것에 감사할 뿐이다!




올리브와 강낭콩



자리에 앉자마자 웨이터가 타파스 영어판 메뉴와 올리브 그리고 빵을 갖다 줬다. 세비야는 프랑스와 이탈리아와 다르게 올리브와 빵이 무료라는 점! 메뉴를 보니까 놀랍게도 거의 모든 타파스가 2,90€ 였다. 나는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메뉴 이것저것 가리키며 엄마와 동생에게 동의를 구했다. 나는 웨이터를 부르고 바로 주문하기 시작했다. 




Best of best 상그리아 @ Eslava



나는 너무 뻔하디 뻔한 상그리아를 주문했다. 한 잔에 고작 1,90€인 상그리아가, 내가 4일 동안 여행하면서 제일 맛있는 상그리아일 줄 미리 알았더라면, 몇 잔을 마시고도 남았을 텐데라는 생각이 아직도 맴돈다. 시간이 조금 지나고 나니 타파스가 하나둘씩 나왔다. 




Homemade Croquettes



첫 번째 타파스 메뉴가 나왔다. 바로 Homemade Croquettes였다. 크로켓이 겉은 아주 바삭하고 안은 부드러웠다. 크로켓 안에 뭐가 들었는지 메뉴에 상세하게 나오지 않았지만 맛있었다. 




Deep Fried Anchovies from Malaga



두 번째 접시로 앤초비 튀김이 나왔다. 위 타파스 이름은 Deep Fried Anchovies from Malaga. 레몬을 골고루 짜준 뒤, 머릿 부분부터 먹기 시작했다. 역시나 맛있었다. 한 가지 아쉬운 게 있다면 튀김이 바삭하지 않았던 게 제일 아쉬웠다. 









Brie Pastry Cigar-shaped with Cuttlefish and Algae 



2013년 타파스 경연대회에서 3위를 한 타파스 접시도 나왔다. 담배를 연상시킨 독특한 비주얼이었다. 겉은 바삭한데 속은 크림 같은 질감의 오징어살이 들어있다. 달면서도 짭조름한 맛이었다. 개인적으로 제일 맛있었다. 강추!




Artichoke with Cod and Crispy Garlic



아티초크는 기대와 달리 평범했다. 




Slow-cooked Egg served on Boletus Cake with Caramelised Wine Reduction



마지막으로 제일 유명한 피날레 메뉴가 나왔다. 2010년 타파스 경연대회에서 1위를 차지한 요리. 메추리알을 그물버섯 케이크에 올리고 스위트 와인 소스로 맛을 냈다. 달고 살짝 느끼했던 것 같다. 그래도 유명하다니 꼭 한 번쯤은 먹어봐야 하는 메뉴! 


에슬라바는 스태프들이 하나같이 친절하고 전문성이 느껴졌다. 정제된 동작, 정해진 동선 그리고 빠르고 정확한 서비스까지. 몇 날 며칠 연속으로 와도 질리지 않을 것 같은 에슬라바. 너무 멋진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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