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 귀신이 김애동을 노리는 이유

by 오작오작

그날은 오랜만에 셋이 목욕탕에 같이 간 날이었다. 목욕하고 집에 돌아와 기분 좋게 늘어져 있던 나, 김보살과 달리 김애동은 남자친구와 함께 코인노래방까지 달리는 체력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그녀의 유희는 그녀를 괴롭게(?) 만들었다.


밤이 되어 희동자님이 간식을 먹으러 놀러 오셨을 때였다. 김애동이 동자님을 보면서 말했다.

“동자님, 저 속이 너무 울렁거리는데 저한테 어떤 분이 들어오시려고 하는 걸까요?”


희동자님께서는 김애동을 바라보면서 무심하게 툭 답을 던져주셨다.

“소리 지르는 귀신을 붙여왔네? 어디 갔다 왔어?”

“코인노래방이요. 사실... 거기서 뭔가 봤었거든요? 그런데 ‘이런 곳에는 귀신이 있을 수도 있지.’라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저한테 붙어왔군요...”

“부채 꺼내서 부쳐.”


희동자님의 말에 김애동은 퇴마계열의 신님들이 기운을 넣어주신 부채를 꺼내 스스로에게 부쳤다. 그리고 탁탁탁 부채로 자신의 몸을 치는 것까지 끝낸 뒤 속이 울렁거리는 것이 없어졌는지 희동자님께 감사하다고 말하며 다시 희동자님과 함께 수다를 떨기 시작했다.

이후, 희동자님께서 가시고 난 뒤 김애동은 선생님께 여쭈었다.

“왜 저희 신님들은 귀신이 붙어있다고 저에게 말해주시지 않았을까요?”

“지금 네가 무당으로 정립되기 위한 과정에 놓여 있어서 잠시 소통이 안 되는 시기라 그래. 부채질하라고 계속 말하고 있었는데 너에게 닿질 않았나 보다.” 선생님께서 말씀해 주셨다.

(*김애동에게 그동안 계속해서 신님들이 한 분 한 분 더 내려오셨다. 초반에 소개했던 김애동의 신님들 외에 더 많은 분이 내려오셨는데, 이제야 내려오실 모든 신님이 다 내려오셔서 무당으로서 정립할 시기가 되었다. 이 시기에 약 2~3주에 거쳐 신이 한 분 한 분 내려오셔서, 나는 어떤 신이고 어떤 어떤 것들을 담당한다고 말씀해 주셨었는데 이 과정을 통해야 정식으로 무당의 길이 열린다고 하셨다.)

그리고 다음 날, 간식을 드시러 오신 희동자님께 김애동이 말했다.


“저 오늘도 속이 울렁거렸어요.”


희동자님께서는 김애동의 몸을 여기저기 살펴보시더니 목에서 시선이 멈추셨다.


“여기에 흔적이 있네.”


동자님께서는 양손으로 김애동의 목 양옆을 손으로 문질러주시면서 흔적을 지워주셨다.

“목을 눌렸구나?”

“누가 절 그렇게 하는 거예요?”

“누가 그러는지 한 번 봐 볼까?”


희동자님께서 손을 김애동 쪽으로 가지고 가셨고 중지 끝을 김애동의 이마에 대고 눈을 감으셨다. 잠시 상황을 읽으시던 동자님께서는 의아한 표정을 지으셨다.


“그럴 수가 없는데...?” 희 동자님께서 더 자세히 들여다보는 듯 잠시 눈을 감은 채 계셨다.

“사자의 탈을 썼나 보구나?”


희동자님께서는 이마에 대고 있던 손을 김애동의 머리 위로 올리셨다.

“사자의 탈을 쓴 여자 귀신이 있네. 이 건물(*우리 집)에서 붙었구나?”

“전 오늘 여기에 지금 막 왔는데요...”

(*동자님들이 드시는 간식을 보통 내가 만들고, 준비하기 때문에 우리 집에 간식이 있어 매일 밤 김애동과 김보살이 우리 집으로 온다.)

“오늘 붙인 게 아닌데?”

희동자님께서는 머리 위로 한 팔을 들어 부채를 쥔 것 같은 손 모양을 하시고 8자 모양으로 손목을 돌리시면서 김애동을 바라보았다.


“이 춤 알지? 이 춤?”

“장군할머니가 추시는 거요?”

“응 맞아. 그걸 추면 괜찮아질 거야.”

“그럼 오늘 혼자 집에 돌아가도 되나요?”

(*다음날 김보살과 김애동이 외출 준비해야 하는 시간이 겹쳐서 김보살은 우리 집에서 자기로 했었다)

“가는 길을 좀 봐 볼까?”


동자님께서 김애동의 머리 위에 손을 올리고 눈을 감으셨다.


“여기가 집 가는 길이구나. 혼자 가면 그 정도 춤으로 안 되는데. 둘이 더 기다리고 있어. 붙으려고.”

“왜요?”

“얘네들은 작은 신 밖에 못 봐. 동녀 밖에 못 보는 거야. 그래서 ‘어? 여기 실리면 내가 대장 할 수 있겠는데?’라고 생각하는 거지. 너무 하잘것없는 애라서 그래. 그래도 얘네가 붙으면 몸이 아파.”

“할머니가 아직 때가 이르다고 하세요.”

“응. 간략한 춤을 춰야 하는데, 아직 때가 아니라서 그래. 차라리 이 누나(*김보살)랑 같이 가. 이 누나한테 그 귀신들이 붙으면 부채질 몇 번이면 퇴치돼. (*김애동에게 들어오는 것은 아예 내려앉으려는 것이고, 김보살에게는 붙는 것이라서 퇴치 난이도가 달라진다고 하셨다.) 아니면 다른 방법이 있는데, 이 누나(*김보살)가 선생님인 채로 가면 귀신들이 못 붙을 거야.”

나는 손을 번쩍 들고 여쭸다.


“그 귀신들이 다음 기회를 노리면 어떡하나요?”

“선생님을 봐서 ‘보호자가 있네?’라고 생각하고 이 누나(*김보살)한테 못 붙을 거야.”

“선생님은 그 귀신들이 볼 수 있나요?”

“선생님은 다른 신이랑 다르거든. 그래서 볼 수 있어. 선생님의 정체는 말할 수 없지만 그래. 그런데 이 누나(*김애동)는 다시 노릴 수도 있어. 그래서 붙여가서 퇴치하는 게 제일 좋아.”

“그럼 이 아이(*김보살)에게 뭐 안 좋은 건 없나요?” 이날은 김보살이 몸이 안 좋다고 했었기 때문에 김애동이 걱정스러운 마음에 여쭈었다.


“음... 퇴치하는 데까지 한 5분도 안 걸릴 거 아냐. 그동안은 좀 아플 수 있어. 그런데 내가 미리 치료도 하고, 천천히 퍼지는 약도 넣어놔서 자고 일어나면 괜찮을 거야.”


김보살이 몸이 안 좋다는 걸 아시고, 희동자님께서 몸이 좀 나아지도록 몸에 좋은 것들을 넣어주셨는데 그것이 귀신 때문에 생긴 아픔도 치료해 주실 수 있다는 말에 우리는 감사하다고 인사를 드렸다. 우리의 감사 인사를 받으신 희동자님께서는 헤헤 웃으셨다.


“아! 더 확실하게 붙게 하려면 집으로 가는 길에 골목 있잖아?”

“혹시 여기요?”


나는 네이버 지도의 로드뷰로 김애동&김보살의 집 근처 골목을 보여드렸다.

“어! 맞아. 여기를 빤히 보고 있다가 가.”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렇게 희 동자님께서 돌아가신 후, 나는 문득 궁금한 것이 떠올라 김보살을 바라보며 말했다.

“몸도 안 좋은데, 혹시 두 귀신 중에 하나는 양분으로 쓰면 안 돼?”

(*앞서 말했듯이 김보살은 악신, 악귀, 귀신들을 자신도 모르게 끌고 와서 흡수해 양분으로 쓰는데, 몸이 안 좋을 때는 매우 높은 확률로 지나가던 나쁜 존재들을 끌어다 가둔다...)

“선생님께 여쭤볼게.”


잠시 가슴에 손을 대고 눈을 감고 있던 김보살은 눈을 뜨며 말했다.


“둘 다 된다는데?”

“그럼 둘 다 양분으로 써. 그게 그 귀신들이 더 고통스러울 거 아냐.”

(*김보살의 어떤 공간에 갇혀 자신이 영양분으로 쓰이는 걸 바라보면서 서서히 소멸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렇게 말하며 두 사람은 집으로 향했다. 그리고 잠시 후 집에 도착했다는 연락을 받았다. 그리고 김보살과 이야기하다가 좀 당황스러움을 느껴야 했는데...


그날 김보살과 나눈 카톡 내용 중 일부


그렇게, 다음날 김보살은 몸이 싹 나은 것 같다고 아주 쌩쌩하다며 신나 했다는 후문...




덧.

이후에도 김애동에게 귀신이 붙었던 일이 있는데, 김보살과 김애동이 밤늦게 집으로 가는 중에 김보살이 '오늘은 길이 왜 이렇게 깨끗해?!'라고 하며 '오늘도 몸상태 별로인데 어디 귀신 없나~'라고 장난 식으로 말했는데, 김애동이 '나 뒤에 붙은 거 같은데 좀 봐봐.'라고 해서 살펴봐도 안 보이길래 김보살이 김애동의 몸에 손을 붙이고 쪽쪽 빨아먹는다 생각하니 귀신이 김보살의 몸으로 끌려 들어왔다고 한다. 총 두 명(?)이었는데, 하나는 샤인머스캣 맛, 다른 하나는 초코맛이어서 제법 괜찮은 보충이었다고...




** 김애동의 몸에 있는 신을 애기씨만 볼 수 있는 것이 그 귀신이 그 정도밖에 안 된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무협이 생각났다. 자신의 내공이 하찮으면 절대 고수의 경지가 보이지 않는 부분이. 그리고 지금 이 글을 쓰며 세상의 많은 것들이 결국 내가 있는 위치만큼만 보인다는 것을 새삼 다시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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