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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희태 Mar 18. 2021

정선하고 기관수리에 나서다

스물여덟 살 두리의 마지막 항해 - 6

엔진을 세우기 전 저속으로 달리고 있었을 때 선수에서 파도를 가르고 있든 Bulbous Bow-구상선수(球狀船首)의 모습

 

밤새 잠이 들었다 깨었다를 반복하며 그때마다 고르게 들리는 엔진 소리에 안심하며 다시 잠을 청하고 하던 일을 떨쳐내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브리지에 올라가서 해도상에 기점 된 선위(船位)를 보다가 호르르 절로 나는 한숨을 삼켜낸다.


-에이 겨우 여기까지 나온 거야? 


아직 해도상 우리의 위치는 양자강구를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채 이제 겨우 외해로 빠져나가는 처음의 코스라인에 접어든 상황이다. 물론 떼를 짓는 중국어선들의 횡포를 벗어나고자 침로를 평상시 보다 더 많이 외해 쪽으로 내어서 그어 놓은 영향도 있기는 하다. 


-아침 과업 시작인 여덟 시까지 얼마나 더 달려갈까? 컴퍼스를 들이대어 거리를 재어 보는 일항사의 어깨너머로 거리를 대략 셈해 본다.

-가장 가까운 해도상의 수중 장애물 하고도 30해리 이상은 떨어졌으니 급한 대로는 세워도 되겠군. 


계기 보드의 주기 알피엠 계기를 습관처럼 살핀다. 엊저녁보다는 심하진 않아도 아직까지 약간의 체머리는 그냥 남아있다. 

-나중 기관 정지한다고 할 때 연락해 줘. 


그렇게 브리지는 내려가지만, 아마도 엔진을 세워야 할 때쯤에는 그런 연락이 오기 전에 내가 먼저 브리지에 다시 가 있으리라 짐작하며 식당으로 향한다. 아침 식사 후 다시 찾은 선교에 전화벨이 울린다. 전화를 받아 든 3항사가 앞으로 한 시간 후 엔진을 세우려 한다며 수리 시간은 서너 시간 걸릴 거라는 말도 덧붙여 준다.


-그래 이유가 뭐라고 해?

-예?

-기관의 고장 난 개소가 어디고 고장 난 원인은 뭐라고 하냐 말이야.

-아 예, 물어보겠습니다. 


3항사는 자신의 잘못으로 야기된 일은 아니지만 선장의 물음이 너무 고압적으로 들렸는지 좀은 허둥대며 대답을 한다. 이윽고 다시 차분히 물어서 메모한 내용을 알려주는데 주기 5번 실린더 FO PUMP의 프렌지에 이상이 있어 개방하여 검사 후 바꿔줘야 할 거란 이야기다.

선수루 아래에서 바라본 두리의 거주구

9시 정선하면서 회사에 그대로 보고하고 4시간 정도 소요될 거며 수리 완료 후 속행하며 다시 전보를 넣겠다는 토까지 달아 이멜을 발송했다. 황해 바다의 기상은 육지보다 훨씬 맑은 대기를 주어 밝은 햇빛이 비치는 가운데 기관을 정지하고 작업에 들어갔다. 


드디어 멈춰 선 선체에 작은 바람이 몰고 온 파도가 찰삭거리며 쉬고 있는 엔진의 소리를 대신하고 나선다. 네 시간이 다 되어 갈 무렵인 1245시에 검사와 모든 조립이 다 끝나고 기관이 다시 시동되었다. 이어 수리가 잘 되었다는 보고와 함께 계속 속항해도 되겠다는 기관장의 최종 보고가 올라온다. 모든 사항을 마무리하고 속항한 상황을 이멜로 회사에 보내고 한숨 돌리는데 위성 전화의 벨이 울린다. 


-선장님 아직 수리가 끝나지 않았나요? 회사의 담당 직원이다.

-아니 좀 전에 끝나서 다시 속항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멜도 좀 전에 보냈어요. 

-아, 예 잘 알았습니다. 수고하십시오.


두리는 그렇게 나와의 첫 항해를 자신을 수리하는 일을 만들어서 계속 긴장을 늦추지 못하게 하는 해프닝으로 거리감을 주면서 다가왔다.



*7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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